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얼굴보기 힘든 우리 식구들, 자주 모여 웃음꽃 피우고파 |
초등학교 시절은 그 어느 때보다 부모님 품을 간절하게 바라는 시기다.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엄마!” 하고 부르면 우리 자식 왔냐며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를 이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나도 그랬다. 날마다 나를 맞아 주던 어머니가 하루라도 보이지 않으면 있는 대로 악을 쓰며 뒤뜰로 채마밭으로 우물가로 뛰어다녔다. 왜 그랬을까? 허전함을 견딜 수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꼭 어머니가 아니라도 좋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여도 좋다.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애썼다며 맞이해 줄 어른만 있으면 된다. 이런 기억에 비추어 보면 요즘 아이들은 쓸쓸하다. 아침마저 식구들과 어울려 먹지 못한 채 목걸이 열쇠를 달고 학교에 온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혼자 문을 따고 썰렁한 집 안에 들어서기가 일쑤다. 저녁 역시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어렵다.
식구 얼굴
요즈음에는
식구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학교 갈 때와
잘 때 빼고는
식구들 모두
얼굴 보기가 힘들다.
엄마, 아빠는
일 때문에
늦게 돌아오시고
누나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나는 학원에서
늦게 돌아온다.
우리 식구 모두
얼굴 보기가
힘들다.
(정인기/인천 남부초등학교 6학년)
식구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말하는 인기가 퍽이나 쓸쓸해 보인다. 시를 가만히 읽다 보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마지막 대목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인기가 바라는 것은 무얼까? 어머니, 아버지가 덜 바쁘고 자신도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일이 없는 그런 생활일 것이다. 인기는 잠자는 때, 아침에 식구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이나 겨우 식구들 얼굴을 모두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어쩌다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마저 텔레비전이 빼앗아 가는 일이 허다하다. 식구들이 어느 순간 집안에 있다고 해서 정말 한집에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정겨운 시간들이 없다면 말이다. 많은 어른들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도리어 시간에 돈에 겨 사는 자신들을 닮지 말라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아이들을 밀어넣기 바쁘다. 얼만큼 바쁘게 살아야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 피울 시간을 얻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과 달리 식구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얻는다.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자잘한 기쁨이 학교에서 배우는 어떤 공부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준다. 강승숙/인천 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