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규율 강요 분위기 우려
수동적 태도 길러 창의력 저하
새정부 ‘행복교육’ 목표와도 상충
자율성 키워주자 학업성적 향상
서울 가산중 사례 눈여겨봐야
수동적 태도 길러 창의력 저하
새정부 ‘행복교육’ 목표와도 상충
자율성 키워주자 학업성적 향상
서울 가산중 사례 눈여겨봐야
“강제로 방과후 수업 시키고, 휴대전화 가지고 다니다 걸리면 한 달 동안 압수하고 교문봉사까지 시켜요. 머리 길면 때리고 가방도 맘대로 뒤져요.”(서울 용산구 ㅇ고 학생)
“선생님들 몇몇은 학생들에게 욕을 합니다. 이런 학교 다니고 싶지가 않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경남 ㅈ중 학생).
“(선생님이) 친구에게 ‘돼지같은 ×아’라고 하며 청소를 빨리하라고 재촉했어요. 눈물을 보이며 욕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욕 먹을 짓을 하니까 욕을 하는 것이라며 욕설을 멈추지 않았어요.”(서울 송파구 ㅇ고 학생)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누리집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제보는 아우성에 가깝다. 학생들은 권위적 훈육에 치중하는 학교를 ‘학교라 위장한 감옥’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학교 분위기에 좌절한다. 서울 강서구 ㄷ고의 학생은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교를 나가라는 말도 (교사들이) 서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 방식이 학생들에게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어 창의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행복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이란 목표와도 상충되는 대목이다. 강명숙 배제대 교수(교육학)는 “규율을 강요받으면서 반론조차 제기하기 힘든 학교 분위기는 순종적인 관계만 만든다. 창의력을 높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교육 방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강압은 정신적 성장기에 있는 학생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존감을 형성하는 걸 방해한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단계인 청소년기에 억압적 훈육이 이뤄져 자기 정체성이 잘 형성되지 않을 경우 성격이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를 자유로운 쪽으로 바꾸면서 학생도 행복해지고 성적까지 오른 사례도 드물지 않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가산중에는 선도부도 없고 교문지도도 없다. 학생의 복장이나 머리모양을 두고 교사가 개입하는 일도 없다. 머리 염색도 갈색까지는 허용한다. 2010년 새 교장선생님이 오면서 시작된 변화다. 교칙을 새로 만드는 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교칙은 학생들에게 권위를 얻고 있다.
올해 이 학교를 졸업한 신예진(독산고1)양은 “머리를 주황색으로 물들였던 친구가 교칙이 바뀐 뒤 ‘갈색은 괜찮은 거지?’라고 묻더니 갈색 염색으로 바꿨던 일이 가장 놀라웠다”며 “학교 교칙을 제정하고 지켜나가는 노력을 학생들 스스로 하다 보니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정말 학교폭력만큼은 (거의 없어져) 자랑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학생들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더 좋아졌다. 학업성취도 시험에서 이 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11년 14.6%에서 지난해 8.0%로 뚝 떨어졌다. 김경호 가산중 교장은 “교사가 학생을 강압적으로 지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읽고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지켜야 할 선을 합의하는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하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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