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둘러보기>오강남, 현암사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7. 다양한 삶의 모습 - ⑤종교
7. 다양한 삶의 모습 - ⑤종교
<세계 종교 둘러보기>오강남, 현암사
<현대 과학·종교 논쟁>앨릭스 벤틀리 엮음, 오수원 옮김, 알마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알랭 드 보통, 박중서 옮김, 청미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인들을 떠올려보자. 나눔과 봉사를 몸으로 실천하며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모습이 정답인가, 고통과 좌절을 딛고 성공한 삶이 아름다운가, 용서와 배려를 통해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모범인가. 시인 정호승은 ‘첫눈’이라는 시에서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는 말로 타인과의 만남조차도 우연과 숙명이라는 엇갈린 관점으로 표현한다. 타인과의 만남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분노와 증오와 용서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삶의 과정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우 복잡하다.
인간의 생각과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던 인류가 발명한 것이 종교는 아니었을까. 인류학자들은 대략 500만~400만년 전쯤에 침팬지와 사람이 구별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류의 기원을 따져볼 때 종교는 비교적 최근의 발명품에 불과하지만 절대적인 삶의 기준이 되었다.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앎의 세계는 확대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종교는 우리 현대인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참된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종교는 서로 증오와 반목으로 인해 전쟁과 살육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종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이 오강남의 <세계 종교 둘러보기>다. 왜 이웃 종교를 알아보려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강남은 ‘실존적 관심, 지구 윤리적 관심, 인문학적 관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다양한 종교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종의 우열을 가릴 수 없듯 종교도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다만 다양한 종교를 통해 인류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 우리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을 뿐이다. 종교를 ‘엄청나고도 매혹적인 신비’라고 정의한 독일의 종교학자 루돌프 오토의 말을 빌리자면 종교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일은 인간 삶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매혹적인 것을 고민하는 황홀한 경험이다.
오강남은 이 책에서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와 시크교, 유교, 도교, 신도,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동학 등 12개의 종교를 보여준다. 각 종교의 발생과 기원, 특징과 교리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단순히 다양한 종교에 대한 소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종교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독자 스스로 발견하게 해준다. 이는 어떤 종교도 다른 종교와 완전하게 독립되어 존재할 수는 없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 발전해왔다는 말이다. 즉 종교는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인간의 삶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왔다. 11년 전 마치 전쟁영화를 감상하듯 전 세계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하는 장면을 바라만 봐야 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중동을 즉각 침략했고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과 종교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누가 먼저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테러와 전쟁의 원인을 단순히 종교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지만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종교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현대 과학·종교 논쟁>은 종교와 과학의 오래된 갈등과 그 화해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영국의 인류학과 교수인 앨릭스 벤틀리가 수십명의 사회학자, 자연과학자, 신학자, 인류학자들의 견해를 모아 엮은 책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졌던 ‘과학과 종교’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 ‘과학은 사실을 다루는 반면 종교는 의미를 다루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기능하므로 충돌할 필요가 없다’는 진화론자 도브잔스키의 견해에 따르면 이 책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사실과 의미가 무관한 것은 아니며 종교와 과학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윈이 그려진 10파운드짜리 지폐를 사용하는 영국 인구의 절반이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실제로 3분의 1 이상의 영국인이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을 믿는다는 조사결과가 오늘날의 현실을 말해준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종교와 과학은 여전히 논쟁중이며 이 책은 그 둘의 역할과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하게 한다.
과학과 종교의 논쟁이 무신론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종교는 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일신교 전통이 강한 서양사회에 대해 특유의 재치와 통찰을 보여준다. 공동체, 친절, 교육, 자애, 비관주의, 관점, 미술, 건축, 제도 등의 주제를 가지고 종교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무신론자는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논리와 이성으로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종교와 화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종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낙관적이고 유쾌한 태도로 종교를 받아들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요구하는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는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교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도구이다. 무신론자 역시 종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종교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종교간의 대화 없이 종교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한스 큉의 말은 종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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