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잡힌 멸치를 터는 어부들.
은빛 비늘 휘날리는 여기는 멸치왕국
미명(微明)의 새벽. 한 떼의 배들이 줄을 지어 항구를 빠져나간다. 푸르름에 눈이 베일 듯 벅찬 바다가 펼쳐진 이곳은 부산의 대변항. 대변초등학교·대변식당·대변회센터가 걸음마다 펼쳐지니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꽃이 절로 피어난다. 한자로는 大(큰 대), 邊(가장자리 변)을 쓰니 ‘가장자리가 큰 항구’라는 뜻의 기장군 대변항은 봄이면 독특한 장면이 펼쳐지는 곳이다.
비옷에 모자와 장화,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어부들이 일정한 가락에 맞추어 그물을 터니 거짓말 조금 보태 삼치만한 왕멸치들이 허공으로 튕겨 오른다. 이것이 대한민국 봄철 명장면 중 하나인 대변항 멸치털이다. 은색 비늘 휘날리는 왕멸치는 삽으로 떠서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바닥에 떨어진 멸치들은 아낙네들이 재빨리 줍고, 끼룩끼룩 갈매기들이 너도나도 모여드니 대변항은 그야말로 시끌벅적 신명나는 잔치판이다.
전국 멸치 어획고의 60%를 차지하는 대변항에서 만나는 갓 잡은 멸치는 그 크기가 10~15㎝, 살짝 포를 떠서 참기름으로 무치면 보들보들 멸치회가 되고 각종 채소에 양념을 버무리면 멸치회무침이 되니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별미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잘생긴 멸치는 고등어나 참치처럼 석쇠에 얹어 왕멸치구이를 하고 한켠에서는 천일염과 혼합해 즉석에서 젓갈을 만든다. ‘칼슘왕’으로 불리며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멸치지만 이는 마른 멸치에만 해당되는 일, 살아서 펄펄 뛰는 멸치가 아이들에겐 신기하고, 크기별로 다른 쓰임새의 멸치에 입이 쩍 벌어진다. 대변항은 멸치에 관한 모든 것이 있는 ‘멸치왕국’이자 멸치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저녁 무렵 하나둘씩 불을 밝히는 항구의 모습이 아름답고 희부옇게 동이 터오는 새벽, 출어를 나가는 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둑한 새벽을 가르는 모습이 근사하다. 바다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대변항의 경이로운 모습은 웬만한 일몰·일출의 장관보다 멋질 것이다. 5월2일부터 5일까지 대변항에서는 제17회 기장멸치축제(tour.gijang.go.kr/festmyeolchis)가 열린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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