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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단, 무조건 대학에 가고 보자? 난 반댈세

등록 2013-01-14 10:54수정 2013-01-14 10:57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과 마승은 지도교사가 직접 디자인한 외국인 교통카드를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과 마승은 지도교사가 직접 디자인한 외국인 교통카드를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직접 개발한 아이디어로 특허 상품 출원도 해
본인 성향에 따라 진학이나 취업을 결정해야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김정연(18)양과 진수빈(18)양은 지난해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들은 ‘리멤버 코리아, 리멤버 서울’이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교통카드 디자인을 제작했다. 다보탑과 서울타워 모양에 전통문양을 배경으로 하거나 서울의 색 50가지를 모아서 조각보 모양으로 총 네 가지를 디자인했다. 카드 뒷면에는 공중전화나 인터넷, 기념품 가게 등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안내했다. 또한 교통카드를 다 쓴 뒤에 이어폰 감개나 북마크로 활용 가능하도록 해서 제2의 제품으로 리디자인했다.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란 서울특별시와 서울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하며, 매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공유하는 행사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지난해 6번째 대회를 치렀다. 지도교사 한 명과 학생이 함께 팀을 이루며, ‘기계·전자·전기, 정보통신(IT), 디자인, 생활아이디어’ 4개 분야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작품을 제출하게 된다. 특히 수상팀 학생에게는 본인의 이름으로 특허상품 출원을 하게 되면 배출 학교에는 실습실 개선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이 제작한 교통카드 디자인./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이 제작한 교통카드 디자인./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이 제작한 교통카드 디자인./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미림여자정보과학고 김정연 양과 진수빈양이 제작한 교통카드 디자인./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제공

수빈양은 “먼저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서 뭔가를 불편해하는 이들을 찾고 그 불편을 해결해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중 외국인을 꼽았다. 왜냐하면, 외국인은 낯선 환경에 있어서 서툴고 사소한 것도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연양도 “특히 여행카페를 들어가 보니 외국인이 교통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더라. 서로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교통카드 기능 이외에 기념품처럼 부가 기능이 있으면서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를 살리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현재 학교에서 뉴미디어디자인학을 전공하고 있다. 김양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다 자연스레 캐릭터 디자인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문계는 안 맞을 거 같았고, 공부보다 디자인 쪽을 더 배워보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진양도 “어릴 때부터 영화나 책을 많이 보고, 국제전자제품 박람회도 좋아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특히 스토리텔링에도 관심이 있었다”며 “어머니가 학력 때문에 능력에 비해 제약도 많고 고생을 한데다 내가 외동이라 대학에 꼭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진양은 중3 때 상담을 통해 이 학교를 알게 된 후 밤새 학교 누리집(홈페이지)이나 카페, 재학생들 미니홈피까지 돌아다니며 다 알아봤다. 입학 후 이론 수업을 할 때는 적성에도 맞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거워서 열심히 했지만, 실습이 시작되면서 난관에 부닥치기도 했다. “포토샵? 저는 처음에 듣고 사진 파는 가게인 줄 알았어요(웃음). 사진 꾸미는 거 좋아하는 애들은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그런 것도 아니라서, 방학 때 학교에서 알려주는 사이트에 들어가 포토샵이랑 일러스트 강의를 7번씩 되풀이해서 보면서 익혔어요.”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진양은 현재 대기업 디자인 분야에 취직해 인턴 교육을 받고 있다.

앞으로 게임 캐릭터 개발이나 게임 매니저를 하고 싶다는 김양은 “과제도 많고 커리큘럼도 빡빡하지만 힘들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친구 중에 인문계를 안 갔다고 아빠가 호적에서 진짜 파버린 애도 있었다. 나중에 엄마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몰래 다시 올렸다고는 하던데, 인문계를 간다고 꼭 성공하는 일은 없고, 안 간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닌데 대학이 아닌 다른 분야로 간다고 하면 무조건 걱정하고 반대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두 학생을 지도하는 마승은 교사는 “우리 학생들은 대학교 졸업생과 겨뤄서 취업을 해야 하니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한다”며 “평일에도 매일 방과후 수업이 9시 반까지 있고, 방학 때는 오전, 오후, 저녁 방과후 수업이 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이 있다. 공모전 들고 찾아와서 조언을 구하고 밤새워 틈틈이 준비하는 걸 보면 기특하다”고 전했다.

