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새로 지어주고 문화교류도 가져
홈스테이 하며 현지인들과 친밀감 높여
홈스테이 하며 현지인들과 친밀감 높여
“짜이, 파이, 짜이, 짜이!”(왼발, 오른발, 왼발, 왼발!)
“파이, 짜이, 파이, 파이!”(오른발, 왼발, 오른발, 오른발!)
“아 유 레디? 아잉(오빤) 강남스타일! 뮤직~~ 스타트!!”
10월27일 오전,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160㎞ 지점, 버스로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꽝닌성의 리엔호아 마을. 한 가정집 마당 한편에 즉석 댄스교실이 열렸다. 한국의 학생들이 베트남 학생에게 요즘 가장 잘나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가르쳐주고 있다. 학생들은 휴대폰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오른발 왼발을 번갈아가면서 가볍게 뛰고, 한 손을 위로 돌리는 ‘말춤’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처음엔 쑥스러운 듯 망설이던 베트남 학생들이 열정적인 강사(?)들의 몸짓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학생들이 주변에 한두 명씩 모이면서 한국-베트남 합동 댄스공연이 돼버렸다.
주춤거리는 베트남 학생들을 끝까지 붙잡고 춤을 알려준 울산 호계고등학교의 김도경(18)양은 “원래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해 왔는데,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줄 수 있어서 더 재밌고 신난다”고 말했다. 이들이 준비한 공연은 ‘대한민국청소년자원봉사단’의 문화교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청소년자원봉사단은 지난 2002년부터 해외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5개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월25일부터 9박10일의 일정으로 떠난 이번 봉사활동은 여성가족부 산하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전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협의회가 공동주관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지원했다.
베트남의 경우 올해 부산, 경남, 울산 팀이 각각 박닌의 수완라이 마을, 박장의 흥선 마을, 꽝닌의 리엔호아 마을 지역으로 나뉘어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자원봉사를 했다. 베트남 쪽에서는 공산당 중앙청년당이 주도하는 베트남 국제개발센터에서 협력해 지원 활동을 했다.
그중 꽝닌의 리엔호아 마을은 ‘해외봉사단’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 외국인을 처음 본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27일 아침, 마을 한쪽이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이 벽돌을 나르고 삽으로 흙을 퍼 나르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할머니 자매가 사는 집을 다시 지어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아이들은 기공식에 참여한 뒤 터를 다지고 자재를 옮기는 일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근처에서 30여명의 베트남 해군 병사들도 지원을 나와 함께 일을 도왔다.
한쪽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던 울산 범서고등학교 이건호(18)군은 “해외 봉사는 처음인데, 교내 봉사동아리 부회장으로 평소에도 봉사를 많이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교감하고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면 신기하게도 서로 알아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홈스테이를 하는 집 주인의 딸이 한국으로 시집을 가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을 더 반갑게 맞아주고 잘 대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봉사단은 5개국 전 지역에서 모두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꽝닌 지역 담당 지도자인 울산청소년활동진흥센터 김은정(26)씨는 청소년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단순히 봉사만 하다 가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유익한 경험이 됐으면 한다. 아이들이 너무 편하게 지내다보니 이곳 환경이 많이 열악하게 느껴질 거다. 그래도 불편을 감수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홈스테이로 현지인들과 친밀감도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체생활도 처음이고 가족이랑 처음 떨어진 아이들도 많다. 초반에는 놀러 오는 것처럼 혼자 들뜨고 자기중심적이라 약속시간에 늦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걸 보고 자신도 도움을 받으면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도 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도자들은 실제로 그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함께하는 문화를 미리 얘기해주고 아이들이 식사 준비나 설거지도 직접 하게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베트남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옆에 와서 알려주며 우리 학생들과 알콩달콩 나물도 같이 다듬고 음식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이들은 문화교류로 음악을 직접 편집해 태권무와 케이팝 공연을 하고 베트남 이름을 한국말로 발음해 비슷한 단어로 베트남 아이들에게 한국 이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도 축제 형식으로 같이 즐기며 한국과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이번 봉사기간 동안 우리 학생들은 각 지역에서 티셔츠 만들기, 한글과 민요 가르쳐주기, 연 만들기 등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고, 베트남인들은 지역 전통노래인 ‘꽌호’ 가르쳐주기, 사원에서 하는 축제와 유적지 방문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특히 봉사단 학생들은 학기 중이고 봉사시간으로도 인정되지 않지만, 학교를 결석하고 참여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교내 봉사동아리 회장이기도 한 김도경양은 집안에 장애를 가진 친척이 있어서 어릴 적부터 그쪽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남을 돕는 게 일상생활이 됐다. “제가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는 게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좋아하게 되고 확실한 꿈도 갖게 됐으니까요. 앞으로 사회복지나 유아특수 관련된 학과에 가서 공부하고 일도 할 거예요.”
그는 전생에 베트남에서 태어났는지 내 나라 같고 음식도 잘 맞으며,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밝게 웃었다. “평소 봉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곳에서도 몸 바쳐 올인중”이라는 그는 매사 밝은 표정으로 봉사를 한다기보다 신나게 노는 것처럼 보였다.
김양에게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배우며 열심히 따라하고 식사준비를 하며 신나게 수다를 떨던 베트남 학생 란(17)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아는 건 드라마에서 본 게 전부였다. 그는 “외국인과 오래 대화하는 것도 처음인데 한국 사람이 너무 친절하다”며 “영어로 서로의 나라에 대해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베트남어랑 한국어도 서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동안 베트남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지역의 유적지도 소개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꽝닌성 청년당 부서기인 히엔(30)은 “이 마을은 꽝닌성에서 가장 어려운 마을 중 하나다. 봉사단이 새로 지어주는 집의 할머니 자매도 돌봐주는 가족은커녕 일할 힘도 없어서 힘든 처지에 있다”며 “봉사단이 도움을 주겠다고 해외에서 찾아와줘서 주민들도 기쁘게 생각하고 홈스테이를 자처했다. 또 청소년들도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풍습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다. 이 기회에 베트남과 한국이 서로 이해하고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베트남의 경우 박장은 유치원에 교통공원을 지어주고, 박닌은 유치원 주방을 짓는 작업, 꽝닌은 저소득층 가정의 집을 지어주는 작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몇 년간 방문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게 된다. 또 베트남은 베트남 청년당원들이 한국 학생들과 ‘일대일 버디(친구)’를 맺어서 활동하는 동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지난 10월27일 베트남 꽝닌의 리엔호아 마을의 한 가정집 마당에서 한국 학생들이 베트남 학생들에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가르쳐주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전 저소득층 가정집을 다시 지어주기 위해 한국 학생들과 베트남 해군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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