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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특목고·혁신학교…달라도 뭔가 다르다?

등록 2013-02-18 10:01

예전 고등학교는 인문계와 실업계 정도로 나뉘는 게 전부였다. 반면, 현재는 일반고 외에도 외국어고나 국제고 같은 특목고, 자율고로 불리는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나 자율형 공립고, 혁신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고등학교가 운영중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들 학교에 대한 종류만큼이나 오해나 편견도 많다. 가령 자사고는 돈이 많이 든다, 특목고는 대학입시에 프리미엄이 있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을 너무 풀어주고 공부를 안 시킨다 등등. 실제 일반고 외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만나 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실제 생활은 어떠한지 들어봤다. 본인의 요구에 따라 대부분 가명으로 처리했다.

자사고: 내신 부담 있지만, 수업 분위기 좋아 만족

ㄱ군(17)은 서울의 한 자사고에 다닌다.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자사고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의 경우 중학교 내신 50% 이상의 학생이면 지원 가능하다.

ㄱ군은 “일반고보다 커리큘럼 짜는 데 자유로워서 ‘융합과학’처럼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과목은 교과과정에서 빼버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성화된 교육을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대신 진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다른 학교에서 1년 동안 배울 걸 한 학기에 다 배운다. 그리고 3학년 때는 복습하면서 수능 준비를 한다. 방과후 수업 때도 다시 정리를 해주지만 학원을 안 다니면 따라가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 잘하는 애들이라 내신을 높이기가 힘들지만, 공부를 하려는 애들이 모여 있으니 수업 분위기는 정말 좋다”고 말했다.

ㄴ군(18)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자사고에 다닌다. 이 학교는 일반고와 운영방식이 많이 다른데, 일주일에 4번 두 시간씩 음악과 미술 중 한가지와 체육을 선택해서 배운다. ㄴ군은 “1인1기를 통해 인성을 기르고, 취미활동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또한 교육과정이 무학년 무계열로 편성돼 문·이과로 나뉘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신청한다. 그는 “기본 교과는 정해져 있지만 본인 진로와 상관없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듣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해서 수업을 개설하고 심도 있는 과목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한때 이 학교 등록금이 3000만원이라고 알려져 귀족학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그런 선입견은 학교나 학생들도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등록금은 1년에 540만원으로 400만원 후반에서 500만원 중반인 대부분의 자사고와 비슷하다”고 했다. 실제 드는 비용은 1년 기준으로 1300만원인데, 기숙사비와 본인 부담인 특별활동 비용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이 학교는 수시에서만 서울대 46명, 소위 ‘스카이’로 불리는 대학에 100명이 넘게 합격했다. ㄴ군은 이에 대해 “학교 자체의 교육과정 방식이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교내에서 학술제를 열어 논문 발표도 하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인턴십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충족시키는 면이 많아서 일반고에 비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의 자사고에 다니는 ㄷ군(17)은 새 학기에 일반고로 전학을 갈 예정이다. 내신을 올려서 대입 때 수시전형에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사고에서 내신 1, 2등급 애들만 수시를 쓰고 나머지 애들은 정시밖에 못 쓴다. 260명 중에 60명 빼고 수시를 못 쓴다. 나머지는 너희들이 알라서 하라는 식이다. 거기 있으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했다.

그는 또 비싼 등록금에 비해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했다. ㄷ군은 “자사고는 수업 분위기 좋은 일반고 정도다. 강제야자(야간자율학습) 두 시간, 보충수업 두 시간이라 혼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등록금이 비싸서 부모님 눈치 보느라 학원을 안 다녀 아직 수학을 못 잡았다”며 “대학입시에서 자사고 프리미엄이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일반고랑 똑같은 취급을 당하더라. 명문 몇 군데 빼고는 대입에도 불리하다”고 했다.

