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일, 서울시청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린 청소년 300인 원탁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고교생 300인 원탁토론…전국 42개 지역서 참여
가장 많이 뽑은 정책은 ‘청소년 활동 공간 확충’
가장 많이 뽑은 정책은 ‘청소년 활동 공간 확충’
질문 청소년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낮추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여학생1 “행복의 척도가 학벌과 등수로 매겨지는 경쟁사회요.”
남학생1 “청소년들을 강압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에요. 그런 인식 때문에 청소년의 사회참여도 낮을 수밖에 없어요.”
여학생2 “그것도 그렇지만 저에게 지금 가장 힘든 건 교사나 부모들 모두가 공부만 외치는 거에요. 아이들이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잘살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에 가야하고 그러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공부에만 올인 하라고 하죠. 이건 학벌중심의 사회 때문이에요.”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 7~10명의 청소년들이 테이블에 모여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 300인 원탁토론에 나온 이들은 ‘청소년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토론 질문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의 주제는 ‘청소년이 꿈꾸는 교육, 청소년이 희망하는 대한민국을 말하다!’로 2013 새로운 교육실현국민연대와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주최했다.
전국 42개 지역에서 총 339명이 신청해 252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토론은 10명씩 한 모둠이 되어 3가지 의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으로 20분씩 토론한 후 의제에서 가장 시급하고 우선순위의 정책을 3개씩 선정했다. 이후 전체 학생들이 뽑은 정책 상위 5개를 선별해 발표하고 총평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원탁토론에 들어가기 전 주제에 대한 사전발제가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학생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청소년 삶의 질과 행복’이란 주제로 발제한 서울 이화외고 김채연(17)양은 “청소년은 어른과 아이의 중간에 어정쩡하게 있어서 의견을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항상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가 요구하는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의 이현고 주혜민양(18)은 ‘교육과 입시제도’에 관한 주제로 소신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점수, 등급, 대학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게 청소년의 삶이고 그 원인은 불평등한 교육현안”이라고 꼬집으며 “수준별 심화수업, 대학탐방, 논술수업, 독서실 사용 등이 일부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에게만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다양한 진로모색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북 군산에 위치한 군산여고 김시아 양(18)은 ‘지역사회 청소년 참여와 문화’를 주제로 “청소년도 시민이다.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대부분의 학교에서 권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청소년 정책이 무엇인지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정작 알 수 없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또 “청소년은 멘토가 중요한데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나 진로 모색 프로그램이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격적인 토론은 신호등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호등토론이란, 각각의 입장에 색깔을 미리 정해놓은 뒤, 주제에 따라 본인의 주장 및 근거를 이야기하고 제시된 입장 중 자신의 의견에 해당하는 색깔의 종이를 드는 방식이다. 첫 번째 주제는 ‘청소년 삶의 질과 행복: 인권과 복지’였다. 참가자 대부분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학벌중심의 경쟁사회’ 입장을 선택하며 비판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나 생활을 비교해가며 공감하고 때로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도 한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정해진 시간을 넘길 정도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주제토론을 일찍 끝낸 모둠은 즉석에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미니 토론을 끌어내기도 했다.
두 번째 토론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우리 교육과 입시제도의 문제점으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를 꼽았다. 한 여학생이 “내 친구는 한 달에 영어 60만원, 수학 70만 원짜리 과외를 받고 시험기간에는 하루 4시간씩 과외선생이 일대일로 붙어있다. 나도 과외를 받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 받는데…”라고 말하자 다들 교육도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입학사정관제로 사교육이 늘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교비평준화 폐지, 수능 폐지와 대입자격고사 실시, 교과목 집중이수제와 야간 자율학습, 0교시를 없앨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지역사회 청소년 참여와 문화’가 주제였던 마지막 토론에서도 참가자들의 의미 있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여학생은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기존 교복 말고 편한 생활복을 입을지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학부모회의에서 찬반 투표해서 무산시켜버렸다. 이런 사실도 우린 나중에 알았다. 학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책을 정작 당사자들이 참여하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어릴 때부터 정치참여를 많이 하면 정치에 관심도 갖고 투표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 거다”고 얘기했다. 이에 옆에 있던 학생도 “맞다. 청소년 정책과정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말에 전단지 알바를 하는데 1500부 하기로 했는데 2000부를 주면서 1500부라고 속이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있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데 어디에 얘기해야 하는지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탁토론 결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뽑은 청소년 및 교육정책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활동 공간 확충’이었다. 그 다음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개발할 수 있는 ‘진로탐색프로그램 확대’, 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을 보장하는 ‘아동·학생·청소년 인권법 제정’,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직업 체험장 및 진로개발센터 운영’, ‘고졸취업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차별금지’가 뒤를 이었다.
강원도 원주의 원주여고에 다니는 김보경 양(18)은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 왔는데, 나랑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도 많고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도 많다는 걸 느꼈다. 또 청소년 문화나 정책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책 분야가 어려워서 확 와 닿지는 않지만 앞으로 선거 때 우리의 이야기가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탁토론을 담당한 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팀 조영 간사는 “하루아침에 변화가 생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당사자로서 자기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장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고민을 친구들과 나누고 교육이나 정책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평불만이나 일방적 주장만 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을 인식하고 나름의 대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아이들 대부분이 이번 대선후보의 교육 정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공부하기도 바쁜데 신문이나 뉴스 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아이들의 바람은 비슷했다. 교육현실의 변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줄세우기,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없애주고, 교육다양화를 시켜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달라고 외쳤다.
한 학생의 말은 현재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줄탁동시’란 말이 있다.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쪽을 부리로 쪼고, 동시에 어미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걸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지금 청소년에게는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병아리는 청소년이고, 어미닭은 어른과 지역사회다.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빛을 발하고 자신의 인생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안과 밖에서 조화롭게 쪼아주는 게 중요하다.”
글 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 조국 만난 이효리 “회사에서 인터뷰하러 간다고 울상”
■ 사퇴 이해찬, 안철수에 뼈있는 말…“정말 새로운 정치 해달라”
■ 김광준 비리 캘수록 눈덩이…검찰, 수사 연장 검토
■ 이시형씨 전세금 일부 ‘구권’…누구 ‘현금 다발’서 나왔나
■ ‘80억 횡령’ 여수시청 공무원 ‘패가망신’
■ ‘리설주 패션’은 ‘샤넬 스타일’
■ 20대 섹스의 경제학
■ 조국 만난 이효리 “회사에서 인터뷰하러 간다고 울상”
■ 사퇴 이해찬, 안철수에 뼈있는 말…“정말 새로운 정치 해달라”
■ 김광준 비리 캘수록 눈덩이…검찰, 수사 연장 검토
■ 이시형씨 전세금 일부 ‘구권’…누구 ‘현금 다발’서 나왔나
■ ‘80억 횡령’ 여수시청 공무원 ‘패가망신’
■ ‘리설주 패션’은 ‘샤넬 스타일’
■ 20대 섹스의 경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