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교육기관의 목적은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것이다. 공부를 위해 학교가 있는 것이지 학교를 위해 공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가 거꾸로 된 세계에서 공부는 왜곡된다.
공부의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그 구조에 들어맞도록 교육제도를 고쳐야 한다. 공부란 문제해결 활동이며 다음과 같은 과정이 포함된다. ① 아는 것 자체의 재미를 느끼면서 몇 가지를 알아간다. ② 좀 알게 되니 그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봉합하던 부분에서 의문을 느낀다. ③ 의문을 느끼는 것을 문제로 정식화하고, 공부를 하면서 가장 풀기 좋은 형태로 계속 바꿔서 표현한다. ④ 문제를 풀기 위해 유망한 도구가 되는 추론의 장비(기술과 모델)를 개인의 배우는 속도에 맞춰서 습득하고 반복 훈련한다. ⑤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잘 기록하고 매듭을 잘 지어 발전적인 사고를 촉진한다. ⑥ 반복훈련으로 마련한 발판을 토대로 생각하는 요령을 적용해서 체계적이면서 동시에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⑦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부지런히 풀어나가면서 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물론 학교는 공부 외에도 어린이들을 돌보는 기능 같은 사회적 기능도 맡고 있고 또 그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어떤 기능을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공부를 왜곡시키는 경우엔, 그 기능을 다른 제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을 나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나누어 획일적인 과목과 진도를 부과하는 것이 공부의 구조에 맞는가? 이 제도는 모든 학생들이 흥미 있어하는 문제가 동일하고 배우는 속도가 같다는 이상한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리하여 엄청난 수의 학생들에게 반복훈련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고, 문제를 풀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라 외부의 평가에 맞추고자 하는 이유를 주된 동기로 만든다.
다음 단계의 교육기관에 진학하기 위한 시험제도는 공부에 꼭 필요한 요소인가? 공부의 맥락에서 시험이란 정형화된 추론의 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스스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면 같은 나이라고 같은 시기에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일에 걸맞은 능력을 알아본다는 사회적 기능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중간 단계의 시험은 필요 없다. 언제나 어떤 일을 하려는 그 시점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보면 된다. 어떤 사람도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를 잘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그 일을 잘하느냐가 중요하지, 예전에 어느 시점에 그걸 적당히 잘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공부를 왜곡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중간단계의 시험이 필요 없다면 학교가 직무능력 평가 기능을 맡고 있을 필요도 없다.
어떤 대학교의 강의가 훌륭하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 강의 동영상을 보면 좋다. 단지 특정 시점에 치른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강의에서 배제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분배의 자격이 특별히 요구되는 건 비싼 실험장비 같은 자원이 요구되는 특수한 경우뿐이다. 서열화된 학벌은 공부에 필요 없다.
강의 실력이 크게 차이나는 사람들이 각자 교실에서 수업하는 건? 더 뛰어난 강의를 듣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제약이다. 정형화된 기술과 지식은 모두 동영상 강의로 개방해야 한다. 이런 기계적인 수업 시간에 같이 앉아 있는 것은 배우는 자들끼리의 교류가 아니다. 스승과 제자, 학습동료는 모여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고, 반복훈련 과정을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체크하며,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의 렌즈로 봤을 때 불필요한 제약은 모두 없애고 필요한 것은 더 풍부하도록 바꾼다면, 우리 앞에는 훨씬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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