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식 개혁’ 순응에 자기반성
기본권 확인 넘어 저항권도 담아
기본권 확인 넘어 저항권도 담아
‘서남표식 개혁’으로 홍역을 치른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생들이 구성원의 평등과 신뢰·협력, 투명한 학교 운영 등에 관한 권리·의무는 물론 저항권까지 규정한 학생 선언 만들기에 나섰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 전반에 관한 권리·의무를 규정한 일종의 ‘권리장전’을 제정하는 것은 국내 대학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28일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가 마련한 ‘학생 선언’ 초안을 보면, 배움·학습에 관한 권리부터 학교의 공공성을 규정한 부분까지 12개 조항으로 돼 있다.
학생 선언에는 6년 남짓 이어진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에 학생들이 순응한 점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학교와 학생의 관계에서 근본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학생 선언은 먼저 교내에서 배움과 학습, 자치는 물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권리를 재확인했다. 학생·교수·직원이 평등한 위상을 지니며, 서로가 동반자로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교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구성원들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특히 지난해 새 총장 선임 과정에서 학생들이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학생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이사회의 전체 회의록 공개 등을 꾸준히 요청할 참이다.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와 모바일 하버에 관한 특허가 서남표 전 총장 개인 명의로 등록된 문제와 관련해, 학생 선언에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학교를 사유화해서는 안 되고 공공의 대학이 돼야 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학생들은 학생 선언이 곡해되거나 무시될 경우 집회 등을 통한 저항권이 있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학생들은 다음달 3일 학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 학생 선언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윤석 총학생회장은 “다음주 의결을 거쳐 학교본부에 학생 선언을 전달한 뒤 선언문의 실질적인 구현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카이스트는 교수·학생·직원 대표들이 참여하는 ‘핵심 가치 제정위원회’를 조만간 꾸리기로 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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