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hani.co.kr
“대량생산 방식으로 접근…돈만 쓰는 것 아냐?”
교사들의 현장 콘텐츠와 인프라 잘 어울려야
교사들의 현장 콘텐츠와 인프라 잘 어울려야
“자, 이번에는 까롬 경기를 함께 보겠습니다.”
김수창 체육교사가 동영상을 틀자 모둠별로 모여 앉은 학생들이 일제히 칠판 옆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우와!”
영상이 공개되자 곧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손가락으로 당구를 치는 식이라 ‘당구와 알까기를 더한 스포츠’로 불리는 까롬 게임에서 ‘알’이나 다름없는 까롬이 구멍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영상에서 본 것처럼 실제 경기를 할 겁니다. 힘을 조절해서 정확하게 맞히는 게 중요합니다. 소근육을 이용한 운동이죠. 무조건 세 게 치면 구멍에 들어갔다 나올 수도 있어요.”
학생들은 김 교사의 지도에 따라 까롬보드를 놓고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경기를 치렀다.
지난 8월31일. 경기도 화성시 병점중 3학년 4반의 체육수업 모습이다. 그냥 체육수업이 아니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체육수업’이다. 영어, 과학 교과에서나 이런 식의 수업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도 편견이다. 김 교사는 “각종 동작 등을 말로 설명하기보단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전에는 핸드폰을 다 갖고 오라고 해서 친구들끼리 동작을 촬영해주고 잘못된 동작을 지적해주는 시도도 해봤다”고 했다. 김 교사는 직접 파워포인트 등을 만들어서 경기도뉴스포츠교육연구회 등의 카페를 통해 동료 교사들과 교수학습자료를 나누며 이런 수업을 시도해왔다. 최근에는 천재교육에서 운영하는 ‘T셀파’(초·중·고 교사용 온라인 멀티학습지원 사이트)의 멀티미디어 자료(동영상, 사진자료, 플래시, 웹툰 등)를 이용하고 있다.
김 교사의 수업 방식은 현재 대부분의 학교 교실에서 이뤄지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교수학습 방법이다. 교사들은 스마트교육에 관심을 쏟으면서 이렇게 각종 기기를 활용해 짧게는 3분, 길게는 20분 이상 이런 수업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이하 ‘전략’)에 따르면 2015년까지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은 각자 스마트 기기를 갖고 디지털교과서를 펼쳐보면서 이런 유형의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교과부 등에서 지정한 연구학교에서는 학생들 모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교과부에서 ‘전략’을 발표하면서 현장에서는 스마트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에서는 큰 예산을 투입하고, 기업체 참여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중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교사들은 “현장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교사운동 문경민 정책위원장은 “지금 추진 전략으로 보면 단위 학교에 무선망을 깔지 않으면 스마트교육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라며 “학생 개개인에게 스마트 기기를 주고 무선망을 깔아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교사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고민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진짜 스마트교육을 위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개발하는 교수학습 방법이나 콘텐츠에 대해서도 불신의 목소리가 크다. 현장교사들은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에듀넷(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만든 교육정보 종합서비스) 등의 콘텐츠도 활용을 안 하는 분위기다. 교사 커뮤니티 기반의 공교육 활성화 기업 에듀니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스마트교육과 관련해 현장 교사 335명(초등 108명, 중등 127명, 고등 100명) 가운데 97.6%가 “멀티미디어 자료를 수업시간에 활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하는 주경로에 대해서는 33.7%(113명)가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구한다”, 31%(104명)가 “교사 커뮤니티에 공개된 교수학습자료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정부(교과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교수학습 지원사이트를 이용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6%(20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경기 ㅂ초등학교의 박아무개 교사는 “그동안 에듀넷이 있긴 했지만 자료의 질이 떨어지고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인디스쿨이나 에듀니티 등의 창구를 많이 활용한다”며 “교사들의 현장 고민에서 비롯된 콘텐츠와 정부의 인프라가 적절히 어우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양 근명여중 김대현 기술교사는 “정말 스마트교육이 제대로 실현되길 원한다면 교사한테 스마트 기기를 제대로 지원해주고, 교사 1인 당 학생수를 줄여서 수업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기기 하나를 놓고 스무 명 정도가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자기 생각도 발표하는 수업이 이뤄지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처럼 학생수는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한테 각자 스마트 기기를 주면 그걸 갖고 뭘 하는지 교사가 일일이 체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소통이 어려울걸요. 아이들도 집중하기가 어렵구요. 대량생산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그것에 맞게 시설만 커지고, 돈만 쓰게 되는 겁니다.”
교과부 교육정보통계국 교육정보기획과 이병승 교육연구사는 “교사들 차원에서도 스마트교육에 대한 여러 관점이 있는데 너무 기기 중심으로 흐르게 될까봐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우려들 때문에 교수학습 방법을 개발하는 쪽으로 가려고 노력중”이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병점중 김수창 체육교사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천재교육에서 운영하는 ‘T셀파’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수업 준비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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