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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빨리, 많이 시키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

등록 2012-12-31 11:31

서유헌 교수는 우리의 뇌가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게 발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서유헌 교수 제공
서유헌 교수는 우리의 뇌가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게 발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서유헌 교수 제공
인터뷰 l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 발달,
억지로 시키면 뇌도 과부하
인간의 뇌 모두 달라
어떤 뇌 발달했는지 함께 찾아야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감정과 본능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요. 어른들은 무조건 빨리,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됐어요.” 한국뇌연구원 원장이기도 한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9월 학생정신보건 국제콘퍼런스에서 ‘선행학습과 뇌발달’을 주제로 학술발표를 했다. 교육은 100% 뇌가 하기 때문에 뇌발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적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를 지난 21일 만났다.

-먼저 우리의 뇌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뇌발달이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달라.

“쉽게 말해 우리 뇌는 3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은 건강과 관련이 있고, 2층은 감정과 본능을 컨트롤하는 기능이 있다. 3층이 지의 뇌로 이성을 담당하는 뇌다. 직접적으로 공부와 관련이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3층 뇌에서 공부가 잘되려면 건강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1층과 2층이 제대로 발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의 뇌발달에 따라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뇌는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가 도드라지게 발달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2층에 있는 전두엽은 2, 3살 때 가장 빠르게 발달하는데 그때 부모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즉 지적인 암기교육보다 인성 위주의 감성과 도덕성 교육을 해야 한다. 전두엽이 발달하게 되면 자기의 감정을 적절히 컨트롤하며 동기부여를 하거나 뭔가에 집중하고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유치원 교육은 지적인 선행교육만 한다. 아직 뇌 회로가 발달도 안 된 부분에 치중해봤자 별 효과가 없다. 초등학교 때가 돼야 언어를 관장하는 측두엽과 과학, 수학처럼 입체공간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두정엽이 발달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기가 즐거워서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요즘 부모는 아이의 감정과 본능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들 감정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살만하니? 오늘 즐겁게 보내다 왔니?”라고 물어야 하는데, 항상 “몇 점 받았니? 공부는 많이 했니?”만 묻는다.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해서는 부모가 자기 뜻대로만 밀어붙이지 말고 함께 앉아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대화를 나누며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뇌가 우리의 삶이나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뭔가?

“뇌가 건강하지 못하면 만병에 걸리고, 즐겁지 않으면 회로도 다 닫힌다. 학교에 가도 재밌는 게 없으니, 공부는 안 하고 약한 애를 때리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남을 좌우한다는 것에 충족감을 느껴서 계속 괴롭히게 된다. 특히 유아기에 감정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나중에 정신적 장애를 겪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 이상이 우울하다, 재미없다고 대답한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요즘 사교육 시장에서 선행학습이 대세다. 아이들에게 과잉된 선행학습이 안 좋은 이유가 있다면 뭔가?

“우리의 뇌는 최고 19, 20년이 돼야 기본 발달이 이뤄진다. 이후에도 일생에 걸쳐 끊임없이 발달하고 쇠퇴한다. 노력을 안 하면 죽지만 너무 빨리 하면 나중에 지쳐 죽는다. 선행학습도 마찬가지다. 예습은 하루 전날이나 수업 직전에 해야 하는데 우리는 예습을 10년 일찍 한다. 빨리, 많이 시키면 무조건 좋고 성공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무자비하게 뇌발달에 맞지 않는 강제교육, 선행교육을 억지로 시키면 뇌도 과부하가 된다. 뇌는 지치면 작동을 안 한다. 회로가 발달하는 것에 맞추어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그에 따라 뇌 회로가 알맞게 작동한다. 어릴 때는 지적인 회로를 너무 많이 발달시키면 안 된다. 회로는 아주 가는데, 과부하가 되면 뇌 회로가 망가진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모들은 보통 ‘우리 자식은 안 그래’라고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학교폭력, 성폭력, 인터넷게임 중독이 늘어나고 아이들이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에 걸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또한 70억 인간의 뇌는 다 다르다. 아인슈타인은 두정엽 천재라고 불렸으며, 위대한 예술가는 대부분 전두엽, 측두엽이 발달돼 있다. 이 때문에 옆집 애는 물론 형제자매 간에도 뇌가 다를 수밖에 없다. 뇌가 똑같다면 비교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비교하면 안 된다. 옆집 애가 잘하는 게 있으면 우리 애도 잘하는 게 있다. 학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어떤 뇌가 발달했는지,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적성을 알아주는 것이다. 대부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지만 다를 수도 있다. 그걸 옆에서 함께 발견해 주며 보호자이자 조력자가 돼 주는 게 그들의 임무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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