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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십대 자녀와 ‘아름다운 거리’가 필요하다

등록 2012-10-15 13:30

내 아이와 통하다
품안에 품지만 말고 아이 놔줘야
필요할 땐 달려갈 준비는 해놔야
십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른과 아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른 같은 대접을 받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원할 때는 아이처럼 도와주기를 희망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그냥”이라 말하며 피하고, 심부름을 시키면 “왜 나만 시켜”라고 불평하고, 시험이 코앞인데도 누워서 티브이만 보고 있고 심지어 엄마 아빠 마음도 몰라주고 구박까지 하는 십대 아이들…. 과연 이런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지 부모로서 걱정과 두려움을 놓을 수가 없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십대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족함투성이이면서 부모의 손을 급격히 뿌리치려 할 때, 부모는 일단 아이를 놔주어야 한다. 계속 품안에 안고 통제하고 싶겠지만 아동기와의 방식과는 헤어져야 한다. 아이와 아름다운 거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부모의 소망과 애정 어린 관심이 아이에겐 자기중심적인 욕심이나 간섭으로 느껴지면서 반항심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 일에 전혀 상관을 하지 말거나 등을 돌리고 살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부모의 물질적·정신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활동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면서도 수많은 질문으로 다그치지는 말아야 한다. 또한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고 싶어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라도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아이가 원할 땐 언제라도 부모가 준비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십대의 부모 노릇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십대의 열병은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십대는 부모와 아이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십대 자녀들은 나름의 매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풍부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득실보다는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잣대를 대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엉뚱한 행동을 하게 하고 순수한 마음이 부모나 사회에 반항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아이를 이해해 주고 자라는 내내 사랑을 잘 표현해 주고 아이와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 준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자신의 십대가 행복한 시기였음을 기억하고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세상과 아이들이 많이 변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어떤 부모인지는 변함이 없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고 이 거친 세상에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더 잘 준비시키려고 노력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좋은 부모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 방법과 기술이 좀 달라졌을 뿐이다. 그간의 글들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부모 역할을 좀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마음에 와 닿는 말과 행동이 있다면 이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연습할 것을 부탁한다. 감성이 앞서는 부모 자녀 관계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다짐과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리며,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십대를 행복한 마음으로 충분히 즐길 것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잔소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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