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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 중·고교 ‘두발 가위질’ 부활…인권조례 무력화

등록 2012-10-30 20:28수정 2012-10-31 09:52

학교 88% ‘두발제한 학칙’ 여전
조례 공포뒤 단속 자제해왔으나
곽 교육감 퇴진 뒤 두발지도 재개
이대영 대행은 “학교 자율” 방치
“이 권한대행 직무유기” 비판일어
서울지역 대부분의 중·고교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하고 있는 두발 제한 규정을 학칙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물러나면서 두발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에 따라 서울지역 초·중·고 1292곳을 대상으로 학칙 제·개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53.5%에 해당하는 691곳의 학칙에 두발 제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교는 379곳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333곳이, 고등학교는 317곳의 89%인 282곳이 두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도 596곳 가운데 71곳이 학칙에 두발 제한 규정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공포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복장·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조례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서는 오히려 이대영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은 지난 9월 말 이후 ‘교문 지도’가 강화되고, 학생들의 두발이 규정에 어긋날 경우 그 자리에서 자르는 ‘두발 가위질’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도봉구 ㅅ중에선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가 등교 시간에 교문에서 학생 20명을 적발해 머리를 직접 가위로 잘랐다.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 한 학부모는 “생활지도부장이 머리에 ‘가위질’을 해오다가 올해 초 인권조례가 공포된 뒤에는 자제해왔는데, 9월 말 이후부터 두발 단속도 강화하고 가위질도 재개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ㅇ고 역시 최근 교문 지도가 강화됐다. 이 학교 한 학생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인권교육센터에 전화해 “이대영 권한대행이 언론 인터뷰에서 ‘학칙 제·개정을 학교 자율에 맡기겠다’고 말한 뒤 선생님들이 ‘거지 같은 머리 이제 끝났다’ ‘이제 긴 머리 하고 오면 알지?’라고 말하며 교문 지도를 엄격하게 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학생인권조례가 끝난 거냐”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 인권조례가 무력화한 데에는 이대영 권한대행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부가 지난 8일,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칙이 제·개정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라고 17개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을 서울시교육청은 그대로 학교에 내려보냈다. 이 공문은 ‘두발 관련 사항’ ‘용의복장 관련 사항’ 등이 학칙에 있는지 조사하도록 해, 일선 학교에선 사실상 두발·복장 규제 유무를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시교육청 산하 인권교육센터는 “학교 현장에서 혼란스러워하므로 ‘학칙은 학생인권조례에 맞게 제·개정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설명을 덧붙이자”고 요구했지만 이 권한대행은 이를 묵살했다. 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도 지난 18일 “시교육청의 공문 발송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는 위법 행위”라고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이 권한대행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3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칙 제·개정 때 학생인권조례에 맞춰야 하느냐’는 질문에 “상위법인 시행령을 따르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상희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교수)은 “학생인권조례는 이미 공포돼 시행되고 있고, 교과부가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은 아직 판결 전이므로 교육감은 시의회의 명령에 해당하는 조례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는지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한다”며 “일선 학교 대부분이 조례를 어기고 있는데 교육감이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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