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동중 손지선 교사의 학급 학생들이 생일잔치를 하는 모습니다. /손지선 교사 카페 제공
1인1역 시스템으로 교실 속 자기역할 하나씩 생겨
교사-학부모와 카톡방 열어, 달라지는 학급문화
교사-학부모와 카톡방 열어, 달라지는 학급문화
한 개그 프로그램이 낳은 유행어 가운데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표현이 있다. 농담 반 진담 반, 이 표현을 자주 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학교 문화가 학교의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만을 주목해왔던 탓이 크다.
학급회장만 그 학급의 대표 얼굴일까? 1등 하는 학생의 학부모만 학교활동에 참여해야 할까? 최근에는 35명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학급의 얼굴이 되도록 대안적인 학급문화를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다.
1인1역 시스템 구축해둬
전주 풍남중 황종락 교사(황쌤닷컴 www.hwangssam.com)는 담임을 맡을 때마다 학급의 모든 학생들에게 하나씩 자기 역할을 준다. 컴퓨터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학급 누리집을 관리한다. 사진을 잘 찍고 포토샵 등에 능한 학생은 학급 행사 때 사진작가 역할을 한다. 황 교사는 학기 초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누구나 학급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자기 역할을 하면서 학급에 기여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자기 역할에 대한 협의를 한다.
이런 문화를 구축한 데는 이유가 있다. 황 교사는 “우리 학교 문화가 으레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고, 교사가 이름을 부를 때도 그런 아이들 위주로 부르게 된다”며 “공부와 관계없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학급 구성원으로서 일거리가 있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학기 말이 되면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학급 앨범 시디(CD), 학급 동영상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학급 공동체의 다양한 성과물이 나온다.
가정의 생일파티를 학교에
생일파티는 가정에서만 해야 할까? 서울 창동중 고현정 교사의 학급에도 1인1역 시스템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학급 행사를 담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등교해서 초코파이 등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고, 학용품 등 작은 선물도 준비한다. 주인공은 교탁 앞에 나와 친구들의 축하를 받는다. 이때는 반에서 재능 있는 친구들이 나와 축하의 의미로 노래나 악기연주 등을 한다. 올해는 하모니카를 불며 축하공연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생일파티 이벤트를 통해 고 교사는 학생들이 생일에 민감하고, 교사가 챙겨준다는 점에서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준비 과정에서 행사기획 등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도 나타난다.
이렇게 반 차원에서 행사가 생길 때마다 ‘준비위원회’가 꾸려진다. 수학여행을 가면 수학여행준비위원회, 생일이면 생일파티준비위원회가 꾸려지는 식이다. 고 교사는 “이런 행사와 위원회 구성을 통해 교사는 학생들 성향도 파악을 할 수 있고, 반 아이들이 서로 친하건 친하지 않건 간에 1년을 함께 보내는 공동체로서 서로 유대관계를 맺게 하는 기회가 열린다”고 했다.
학교 체육관에서 야영을
최근 학급 수학여행 등 학급 차원에서의 활동을 독려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는다. 창동중 손지선 교사는 전에 담임을 맡았던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체육관을 활용해 모둠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 학교 차원의 행사는 공식적인 의미도 있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이런 학급 활동은 학생들이 기획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풍남중 황종락 교사의 교실에도 학사일정과는 별개로 학급 행사들이 많다. 일종의 ‘게릴라식 이벤트’다. 학생들은 학교 학사일정을 놓고 학교 행사 일정과 겹치지 않게 학급 행사를 논의한다. ‘햄버거, 초콜릿 걸고 퀴즈대회 열기’, ‘지리산 등 야영가기’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었다. 황 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행사를 하면 아이들과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로 갈까?’ ‘언제 갈까?’ 등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생들 참여도도 높고, 아이들이 즐겁게 움직인다”며 “학생들 스스로 합의해서 결정하게 하는 기회와 구조를 만들어주면서 아이들이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와 카톡방 개설하며 소통
창동중 손지선 교사(cafe.naver.com/etson)는 학부모 카카오톡방(이하 ‘카톡’)을 개설하고 있다. 학생들이 종례 때 전달한 사항을 잊을 수도 있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카톡을 안 하는 부모들에게는 문자로 소식을 보낸다. 덕분에 학급 행사 등이 생기면 부모님들은 이 소식을 잊지 않고 종종 맛있는 간식 등을 챙긴다.
“아빠입니다. 카카오톡이라 처음에는 참여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선생님께서 보내주시는 학교 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정성과 노력이 가득한 말씀들에 학교생활에 대한 안심과 더불어 기대도 됩니다.”
지난 4월2일 한 학부모가 서울 강명중 김석우 교사에게 보낸 카톡 내용이다. 김 교사도 학부모들과 카톡방을 만들어 학급 소식, 학부모가 읽으면 좋을 책, 학생들의 일상 모습을 찍은 사진,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자녀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알린다. 종례신문의 일종의 스마트폰 버전이다. 이런 방식의 소통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 상당수가 교육전문가이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고, 아이들도 바뀌고 있다. 바뀌고 있는 점에 대해 교사가 아는 지식을 공유해 지도하는 게 중요해졌다. 종례신문을 만들고 인쇄, 복사하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데 카톡으로는 일상적으로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몰라 우울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우울한 게 정상입니다. 부모님들한테 자녀교육에 대한 약간의 힌트와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위안과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점점 거칠어지고 여러 문제도 일으키는데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예전만 못해집니다. ‘정보 부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평상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면 부모님들도 학교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연락을 받아도 욱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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