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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21:21 수정 : 2005.01.23 21:21

간혹 텔레비전에서 엔지 모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쇼 따위에서 연출 의도대로 되지 않은 장면들이다. 실수들은 처음엔 보는 이마저 민망한 것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너도나도 배꼽이 빠질 만큼 우스운 것이 된다. 뒤에 연출 장면이 더 친숙해지는 건 물론이다. 발명품이나 과학 원리 아래 이처럼 많은 엔지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까. 공식 따위는 의도한 대로 드러난 최상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다. ‘과학 문명사’를 살피는 건 그 엔지들을 한목에 구경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과학은 흐른다〉는 석기 시대부터 발전을 거듭해온 세계 과학의 역사나 그 이면을 친절하게 전해주고 있다. 만화로 되어 있어 ‘과학 공포’를 지닌 어린이일수록 더 효과적이겠다. 어느 한 시대도 과학이 외떨어져 발전한 때는 없다. 그러므로 과학의 흐름을 짚는 건 문명의 역사를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에 과학은 실용주의의 수단으로 유독 자리매김했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뒤 ‘유레카’를 외친 것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역학을 이용해 지레, 도르래까지 만들어 실생활을 개선했다. 그가 만든 양수기는 아직도 이집트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영적 과학을 추구했던 인도가 숫자 표기의 효율성을 위해 ‘0’을 개발한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과학의 실용성이 좀더 근대적으로 강화된 때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다. 인문주의 사상으로 무장하고 화가이자 공학자로서 당대를 대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불법으로 30여명을 해부하기도 했다. 의학과 미학의 발전을 위해 인체 해부학서를 쓰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책은 우선 르네상스 시대까지 3권에 걸쳐 나왔다. 시대별, 문명권별, 과학 장르별로 짜여 있다. 근현대의 과학 문명사와 동양의 과학사를 별도로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청년사 펴냄. 각권 1만20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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