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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9:59 수정 : 2005.01.23 19:59


석굴암 안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면 절제된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진다. 반구 모양의 천장에 박혀 있는 연꽃 모양의 둥근 돌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둥근 돌을 해라고 가정하면 햇살이 안쪽의 어둠을 밝히는 형상이 상상되고, 둥근 돌을 깨달음(진리의 빛)이라고 가정하면 어두운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하늘이 둥글고(天圓) 땅은 네모나다(地方)’는 천원지방 사상이 만들어 낸 공간의 조화 때문인 것 같다.

석굴암 안쪽 천장 반구의 반지름은 12당척이고, 벽면에서 주실 원의 중심까지 12당척이다. 여기서 12가 사용된 것은, 1년을 12개월로, 하루를 12시각으로 나눈 시간 관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외에 석굴암엔 어떤 수학적 의미가 담겨 있을까? 원과 정사각형을 이용해 석굴암 구조를 살펴보자.(그림 1)

관찰하고 추측하기

1. 석굴암에 사용된 단위를 생략해 한 변의 길이가 12인 정사각형 ABCD를 그려 보자.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직각삼각형 ABC에서 대각선의 길이 AC는 12루트2(약 16.971)다.(그림 2) 실제로 바닥에서 반구가 시작되는 부분(본존불 머리 끝)까지의 높이가 17당척이라고 한다. 신라인들은 루트2의 근사값으로 1.4142를 사용한 걸까? 그렇다면 석굴암은 1 대 루트2, 즉 1 대 1.414의 비례를 이용해 설계된 셈이다.

2. 반구 모양을 활용한 서양의 건축물엔 무엇이 있을까? 로마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판테온(Pantheon)을 예로 들 수 있다. 판테온은 ‘전체’를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theo)가 결합된 단어다. 따라서 그 이름만으로도 모든 신을 위한 신전, 즉 만신전인 셈이다. 그런데 많은 도형 중에 원을 사용한 이유는 뭘까? 당시의 사람들은 원에서 완결성, 평등성, 보편성의 의미를 찾았다고 한다. 이런 상징적 의미 부여는 오늘날의 ‘원탁회의’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판테온과 석굴암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둘 다 원과 정사각형을 이용해 설계됐다. 판테온은 네 개의 정사각형 안에 내접하는 원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테온에도 천원지방 개념이 적용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판테온과 석굴암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석굴암 천장이 막혀 있는 것과 달리 판테온 천장에는 원 모양의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 난 반구에 ‘로마가 세계의 배꼽 또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한 것 같다. 또 석굴암에 1 대 루트2의 비례가 쓰인 것과 달리 판테온에는 1 대 2의 비례가 쓰였다.(그림 3) 복잡한 비례, 단순한 비례 어느 것이나 다 아름답다.

참고피타고라스 정리: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를 제곱해 더하면 다른 한 변의 길이를 제곱한 것과 같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heung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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