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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돌봄서비스 많은데 사건은 왜 터지나?

등록 2012-11-12 10:24수정 2012-11-12 16:25

지난 10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주최로 열린 18대 대선 아동정책 발표회현장 모습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0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주최로 열린 18대 대선 아동정책 발표회현장 모습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각 부처별 정책, 서비스 누락과 중복 심해
통합과 조정 필요, 촘촘한 돌봄으로 가야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성태숙 정책위원장
성태숙 정책위원장
성태숙 정책위원장
청솔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고교생 박군한테 센터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박군은 중학교에 다닐 때처럼 게임중독자가 되어 ‘은둔형 외톨이’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철희 센터장은 그런 의미에서 박군을 ‘운이 좋은 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 방과후 돌봄 관련 사업이 없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지역아동센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초등돌봄교실, 여성가족부에서는 방과후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들이 있음에도 돌봄 부재가 낳은 어린이, 청소년 문제는 지속적으로 터진다. 박군처럼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 있거나 밤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있다.

지난 10월10일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이하 전지협)에서는 그동안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 돌봄정책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I(아이)와 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제18대 대선 아동정책 제안서’를 내놨다. 10월25일에는 지역아동센터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전지협 성태숙(사진) 정책위원장을 만나 전지협이 내놓은 제안서를 비롯해 아동 청소년 돌봄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아이)와 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정책 제안서를 내놨다. 배경이 뭔가?

“돌봄 서비스라는 건 아동한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아동을 포함해서 가족 문화를 지지하는 서비스다. 특히 노동의 유연성과 맞물려서 기본적인 서비스로 제공돼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에서 돌봄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자꾸 사건사고가 생길까? 부처별로 개별 사건 대응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정책을 내놨던 탓이다. 부처마다 돌봄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돌봄 서비스의 중복과 누락도 심하다. 예산도 다르다. 대부분의 아동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돼 지자체에 따라 편차도 발생한다. 현재 체제로는 아동이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 주위에 어떤 서비스가 있느냐, 어느 지역에 사느냐 등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문제제기를 하게 된 거다.”

-지역아동센터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어떤 내용인가?

“운영비를 현실화하고, 종사자 인건비 규정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신규로 센터를 개설하면 24개월이 될 때까지 정부 보조금이 없다. 운영비를 지원받으려면 진입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국가에서 정한 전문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일하고 있지만 인건비 지급에 대한 규정도 마련이 안 돼 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둘이 결혼을 하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방식의 정책과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보나?

“돌봄에 관해 예산을 편성할 거면 중앙에서 지역에 배분을 한 뒤 각 지역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워서 어떤 돌봄이 어떻게 필요한가 판단해서 알아서 나누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교과부에서 중앙예산을 배정하면 교육청별로 예산이 가고, 교육청 안에서도 지역별 교육청으로 또다른 배분을 한다. 그런 식의 행정전달 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 부처는 각각 자신들이 하는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말을 한다. 현장에 있는 우리가 기대하는 건 최소한의 정리다. 각자의 사업들을 확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방과후 돌봄은 소득에 따른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어떤 가정환경에 있든, 어떤 지역에 있든, 어떤 욕구를 갖고 있든 간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고 공부할 권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가정환경, 돌봄 욕구, 연령, 아동 특성에 따라 돌봄시설을 유형화하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지역아동센터를 운영중이기도 하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있을 것 같다.

“학교를 며칠 동안 안 가는 초등학생이 있어서 중학교 다니는 선배한테 데리고 가라고 했다. 그 중학생은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졸업했다. 근데 가기 싫다고 한다. 가면 일부 선생님들이 자기보고 뭐라고 욕을 한다는 거다. 물론 그 중학생이 질이 좋은 아이라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아이를 보고 일부 교사들은 ‘너 무슨 삥을 뜯으러 왔냐?’고 말한단다. 그렇게 표현하면 아이들은 그야말로 확 돌아버린다. 같은 말이라도 ‘너 졸업해서 잘 다니니?’ 이렇게 말해줘야 하는 아이들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도 아이를 감시한다. 하지만 정말 조심스럽게 한다. 그냥 ‘담배 피웠냐?’가 아니다. 안아보면서, 얼굴에 뽀뽀하면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살펴본다. 아이를 붙잡고 ‘너 이놈, 담배 피웠지?’ 하면 말을 듣겠나.”

-과거에 교육은 돈이 없는 사람들한테 성공으로 향하는 유일한 탈출로였다. 못살아도 공부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교육이 더 이상 계층상승의 통로가 아니라는 게 너무도 뻔해졌다. 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니까 부모들이 어려워도 교육만큼은 시키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어렵게 대학에 가도 희망이 없잖나. 그러잖아도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인데 굳이 공부를 하라고 할 이유가 없어졌다. 차라리 아이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아이로 놔두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이들한테 교육에 대한 미래 비전을 안 심어주는 세상이다. 어차피 현실에서 만족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은 종종 게임에 빠져든다. 그 속에서는 적은 돈으로 뭐든지 살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나. 그러려면 현실이 조금이라도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근데 어른들이 무슨 배짱으로 환경이 어렵고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한테 함부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속이 없어서 아이들한테 학교에 가자고 그렇게 빌고 있는 게 아니다. 현실에 조금이라도 붙들어 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다.”

-해외의 돌봄 시스템은 어떤가?

“우리나라와 해외는 비교하기 어렵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돌봄 시스템이 있고, 외국에는 없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외국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집에 일찍 온다. 가족수당도 있다. 우리한테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 가세가 기울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구조 아닌가. 또 일자리 사이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 회생의 기회도 없다.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끝이다. 외국과 비교를 하려면 그런 노동환경부터 비교가 돼야 한다.”

-현재 교과부, 여성부, 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서 돌봄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세 부처 가운데 어떤 부서에서 돌봄 정책을 담당하는 게 맞다고 보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교과부 소속으로 가더라도 학교 안과 학교 밖에 센터가 모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교과부 소속이 되면 센터가 학교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센터에서 돌볼 수가 없다. 아이들의 삶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이뤄진다. 지역사회에서 삶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동전담 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경우는 아동부 산하에 아동의 교육, 아동의 여가 담당 부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를 해도 아동 따로 청소년 따로 잡는다. 분절적으로 연구하고,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다. 돌봄은 촘촘하게 중단 없이 이뤄져야 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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