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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

등록 2013-01-28 14:11

가마솥에 불을 때 엿을 고는 모습.
가마솥에 불을 때 엿을 고는 모습.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52. 전남 담양군 삼지내 마을
시간이 참으로 빠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가 나오듯 모든 것이 빨라 정신없이 흘러간다면 삼지내 마을로 가족여행을 떠나보자. 전남 담양군 창평 삼지내 마을(www.slowcp.com)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마을이다. 슬로시티는 2002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에서 기원하였다. 마을에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오자 속도 지향 사회를 반대하며 자연환경과 전통생활 방식을 지키며 느리게 살자는 주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저 제 속도를 지키며 살자’는 것으로 현재 지구촌의 슬로시티는 25개국 150개 정도이다.

백제 시대에 형성된 삼지내 마을은 500여 년 전부터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지냈던 고경명 장군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같이 정담을 나누고 아낙들은 텃밭에서 호박잎이랑 고추를 따서 밥상을 차리고, 야생화로 효소를 만들고 약초 장아찌로 약초밥상을 선보인다. 독일에서 귀화한 이는 꿀초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고 시장통 국밥집에서는 뜨끈하고 든든하고 행복한 밥상이 기다린다.

굽이굽이 돌아드는 3.6㎞의 고샅길 돌담을 거닐다 보면 ‘돌탑을 사랑하는 집’ ‘나무를 사랑하는 집’ 등 그 집의 특징을 딴 문패가 걸려 있고 한 집 건너마다 ‘창평쌀엿’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 쌀엿은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이 창평에 머무를 때 동행했던 궁녀들이 전수해줬다. 이곳의 맑은 물과 좋은 쌀로 만든 창평쌀엿은 이에 붙지 않는다. 지금도 집집마다 엿을 고니 어린 시절 그때처럼 뜨끈뜨끈 방에서 자고 일어나 엿 고는 것을 구경하고 엿치기를 즐겨보자. 햇살 받으며 논둑길을 걷다가 몽당비를 매는 어르신과도 인사를 나눠보자. 이제는 민속촌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과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펼쳐진다. 밤이면 새까만 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미소 지으니 목이 아파 견딜 수 없을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게 된다. 우리의 전통과 자연은 박제된 것이 아니라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었다. 뭉근하게 엿 고는 마을에서 아이들과 겨울 추억을 만들어보자.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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