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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서현, 효형출판
<건축, 우리의 자화상>임석재, 인물과사상사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이용재, 멘토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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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 큰 건물에 창문이 없고 어디에도 시계를 찾아볼 수가 없다. 건물의 구조와 환경이 철저하게 계산되어 손님들이 오로지 쇼핑에만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네모난 상자 속에 동선을 고려해서 구역을 나누고 은은한 조명과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호시탐탐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겉모습부터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잠시 현실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백화점은 그저 네모난 상자에 불과하다.
단순히 기능만 생각한다면 건축은 예술이 될 수 없다. 우리가 건축을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의 삶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편리하고 시각적인 측면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창조적 건축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집이든 미술관이든 학교든 공공기관이든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공간을 떠올려 보자.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공간, 편안함을 주는 장소, 추억이 깃든 곳은 어디인가. 건축은 이렇게 우리 삶의 모든 순간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풀과 나무를 이용해서 움집을 짓던 시대부터 최첨단 시설을 갖춘 건물에 거주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역사는 바로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 환경에 어울리면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새롭고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해 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 건축가다. 빈 공간을 채우면서도 또 다른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은 그 자체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건축이 뭐야?’라는 생각이 들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전공을 고민하는 중고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건축의 기초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이 책은 점, 선, 면에서 시작해서 공간으로 확장되는 건축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전문 용어와 이론이 아니라 원리와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건축에 흥미를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은 물론 건축에 대한 작가의 애정에서 비롯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건축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 일터, 여행지, 방문하는 장소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건축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
벽돌과 콘크리트로 된 구조물 너머에는 인간의 정신이 담겨 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등 우리의 삶이 지향하는 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건축이다. 공간을 창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고 잠자고 일하는 네모반듯한 장소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모든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실 그 자체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건축은 곧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서현은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할 결론이다’라며, 시작하는 말에서 책의 결론을 말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볼 것인지, 짓는 이의 마음은 어떤지, 건물과 도시의 관계, 건축과 이데올로기 등에 관련된 이야기는 단순히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삶의 역사이며 현재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건축이 우리 삶을 비춰 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건축, 우리의 자화상>에서 임석재는 건축에 반영되어 있는 이 시대의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언제부턴가 건축은 사람들에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후기 자본주의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어둡다. 이렇게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들 때문에 건축은 더욱 뒤틀리고 오해를 받게 되었다. 이 책은 탐욕의 포로가 된 우리들의 자화상을 아프게 꼬집는다.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건축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을 기록했다는 임석재는 고속철 역사, 관공서, 교회, 영화관, 백화점, 모텔에서 시작해서 모델하우스, 아파트, 테헤란로, 대형 의류매장, 광장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건축을 통해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우리가 짓는 건축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정신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게 하는 책이다. 건축을 바라보는 안목이나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시선으로 현실을 반성하고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통해 현실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은 즐거운 주말여행기이다. 대학원에서 건축 평론을 전공했고 다양한 건축전문 잡지사를 운영하던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 전 재산을 날리고 택시 운전기사가 되어 딸과 함께 주말마다 건축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그 여행을 바탕으로 절두산순교성지, 워커힐 힐탑바, 자유센터, 국립현대미술관 등 가까운 곳에서부터 박수근 마을, 정토사 무량수전, 탄탄스토리하우스, 해남 공룡화석지 보호가, 거제도 30평집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인물,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건축을 소개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재치 있는 표현으로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책이다. 딸과의 장난스런 대화가 삽입돼 있고 간간이 시를 소개하며 개인적인 감상을 드러내고 있어 건축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로 읽힌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4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건축은 우리 삶의 일부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그릇과 건축은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채우지 않고 비우고 덜어내며 타인과 공감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건축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더불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건축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축복이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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