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통하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인정해 주고 약간 거리 두고 지켜봐야 현명
그 마음은 충분히 인정해 주고 약간 거리 두고 지켜봐야 현명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 생물학적으로 이성교제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친밀함의 대상이 부모에게서 자기 또래의 친구들에게로 옮겨가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청소년기 아이들이 이성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고 푹 빠져드는 것은 본능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무엇보다 이 시기 이성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고민은 가볍게 보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진실된 마음이다.
학창 시절 좋아하는 이성이 있었던 부모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방 속에 이름을 가득 적어 두고 몰래몰래 보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기도 했고 그날의 즐거움과 우울함 모두가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결정되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 느낌과 생각이 얼마나 강하고 중요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된 지금 우리는 어떨까?
“지금은 공부할 때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가 무슨 벌써부터 남자친구야… 그랬다간 넌 죽도 밥도 안 될 거야.” 무조건 반감을 가지고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또는 “조금만 참으면 좋은 대학에 가서 더 예쁜 여자친구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들의 열정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자녀의 핸드폰이나 일기를 훔쳐보며 혹시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감시하기도 한다.
이성 친구를 사귀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학생의 본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까 걱정스런 마음에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부모가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막으면 막을수록 더욱더 빠져드는 것이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음지로 빠져들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무조건 그만두라며 강요하지 말고 인정하고 허용하되 아이가 반감을 가지지 않는 선에서 관여를 해야 한다.
아들의 핸드폰 문자메시지에 여자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등장했을 때, “너 좋아하는 여자친구 생겼니? 한번 집에 데려와” 같은 부모의 반응은 특별히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피하고 숨으려고 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모르는 척해주면서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경우 부모와 평소 소통에 문제가 없던 아이라면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것이다. 묻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엄마 여자들은 참 이상해. 자꾸만 잔소리하고 참견을 해. 귀찮지도 않나 봐. 여자들은 왜 그러는 거야? 물론 나랑은 아무 상관없지만”이라고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그럼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여자들이 그런 면이 좀 있긴 하지. 엄마도 너희만할 때는 그랬던 것 같아. 그런데 귀엽지 않니? 관심이 있으니까 잔소리도 하는 거야”라고 반응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엄마, 다음주에 우리 집에 친구들이 오는데, 거기 여자애도 있으니까 간식 좀 준비해줘”라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 가까운 곳에서 아이의 이성 친구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어느 순간 아이는 “엄마, 나 오늘 영석이랑 깨졌어… 다시는 걔 안 볼 거야”라고 엉엉 울면서 부모의 위로를 구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엄청 속상하지… 실컷 다 울고 얘기해보자”라고 말하면 된다.
자녀의 이성 친구 문제를 부모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인정하고 지켜보면서 필요한 지원과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잔소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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