태블릿피시로 화면에 직접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정보 해석, 전달, 재구성 과정을 모두 배우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정부는 스마트 교육 강력 추진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 엇갈려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 엇갈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29일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은 ‘개인용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제로 한다.
이런 시대가 왔을 때 장점도 분명히 있다. 병점중 3년 이희규군은 “단점도 있겠지만 일단 디지털교과서를 쓰게 되면 가방이 가벼워질 것이고, 선생님이 주시는 유인물도 모두 컴퓨터에 저장돼 있어서 잃어버릴 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이 덜어질 것 같다”고 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를 돕는 수업이 가능해질 거라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면 각종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소통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경기도 평택 평일초 박종필 교사는 “영어수업을 할 때 스마트폰으로 회화를 녹음하고, 음성 파일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려둔 다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내려받아 들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충남 천안 서여자중 권순부 교사는 “스마트교육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핵심어는 ‘소통’, ‘쌍방화’, ‘개별화’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최근에 교과서 경향이 지식형에서 활동형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굉장히 좋긴 한데 지금 체제에서 토론을 할 경우, 여러 아이들 생각을 다 듣다 보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서 에스엔에스 등에 댓글로 생각을 올려두라고 하면 아이들 생각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우리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략한 설문조사를 즉석에서 해보고, 통계 자료도 바로 내볼 수 있을 거구요. 또 어떤 친구가 해온 과제를 메인 화면에 올려두면 다른 친구들이 여기에 대한 평가를 댓글로 적어둘 수도 있을 겁니다.”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를 들고 수업하는 미래를 마냥 낙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스마트교육 시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 현상’을 우려한다. 밥상머리에서도 카카오톡을 하느라 부모님과 대화를 안 하는 아이들이 많은 때 학교에서까지 스마트 기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 기기 중독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거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터넷 중독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보화진흥원의 2011년 조사를 보면 인터넷을 이용한 유아동의 69.4%, 청소년의 77.6%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고 있으며 유아동(5~9살) 가운데 약 7.9%, 청소년(10~19살)의 10.4%가 인터넷 중독으로 고통받는 실정이다.
교사들 중에는 “이런 통계가 나오는 때 스마트 기기에 교육 콘텐츠를 넣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것을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할 거라고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되묻는 이들도 많다. 천안 서여자중 권순부 국어교사는 “앞서가는 교육방식이라는 점에서는 좋지만 아이티시(ITC·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education, 교과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교수·학습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가 나왔을 때 컴퓨터 기기를 이용하는 게 투입 대비 학습효과를 높였느냐, 인터넷 중독으로 이어지진 않았느냐 물어보면 중독 이야기를 안 하긴 어렵다”며 “너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과 교사의 인간적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오히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릴 거라는 불안감도 있다. 평택 한 중학교 영어교사는 “멀티미디어 활용을 통해 수업은 확실히 진보가 됐지만 스마트교육이 여러 교육 방법론 가운데 하나가 돼야지 모든 수업을 전면 스마트 기기로 하게 된다면 수업의 질도 떨어지고, 아이들과도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많은 시각자료와 기기 위주로 수업을 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멀티미디어 교수학습 자료는 ‘각종 유인물→사진 자료→사진 자료를 포함한 프레젠테이션→동영상’ 등으로 발전을 해왔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들은 “지금처럼 약 30% 수준에서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해서 수업하되 기존 수업 방식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 기기가 교실에 전면 도입이 됐을 때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질 거라는 걱정도 나온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지난 8월16일,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실과 좋은교사운동 주최로 열린 ‘스마트교육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교수학습 교육정보화사업의 허와 실’ 토론회를 통해 “최근 국제교육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은 36개 국가 중 35위로 사실상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문제 해결 능력보다 협업능력이 우선시되는 때 디지털 교육 정보화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협업하는 문화를 가르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각자 스마트 기기를 손에 쥐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2의 교육격차가 생긴다는 우려도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은 사실상 학생 개인의 부담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상위계층과 모든 교사한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그렇더라도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나올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새로운 교육 불평등 문제를 낳게 될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 기기를 구입했다고 해도 그 이후에 파생하는 문제들도 남아 있다. 기기의 유지, 보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안양 근명여중 김대현 기술교사는 “실제로 교사들 노트북이 고장 나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의 기기라도 고장이 나면 그 일에 신경을 쓰다가 다른 아이들 집중력까지 떨어뜨리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고 했다. 응급 상황에서 스마트 기기의 유지와 보수를 책임질 인력이나 대책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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