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3 20:55
수정 : 2005.01.23 20:55
하루하루 시험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긴장과 초조함은 더욱 심해진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커닝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 주변에서 커닝을 하는 것을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한 번쯤 직접 커닝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커닝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지난해 치러진 수능 시험에서 조직적으로 커닝을 한 학생들이 대거 발각되면서 커닝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커닝 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어떤 심리에서 커닝을 하게 되는 것일까? 서울 ㄷ고에 다니고 있는 김아무개군은 커닝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쪽지시험에서 커닝을 해 본 적이 있지만, 별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며 “상습적으로 커닝을 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ㅎ여고 박아무개양도 “커닝은 일종의 습관인 것 같다”며 “처음 할 때는 많이 망설여지지만, 거듭 하다 보면 죄책감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박양은 “커닝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다”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어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커닝에 의존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많다. “커닝은 남의 지식을 훔치는 것과 같아요.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 아닌가요? 남의 것을 보고 베끼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해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사람과 커닝을 한 사람이 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정말 허탈한 심정일 것 같아요. 물론 결과에 대한 성취감은 다르겠지만요.” 서울 ㅅ여고 김아무개양의 말이다. 그는 “노력하는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ㅁ고 이아무개 교사는 “무조건 학생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런 부분을 스스로 채워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결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깝다”며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모순 때문은 아닌지, 시험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평가하고 편견을 갖는 일부 어른들의 잘못 때문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경희/1318리포터, 서울 송곡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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