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교사의 대입 나침반
인성 반영은 주로 입학사정관전형…선발 인원 전체의 15%
잠재력·창의성 등 여러 가지 고려…인성은 평가 요소 중 하나
인성 반영은 주로 입학사정관전형…선발 인원 전체의 15%
잠재력·창의성 등 여러 가지 고려…인성은 평가 요소 중 하나
대학 입시에서 인성(人性)이 반영된다. 학교폭력사태가 사회문제화 되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린 조처다. 인성 평가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러한 교과부의 방침에 일부 학부모나 수험생들 가운데는 학교폭력 관련자들은 아예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것처럼 염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일전에 이런 상담 메일을 받았다.
“선생님! 저는 중3 딸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대입에서 인성을 본다는 소식을 듣고 메일로나마 상담을 하오니 바쁘시지만 답변 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사실은 제 딸이 학교폭력사태에 연루되어, 저까지 사회봉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사회봉사를 한 것은 둘째치고, 제 딸의 앞날이 막힌 것 같아 밤에 잠도 안 오고 괴롭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여름방학 전 기말고사를 마치고 시험 답안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반 친구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ㄱ이라는 남학생이 지나가다가 그만 안경을 밟았습니다. 그 장면을 제 딸이 보고 어어! 하고 소리를 질렀고 ㄱ학생은 밟은 안경을 힐끗 보고서 아무렇지 않게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 안경은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 딸과 친구들이 떼를 지어 ㄱ학생에게 사과를 요구하였고, 주변의 남학생들은 “싸워봐! 싸워봐!” 하며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놀란 ㄱ학생은 “얼마야? 내가 사 주면 될 거 아니야! 경찰 데려 와!” 하며 소리를 질렀고. ㄱ학생의 과민 반응에 화가 난 딸의 친구들은 욕설로 대꾸를 하였답니다. 서로 분이 풀리지 않은 채 귀가한 후, 제 딸의 친구들은 카톡으로 ㄱ학생을 집중 공격하였습니다. (이때 제 딸은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이 없거든요) 문자메시지로 공격을 당해 놀란 ㄱ학생은 부모님께 이를 알렸고, ㄱ학생의 부모님은 이를 학교에 제보하였습니다.
학교의 학생부에서는 딸의 친구들에게 진술서를 쓰게 하였고, 훈계 조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학교에 소문으로 이내 퍼졌고, 다른 반 학생들도 이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방학 중 학생들끼리 ㄱ학생을 카톡으로 2차 공격을 하였습니다. 더욱 놀란 ㄱ학생의 부모님은 학교에 강한 처벌을 요구하였고, 개학 후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 딸에게는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이유, 딸의 친구들에게는 ㄱ학생을 집단으로 괴롭혔다는 이유로 일주일의 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저와 딸 친구의 부모님에게도 사회봉사 3시간의 처분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ㄱ학생은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제 딸은 ㄱ학생이 안경을 밟고서도 태연하게 그냥 지나친 것에 화가 나서 사과를 하라고 요구한 것뿐이었고 이후의 카톡 공격에는 가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ㄱ학생이 제 딸을 지목하며 처벌을 요구하여 억울하게 정학 처분을 당하였습니다. 학교폭력 관련자들은 대학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이제 제 딸은 대학교에도 가지 못하겠지요? 제 딸의 앞날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안타까워 잠이 안 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쁘시겠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학수고대하겠습니다.”
대학 입시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인성에 반영된다고 하니까 중학교 학부모님들까지도 자기 아이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학 입시의 전형요소 중에서 인성이 전부는 아니다. 대학입시는 수시모집에서 논술중심 전형/ 적성고사 중심 전형/ 학생부 교과 100% 전형/ 어학·문예, 수학·과학 등의 특기자 중심 전형/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다. 그리고 정시모집에서는 거의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한다. 이러한 전형 중에서 인성이 반영되는 것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2013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인원 대비 약 15% 정도다. 다시 말해서 인성이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는 전형이 약 85%나 된다. 그러므로 인성이 대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뿐이다.
인성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여러 전형요소의 한 부분일 뿐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의 성적 추이, 잠재력, 창의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에서 인성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면접 등으로 평가하는데 배려, 나눔, 협력, 타인 존중, 갈등 관리, 관계지향성, 규칙 준수 등이 평가요소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인성 평가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과 관련해 대입에서 고려되는 항목도 학생부의 학적, 출결사항 항목에 기재되는 사회봉사 시간, 특별교육이수 시간, 심리치료, 출석 정지일, 전학, 퇴학 처분에 대한 내용만 반영된다. 경미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서면 사과, 접촉 및 협박 보복 행위 금지 명령, 교내봉사, 학급 교체 같은 내용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에 기록되는데 3학년 것은 정시모집에 제출하기 때문에 수시모집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지난 5월3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의 징벌적 사항을 파악해 떨어뜨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는 제도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징계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후 학생의 개선된 모습이 함께 기재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재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기재되면 낙인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지만, 면접 등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반성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면 이 점도 충분히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대학 입시에서 인성이 평가된다고 너무 부담을 갖지 말도록 하자. 기존에도 인성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였으나,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학생들의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인성 평가 요소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 것뿐이라고 인식을 하였으면 좋겠다.
”학부모님! 말씀을 들어 보니까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아 있군요. 청소년기 때 싸울 수도 있고, 따끔하게 혼 한번 나고 서로 화해하면 잊힐 수도 있는 사건인데,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ㄱ학생은 한 번의 실수로 어린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로부터 무차별적으로 비난을 받고 느꼈을 심적 충격, 상실감 등 때문에 전학까지 갔다는 것을 헤아리신다면 너무 억울하게만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따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친구들과의 갈등 관리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면 오히려 값진 경험이었다고 위안을 삼으시기 바랍니다.
학부모님! 따님의 대학 입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중학교의 학생부는 대학 입시에서 반영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에서는 고교의 학생부만 제공이 됩니다. 일부 대학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심화된 평가를 위해 중학교 학생부를 제출하라는 곳도 있지만, 이는 선택이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받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고교 시절에 정학 처분을 당한 것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만 고려될 뿐 나머지 전형(논술 등 대학별 고사 중심 전형, 수능 성적 위주의 정시모집)에서는 인성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크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학교폭력 가해 전력만으로 대학 입시에서 모두 탈락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교사·EBS 입시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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