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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학생들 여럿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교문으로 들어섰다. 교문 앞에서 만난 ㄱ군은 학교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에는 웬지 더 위축된다고 했다. ㄱ군은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심호흡을 했다. ㄱ군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문지도 교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야, 너 이리와봐.”
3일 아침 8시 서울 서대문구 ㅇ중학교 교문 앞. 학생부 소속의 ‘지킴이 교사’가 벌점 기록지를 든 채 3학년 선도부원 4명과 함께 서서 손가락으로 한 학생을 가리켰다. 이 교사는 학생을 앞에 불러세운 채 엉거주춤하게 옆으로 빗어 넘긴 학생의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앞머리가 눈썹 밑으로 내려갔다. 규정 위반으로 벌점 2점이 매겨졌다. 이 틈을 타 다른 학생들은 교사의 눈을 피해 종종걸음으로 학교로 들어갔다.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린 물소 한 마리를 옆에 둔 채 무심한 듯 우르르 제 갈 길을 가는 물소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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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한 장을 입은 학생들 여럿이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교문으로 들어섰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만난 ㄱ군은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에는 감시의 눈빛 때문인지 왠지 더 위축된다고 했다. ㄱ군은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심호흡을 했다. ㄱ군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문 지도 교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야, 너 이리와봐.”
3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ㅇ중학교 교문 앞. 한 ‘지킴이 교사’는 벌점 기록지를 든 채 이 학교 3학년 선도부원 학생 4명과 함께 건물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학생을 가리켰다. 이 교사는 엉거주춤하게 옆으로 빗어 넘긴 학생의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앞머리가 눈썹 밑으로 내려갔다. 벌점 2점이 매겨졌다. 이 틈을 타 다른 학생들은 교사의 눈을 피해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건물로 들어갔다.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린 물소 한 마리를 옆에 둔 채, 무심한 듯 우르르 제 갈 길을 가는 물소떼의 모습 같다.
4일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뒤 나아지는 듯하던 서울시내 학교의 학생인권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취임 뒤 다시 후퇴하고 있다. 문 교육감은 서울학생인권옹호관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내는 등 지난해 일선 학교에 적용됐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ㅇ중학교 교문 근처에서 만난 한 학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문 지도까지는 안 했는데, 올해는 교문 지도 때문에 등굣길이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번 학기 개학 때부터 교문 지도를 부활시켰다. 개학하기 직전인 2월에는 학교의 복장 및 머리모양 지침과 함께 이를 어길 때는 벌점이 어떻게 가해지는지를 담은 가정통신문이 학부모에게 배달됐다.
이 학교의 변화를 지난해 2학기 때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해엔 일주일에 한 차례 열리는 조회시간에 복장 검사를 하고 훈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매일 아침 교문지도로 복장을 검사하고 규정에 맞지 않을 경우 벌점을 준다. 벌점 11점이 넘으면 부모님이 교사를 면담해야 하고, 81점 이상이 되면 최대 열흘 동안 등교정지를 당한다.
이 학교의 다른 학생은 “교장이 학생들에게 ‘지난해엔 교육 쪽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올해는 두발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안 넘어갈 거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의 ㅅ고도 새학기부터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두발 규제를 강화했다. 3일 오전 7시40분께 이 학교를 찾아가니 이른바 ‘반삭머리’(절반 수준의 삭발) 남학생들이 입실 시간인 45분에 맞추려고 교문을 향해 뛰고 있었다. 한 학생은 “1일부터 머리를 이렇게 깎으라고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부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에 들어와 칠판에 ‘두발을 스님이나 이등병 머리까지만 허락하고 나머지는 모두 벌점’이라고 쓰고 나갔다. 학생들은 멘붕(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학교 쪽 관계자는 “일부 3학년 학급에서 의기투합하기 위해 시작한 것일 뿐, 규정을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ㄷ중의 한 학생은 “오늘 교문에서 머리 안 잘랐다고 두들겨 맞고 머리 잡혀서 구석에서 벌 받고, 벌점까지 끊었다. 너무 화가 나서 학생인권조례 모르시냐고 했더니 ‘그런 거 있어봤자 상관없다’네요”라고 전했다. 자율을 강조하는 혁신학교의 후퇴도 눈에 띈다. 서울 강북구의 ㅅ고는 지난해에 없던 휴대전화 수거를 시작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물론 학생인권조례가 힘을 발휘할 때도 개선된 곳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에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눈치는 봤던 것 같다. 그러던 학교들이 문용린 교육감 취임 이후 더 이상 학생인권조례를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일선 학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음성원·김지훈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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