수도전기공고 이찬호 군과 이정민 군이 함께 생각해 낸 콘센트 아이디어를 가지고 청계천 공구상가에 가서 직접 제작하고 있다. /수도전기공고 제공
수도전기공고 이찬호 군과 이정민 군이 함께 생각해 낸 콘센트 아이디어를 가지고 청계천 공구상가에 가서 직접 제작하고 있다. /수도전기공고 제공

같은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수도전기공업고의 이찬호(18)군과 이정민(18)군은 ‘하이패스 콘센트와 플러그’를 제작했다. 찬호군은 “실습실에서 청소하다 보니까 콘센트 꽂는 게 불편했어요. 엄마도 밥솥이나 냉장고 콘센트는 잘 안 뽑히고 구석이나 아래쪽에 있어서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실생활에서 내가 불편한 점은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겠지 싶어서 콘센트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기로 했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허리를 굽히고 밑에 들어가는 게 불편한 어른이나 장애인, 노약자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콘센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기존의 것과 차별화되면서도 부각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어느 방향이든 쉽게 삽입되는 콘센트였다. 이름은 고속도로 통과 때 멈추지 않고 요금을 지불하는 자동 전자요금 징수 시스템인 ‘하이패스’에서 따왔다. 콘센트에서 플러그가 삽입되는 부분을 원통형으로 분리해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두 구멍을 기준으로 둥글게 홈을 파서 경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파인 홈의 경사는 플러그가 어느 방향으로 들어오더라도 회전하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된다.

“하루만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정민군은 “직접 콘센트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청계천 공구상가를 갔어요. 거기서 우리 아이디어를 말씀드리고 제작 가능한지 전문가들과 의논했는데, 막상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라며 “머리로는 됐는데, 실제 부딪혀보니 정확히 되지 않는 것도 있더라고요.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우리나 원하는 100%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반영하면서 개선해 나갔어요”라고 얘기했다.
수도전기공고 이찬호 군과 이정민 군이 함께 하이패스 콘센트와 플러그 그림./수도전기공고 제공
수도전기공고 이찬호 군과 이정민 군이 함께 하이패스 콘센트와 플러그 그림./수도전기공고 제공

두 학생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박보근 지도교사의 역할이 컸다.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항상 메모를 하라고 얘기하고, 도면을 그릴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저의 역할은 딴죽 거는 일”이라며 “아이들은 보통 추상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저는 ‘이게 될까? 어떻게 가능할까?’ 물으며 세부적으로 파고들죠. 그럼 아이들이 다시 고민해 오고,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 아이디어로 특허 출원 신청서를 만드는 중이다. 실제 제품으로 생산하려면 개선할 점이 많아서 내용도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또 발명진흥회에서 특허를 내주는 프로그램에 뽑혀 최종발표회 준비도 하고 있다.

전기에너지과에 재학중인 두 학생 모두 진학보다 취업을 원해서 지금의 학교를 선택했다. 찬호군은 “선배들 보니 취업도 잘되고 입시에만 매달리는 것에 비해 자유롭고 경험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대학을 꼭 가야 된다고 생각 안 한다. 어차피 대학도 취업하기 위해 가는데, 나중에 일하다 필요하거나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가는 게 낫다. 어릴 때 하고 싶은 거 하나라도 더 경험해서 만약 안 맞으면 다른 곳으로 나갈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나중에 전기설비 쪽에서 일하고 싶다는 정민군은 현재 두산중공업 교육 프로그램에 뽑혀 공부하고 있다. 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기업들이 이론과 실습교육을 거친 뒤 인재를 채용해 가는 방식이다. 그는 “지금 용접이랑 가공, 품질관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처음엔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대학에 가길 바랐고, 공업고등학교에 대한 편견도 강했다. 무조건 공부 안하고 취업해도 고졸이라 제대로 대접 못 받으며 힘든 일 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성에 잘 맞고 성과도 내니 주변에서 대박이라고 얘기하고 부러워한다(웃음). 대학을 나온 것도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무나 적응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보경(20)양은 다음달 서울금융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김양은 “처음에는 생소한 분야에 접해보지 않은 용어들이 많아서 어렵고 힘들었다”며 “그래도 외부 강사들 수업도 듣고 자격증 반에 들어가 공부하며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도 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 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게 낫다. 내가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도 이론적 공부보다 실무적 경험을 접한 다음에 공부할 의지나 흥미를 찾고 싶어서였다”며 “요즘 회사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재직자 특별전형도 있고, 윗분들도 사이버강의를 추천하며 회사에서 내가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창의 아이디어반 동아리를 비롯해 다양한 해외봉사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창의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두 번이나 수상하고 최종 목표도 생겼다. 사회복지 분야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 여기로 취업했지만 앞으로도 이 길만 가겠다는 생각은 없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은 많고, 그 일을 하기 위한 한 과정이다. 아이디어 대회 때 척추장애인을 위한 제품과 혼자서도 파스를 붙일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그들만을 위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수능이 끝난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술, 면접 등 대학입시 준비로 바쁘거나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해 학원가로 향하고 있다. 반면, 특성화고 아이들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고 있다. 무조건, 일단 대학에 가고 보라는 어른들이나 입시공부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목매고 있는 학생들에게 김정연양의 말이 와 닿길 바란다. “기계적으로 성적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만 고민하지 말고, 하루만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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