외고ㆍ국제고: 설립 취지 다르지만 목적은 같은 ‘대학’

서울 이화외고 성유헌(17)양은 독일어과를 전공하고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심화된 수준의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들어갔다. 등록금은 분기당 180만원 정도로 사립이라 일반고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주일에 7~8시간 정도 전공어 수업을 한다. 그는 “열심히 하고 욕심 있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학기 초에 성적이 뚝 떨어져서, 아니면 문과가 안 맞아서 이과나 예체능 쪽으로 바꾸려고 학교를 옮기기도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전공어 분야의 공인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능을 공략해서 수업을 진행한다. 국제학부의 경우 자격증 같은 스펙을 많이 보기 때문에 학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로 대학을 간다. 일부 특목고에서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수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에 대해 성양은 “사실 외국어가 좋아서 입학하는 학생보다 좋은 대학에 가려고 들어오는 애들이 더 많은 거 같다. 학교에서도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생을 기른다고 밝히지만 한국의 고등학생이라면 거쳐야 하는 게 수능이다. 모순된 말이긴 하지만 질 좋은 고등학교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도와주는 것도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학생들은 최종 관문을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학생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는 외고에 합격했으니 대학은 쉽게 갈 거라 여기며 열심히 안 한 아이들은 당연히 성적이 떨어진다며 학교 운도 운이지만 어디를 가나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과제탐구나 토론수업이 대입에 유리할 수 있어”

국제고에 다니는 ㄱ양(18)은 처음부터 특목고 입학이 목표였다. 들어갈 때부터 전공어를 결정해야 하는 외고가 부담스러워 국제고를 선택했다. 국제고는 국제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설립됐으며 국제정치나 경제, 국제법, 비교문화 등 전문교과를 배울 수 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많아 외국어를 못하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등록금은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일 년에 두 번 해외로 체험학습을 간다. ㄱ양은 “1학기 때 미국에 갈 때는 1인당 500만원이 들었다. 장학금으로 일부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돈이 없어서 못 가는 애는 없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ㄱ양은 “대부분 국제변호사, 외교관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하지만 일반고보다 유리하니까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 온 애들도 많다”며 “들어온 뒤 내신이 불안해서 전학을 간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전학을 가려면 내신 나오기 전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전에 가는 게 젤 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대입에서 ‘특목고 프리미엄’에 대해 묻자 “일반고에 비해 유리한 거 같다.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놨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도 크고 대학 쪽에서도 고려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사실 우리 학교를 좋아하는 대학이 있다고 들었다. 선배들도 실제 그 학교를 많이 들어간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는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갈 생각인데,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조별로 논문을 쓰고 발표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했다.

혁신학교: 다양한 활동 많이 하지만 학업과 충돌되기도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ㄱ군은 경기도의 한 혁신학교에 재학중이다. 공부에 자신이 없던 것도 사실이지만, 학업이 주가 되는 일반고에 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싶어 들어왔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처럼 고교선택제로 배정되며, 등록금도 동일하다. 현재 경기도 내 혁신고등학교는 22곳이 있다.

ㄱ군은 “혁신학교라고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입시과목 외에 과제탐구나 토론수업도 자주 있어서 수능으로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혁신학교가 대입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ㄱ군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목표가 생겼고 자연스레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나중에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 수업 때 ‘또래끼리의 의사소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애들한테 설문조사를 했다. 화장품을 살 때 친구의 조언을 듣고 산다는 등의 결과를 얻어 보고서를 써 발표했다.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경제 분야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혁신학교에 다니는 ㄴ양(18)은 혁신학교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이 대학의 입시흐름에 맞는 거 같다며 “사실 입학할 때 입시에 소홀할까봐 우려하기도 했지만 학교 자체에서 하는 활동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입시에 플러스가 된다”고 했다. 한편, ㄷ군(18)은 스스로 계획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힘든 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혁신학교가 학업과 충돌되는 부분이 가장 크다.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해서 기본적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고 있으니 학업 역량이 다소 뒤처지는 부분이 눈에 보이긴 한다”고 했다. 그는 본인은 물론 친구들도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성적관리에 최선을 다하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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