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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 찾아서] 레이니 선교사에 “민주화가 참된 선교” 설득 / 오재식

등록 2013-02-18 19:40수정 2013-02-19 09:40

오재식은 1960년 7월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KSCC) 초대 간사를 맡아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의 아시아지역 간사 프랭크 엥걸(왼쪽 둘째)이 방한해 소개한 ‘교회의 생명과 사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주력했다. 사진은 50년대 엥걸이 한국 기독학생운동 지도자들과 함께한 모습으로 정확한 연도나 한국인 신원은 미상이다.
오재식은 1960년 7월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KSCC) 초대 간사를 맡아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의 아시아지역 간사 프랭크 엥걸(왼쪽 둘째)이 방한해 소개한 ‘교회의 생명과 사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주력했다. 사진은 50년대 엥걸이 한국 기독학생운동 지도자들과 함께한 모습으로 정확한 연도나 한국인 신원은 미상이다.
오재식-현장을 사랑한 조직가 31
1960년 7월 오재식이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KSCC·협의회) 초대 간사를 맡게 된 배경에는 앞서 얘기한 대로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세계연맹)의 영향이 있었다.

59년 5월 방한했던 아시아지역 간사 프랭크 엥걸은 세계연맹에서 한국 기독학생들에게 ‘교회의 생명과 사명’(라이프 앤 미션 오브 더 처치·LMC)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파송한 것이었다.

세계연맹에서는 55년부터 선교적 사명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56년 중앙위원회에서 전세계의 학생 선교활동에 대한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생명과 사명’이었다. 이는 선교를 특정 비기독교 지역에서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주요 문제에 개입해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연맹에서는 학생들이 속한 교회를 통해 선교활동에 필요한 새로운 소명을 일깨우고자 특별히 학생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편 국내의 진보기독학생운동 진영에서는 57년 7월 한국기독학생회(KSCM)로 새롭게 출발한 뒤 세계연맹의 ‘교회의 생명과 사명’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어 세 단체(KSCM·대학YMCA·YWCA 대학부)가 모여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를 결성한 뒤인 58년에도 이 프로그램에 따라 지도자연구회를 진행했다. 59년 엥걸이 왔을 때도 서울·광주·대구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회의 생명과 사명’ 연구협의회를 열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세계연맹에서 미국 감리교회 학생사업기구의 지원으로 학생사업 전문가인 제임스 레이니 선교사를 한국에 파송했던 것이다.

협의회 간사를 맡게 된 재식도 기독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세계의 주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와 역사에 책임감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났지만, 이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한 미완의 혁명이었다.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국내 정치는 불안했다.

재식은 감리교 청년국에서 일하는 손명걸과 함께 먼저 레이니를 찾아갔다. 두 사람은 한국의 기독학생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레이니에게 오랜 독재로 인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안착되지 못한 한국적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선교라는 것을 설득해 나갔다. 레이니는 자신이 선교사로 왔을 뿐, 한국의 정치상황에 관여하러 온 것이 아니라며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교가 지금 한국에서는 민주주의의 실현임을 강조해 나갔다. 셋은 그렇게 오랫동안 신학적 논쟁을 주고받았고, 끝내 레이니는 두 청년의 열정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그는 그해 12월 협의회의 연구간사로 임명됐다. 이로써 레이니는 60~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레이니와의 인연은 4년 뒤 재식의 인생에도 커다란 전환점을 안겨준다.

사실 레이니는 일찍이 스무살 무렵인 47년 미군 첩보대 요원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해방 직후 김구·송진우·장덕수 등 정치 요인들의 암살사건 수사에도 관여하며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탄생을 지켜본 그는 누구 못지않게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64년 선교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예일대에서 신학 석·박사를 받은 레이니는 에모리대학 신학대학장을 거쳐 총장을 지내며 한국의 민주화운동가들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특히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때는 주한 미대사로 부임해 93년부터 97년까지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조율사로 한반도의 운명에 깊이 개입하기도 했다.

고 오재식 선생
고 오재식 선생
이렇게 해서 레이니와 함께 협의회 간사로 일을 시작한 재식은 직접 현장과 부딪치며 실무를 추진하면서 그 자신의 의식도 성장해 가는 것을 느꼈다.

세계연맹에서 제시한 ‘교회의 생명과 사명’ 프로그램에 대해 협의회 소속 세 단체 모두 잘 이해하고 받아주었다. 지난 수년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협의회를 서울과 각 지역에서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독학생들의 동참 열기는 높았다. 이 프로그램은 진보적인 기독학생운동이 사회와 역사에 책임을 갖도록 하는 데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해주었다.

오재식 구술

구술정리 이영란<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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