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신이준양이 대본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신양의 엄마 이진선씨는 “아이가 연예계 활동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아이가 이 활동을 정말로 좋아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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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만큼 들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꿈이 엄마의 꿈인지 아이의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엄마 생각만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련자들은 남들 앞에 나서는 연예인의 특성상 이 분야로 진로선택을 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가 연예계 진출을 꿈꿀 때 부모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좋아해야 한다
서울 대림초등학교 4학년 신이준양은 아역배우로 1년째 활동중이다. 3학년 때 롯데월드에 갔다가 우연히 캐스팅이 됐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등을 비롯해 다양한 광고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요즘은 뮤지컬 <울지마 톤즈>에 출연한다. 지난 17일 인터뷰 전날도 대구에서 공연을 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엄마 이진선씨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마냥 흥분하지 않았다. 평소 딸을 지켜봤을 때 좋아하던 활동이 뭐였는지부터 곱씹어봤다. 다행히 연기자가 하는 일이나 적성 등이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활동과 잘 맞았다. 아이의 흥미, 적성과 연계된 활동인가를 잘 살펴보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선생님 흉내 내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흔히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보려면 그 아이가 혼자 있을 때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유심히 보라고 하잖아요.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아이가 일상적으로 좋아했던 활동과 연관이 깊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제 눈에는 힘들어 보여서 안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결정적으로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했습니다. 제 행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 행복이 중요한 거잖아요. 아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활동인지를 최우선순위로 뒀습니다.”
덕분에 신양은 무대에 올라갔다 내려온 날 저녁마다 “엄마, 빨리 내일이 와서 무대 올라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모든 아역배우의 이야기는 아니다. 중견 연기기획사 매니저 김아무개 팀장은 “촬영 현장에 가보면 엄마의 꿈인지 아이의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 아이가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연기하는 시간은 그 시간대로 버리게 되더라”고 했다.
촬영만큼 공부도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라
어릴 때부터 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습권 문제가 걱정이다. 초등학교 때는 부모와 함께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해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내실 있게 운영하는 기획사의 경우, 부모 면담을 거쳐 학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의논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일단 캐스팅이 됐다고 하면 일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한다.
영화 단역배우로 활동중인 한 중학생 배우의 엄마 정아무개씨는 “어느 날, 학원에서 단역으로 캐스팅이 됐다고 연락이 와서 ‘학교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 촬영 일정이 중요하지 학교가 중요하냐’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했다.
아주 잠깐 출연하는 영화가 끝난 뒤, 학교생활이 힘들어졌다. 정씨는 “선생님이 ‘너는 뭐 그렇게 특별해서 학교를 자꾸 빠지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멀어져서 결국 자퇴를 하고 홈스쿨러로 남았다”고 했다. 정씨는 “아이가 연예계 경험을 했어도 훗날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부는 늘 기본이 돼야 한다”며 “학습권 부분은 부모가 신경을 써서 챙겨줘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연예인 사진 걸었다고 믿지 마라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아이들이 학원을 고를 땐 유명 연예인이 걸린 사진을 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속 연예인이 아닌 사람의 사진을 걸어두는 일도 흔히 일어난다.
아역배우 장아무개군은 다니지도 않았던 학원 건물에 사진이 붙어 있는 걸 보고 학원 쪽에 소송을 걸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엄마 최아무개씨는 “드라마에서 캡처를 받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걸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 학원은 심지어 중견 배우가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업계는 아이들을 아이로 안 보고 돈으로 봅니다. 잘 알려진 연예인을 ‘바지사장으로 두는 회사도 많습니다. 겉만 보고 믿어서는 큰일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드시 학원이나 소속사 등에 부모님이 직접 찾아가서 어떤 회사인지 제대로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자칫 직접 찾아가 면담을 하더라도 상술에 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업계 주변 소문도 들어두는 게 좋다.
연예기획사 들어갔다고 다 된 건 아니다
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연예기획사의 갈등은 사실 어디라도 연예기획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조바심 때문에 생긴다. 부모나 아이들 처지에서는 소속된 곳이 있으면 전문적인 정보도 구할 수 있고, 연예계 진출이 확정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한림연예예술고 김지연 전략기획실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평소 아이들한테 ‘제발 서두르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소속사가 빨리 정해지고, 데뷔를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죠. 근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실력을 쌓아두면 늦게라도 데뷔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7년 계약으로 돼 있는데 자세히 보니 군에 입대한 기간은 제외하는 걸로 해서 거의 10년을 매여 지내게 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계약을 해서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다른 분야 진로 가능성을 열어둬라
어린 시절이 진로탐색의 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신이준양의 엄마 이진선씨는 “이준이가 지금은 연기를 좋아하고 잘하고 있지만 사실 이 활동도 훗날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들한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잖아요. 이준이가 다른 분야가 좋다고 하고 잘해서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중요한 건 당장의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이 활동을 얼마나 좋아하고 행복해하고 있느냐는 게 중요하죠. 아이가 대본을 읽으면서 글을 이해하는 능력, 대본 속에 나오는 누군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중요한 진로탐색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역배우 장아무개군의 엄마 이아무개씨는 “엄마들이 이 분야에 너무 환상들을 갖고 계신데 솔직히 말해서 일종의 ‘창의적 체험활동’ 정도로 생각해도 좋겠다”고 했다.
“아이한테 ‘이 길이 아니면 안 돼’라고 부담을 주거나 주입시키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제 아들이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와이어 액션’을 해보겠어요. 연기 경험을 해보면서 촬영 현장도 직접 만나보고, 각종 체험활동도 해본다는 데 의미를 둡니다. 아이는 운동선수부터 택배기사까지 다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 나이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만약에 일반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연기를 해봤던 시간이 다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세상은 흔히 끼 있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지금 활동들이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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