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온 데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갖고 있다. 미지센터 제공
명동에서 외국인들 모아 즉석 한류공연을 벌이기도
다른 나라의 일, 우리 일처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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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서울시립청소년국제문화교류센터(이하 미지센터)에서 ‘미지 온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국제교류 분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는 행사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국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 간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본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있다. 이날은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의 봉사 동아리를 비롯해 학생 30여명이 참여했다.
먼저, 참가자들 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아이스브레이킹은 그룹 구성원들끼리 서로 친밀감을 쌓게 도와주는 워밍업 게임으로 사적인 정보, 예를 들면 취미나 관심사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시간이다. 학생들은 각자 그룹을 나눠서 1인당 한 장씩 나눠준 종이에 적힌 주제를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주제는 선생님, 이성 친구, 지각 등 소소한 학교생활부터 꿈, 대학입시와 같은 진로, 국제교류, 전쟁, 언론, 빈곤 등 국제·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을 말하는 동시에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며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이후 청소년 활동 사례 시간에는 현재 청소년운영위원회(이하 청운위) 소속 학생이 그동안 자신이 했던 국제문화교류 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지센터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참여 가능하며, 센터 홍보나 프로그램 모니터링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행사를 기획·운영하는 일을 한다.
신건희(21)씨는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공연예술팀에 속해 있다. 한류문화 공연을 기획해 명동에 나가서 즉석에서 외국인들을 불러 모아 함께 공연도 벌이고, 청소년 국제교류기획캠프를 꾸리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신씨는 “스펙을 쌓거나 상금을 타려는 마음으로 참여하면 재미가 없다.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외국인한테도 먼저 다가가는 경험과 용기도 생기게 됐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재미가 있고, 나중에는 굉장히 도움도 많이 됐다”고 얘기했다.
특히 청운위에서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국제교류기획캠프는 이날 많은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매해 1월 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며 올해는 식량, 자연, 건축, 역사, 언론, 교육, 스포츠, 공연예술, 패션 등 9가지 주제로 3박4일간 진행된다. 캠프에서는 팀을 나눠 각 주제와 관련된 국제교류 프로그램 기획안을 쓰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사전에 2주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강의를 듣는다. 본캠프 때는 각 주제에 대해 관련 기관 인터뷰나 길거리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자료를 찾거나 공부를 하고 직접 기획안을 작성한다.
이번 캠프를 기획하는 서울 은평고등학교 김혜원(18)양은 “국제교류가 꼭 외국에 나가고 외국인을 만나야만 가능한 게 아니다. 다른 나라의 일을 우리나라 일처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국제교류가 시작된다”며 “우리나라 안에서 우리들끼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많다. 국제교류기획캠프도 청소년들 스스로 그런 일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때 아프리카 기아 관련 다큐를 보면서 ‘세상에 저렇게 사는 친구들도 있구나’ 생각하고 그걸 알려서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피디(PD)를 꿈꿨다. 그러다 그냥 알리기보다 직접 참여하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활동을 찾아 나섰다. 이후 미지센터 청운위 활동을 하며 캠프 기획 이외에도 ‘희망의 운동화 나눔축제’에 참여해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국제교류 활동을 홍보하고 참여를 이끌어냈다. 희망의 운동화 기부 캠페인은 여기저기서 모은 헌 운동화를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과 빈민 지역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김양은 “국제교류에 관심을 갖고 직접 행사에 참여하면서 좀더 실질적인 일을 찾게 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나중에 국제회의나 도시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평소에는 국제회의를 찾아보거나 다른 도시는 어떻게 살고 있나 알아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그 지역에 가서 봉사를 하고, 행사나 회의의 경우도 내가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방문하기도 한다. 생각만 하며 꿈꾸는 수준에서 직접 할 수 있는 걸 찾아내 몸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스펙을 쌓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자극을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청담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부연(18)양은 문화교류 전문가나 외교관이 꿈이다. 혼자 인터넷에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찾다가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박양은 영국으로 3년간 유학을 갔다가 지난해 9월에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그 당시 학교에서 합창단을 하면서 자선행사도 하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게 됐다. “친구들이 궁금해하면서 묻거나 내가 먼저 한국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나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에서 온 진선민(18)양은 교육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로 구성된 교내 봉사동아리 대표다. 그는 “오늘 와서 보니 나와 같은 또래인데도 청소년들끼리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캠프도 스스로 기획하면서 운영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며 “앞으로 동아리 운영을 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특히 교육자가 되고 싶은 입장에서 다문화 사회에 다양한 인종의 학생이 많기 때문에 국제문화교류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자신감 갖게 돼” 인터뷰 l 미지센터 교류협력팀 이자인씨
-‘미지 온 데이’ 프로그램 취지와 내용을 간단히 좀 설명해 달라.
“청소년들이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아지고 학교 대외 활동도 늘어나지만,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 미지센터는 청소년들의 여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해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미지 온 데이’는 우리 센터를 알리고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소개하는 성격이 강하다. 방문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학생, 동아리가 많은데, 일일이 응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서로 만나게 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주로 어떤 청소년들이 참여하는지 궁금하다.
“보통 국제교류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서 온다. 물론 엄마가 가라고 하거나 학교 체험활동 차원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오더라도 학교 말고도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많다는 것을 알고 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생들에게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청소년운영위원회에도 공부 잘하는 애들도 있지만 못하는 애들도 있고, 부모가 학원을 가라고 해서 활동을 못하겠다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여기 참여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학교 공부도 더 열심히 한다.”
-미지센터는 청소년들의 국제문화교류 활동이 중심이다.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 달라.
“미지센터는 문화교류 중에서도 국제교류를 특화하고 있다. 가령, 미지 온 데이 때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문화의 다양성, 세계시민의식, 다문화 이해 등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또 예술 교류를 할 때도 외국 예술가들이 참여하거나 터키대사관과 연계해 문화교류를 하는 식이다. 국제교류 이외에도 인문학이나 역사, 예술, 스포츠 활동도 외국 학생들이나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다. 통역자가 있기 때문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 중 외국어를 못해도 상관없다.”
-이런 활동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거나 호기심에 왔던 학생들도 사람들과 만나면서 교류가 생기고 서로의 생각과 생각을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 생각이 깨지기도 하고 새로운 걸 얻어가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느낀다. 보통 학교도 지역적으로 묶여 있고,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 정도를 사귀는데, 이곳에서는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서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 특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실행하면서 자신감을 갖는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다면?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얘기하는 것조차 수줍어하고 꺼리던 친구들이 나중에는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하고 진행까지 잘하는 걸 많이 봤다. 그런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도 주도적으로 대표도 하고 조별 모임을 이끌더라. 또한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자기 주도적으로 사는 친구도 있다.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방송통신대학에 가서 컨벤션 기획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학교 홍보대사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이곳에서 4년간 활동했는데, 요즘에도 가끔 찾아오고 항상 ‘나를 키운 건 8할이 미지(센터)’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프로그램 콘셉트와 방향 정도만 잡아주고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기획과 운영을 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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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운영위원회 학생이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자기 힘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자신감 갖게 돼” 인터뷰 l 미지센터 교류협력팀 이자인씨
미지센터 교류협력팀 이자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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