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시행 1년
교육적 조치·재량권 없어지며
사소한 사안도 재심·분쟁조정
진심보단 면피성 사과만 늘고
학교폭력 감소 효과에도 의문
교육적 조치·재량권 없어지며
사소한 사안도 재심·분쟁조정
진심보단 면피성 사과만 늘고
학교폭력 감소 효과에도 의문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를 열고 조치사항을 무조건 학교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하는 등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지 6일로 1년이 되지만, 가해자 처벌만 강조돼 교육적 접근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ㄱ중학교는 성적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을 짝지어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주는 사업을 해왔다. 지난해 5월 한 멘토 학생이 멘티 학생에게 ‘너는 머리가 나빠서 나중에 자식 낳으면 안 되겠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했다. 계속 모욕을 당하던 멘티 학생은 멘토 학생에게 ‘도저히 못 참겠다. 맞짱 뜨자’고 말했고, 싸우기로 한 당일 멘토 학생이 친구들 서너명을 데려와 멘티 학생을 집단 구타했다. 그러나 학교 자치위가 열리자, 교사들은 가해 학생이 공부를 잘해 특목고에 진학해야 한다며 약한 처벌에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 결국 가해 학생은 ‘교내 봉사 4일’의 경미한 처분을 받았다. 조영선 전교조 학생인권국장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라는 처벌이 학교 차원의 가해 행위 비호를 낳았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의 경우는 일단 자치위는 피하고 보자는 상황이 많다.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 두 명이 서로 싸워 한 명이 코뼈가 부러지는 등 심하게 다쳤다. 그러나 두 학생 모두 생활기록부 기재를 막기 위해 합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폭력 자체가 나쁘다는 접근은 빠졌다. 고유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은 “자치위가 열리면 서면 사과부터 퇴학까지 조치가 취해지고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무조건 기재돼 대입에까지 반영되다 보니,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해 ‘폭력 예방 및 재발 방지’등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8년째 학생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 ㄷ중 생활지도부 교사는 “사소한 사안에 대한 담임교사의 교육적 조치·재량권이 없어지다 보니, 모든 사안에 대해 자치위가 열리고 대부분 재심·분쟁조정까지 가곤 한다. 학교가 마치 법원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달 31일 가해 학생이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 학생이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 자치위의 선도 조치를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는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지금처럼 학생부 기재가 전제돼 있는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억지스럽게 사과를 하고,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용서하는 일이 빈발할 수 있다. 학급 수준에서 가해·피해 학생은 물론 수많은 동조자와 방관자까지 다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반성하는 민주적인 중재·조정·화해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기재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무조건적인 학생부 기재를 하지 않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학생 1만명당 학교폭력 가해자 수가 14.5명으로 울산시교육청 다음으로 적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에 무조건 적기보다는 다양한 교육을 통한 예방활동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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