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다양화 300프로젝트’ 포기
‘일반고 슬럼화 초래’ 부작용 인정
자사고 허가 중단·취소 이어질듯
교육계 “일반고로 적극 전환해야”
‘일반고 슬럼화 초래’ 부작용 인정
자사고 허가 중단·취소 이어질듯
교육계 “일반고로 적극 전환해야”
교육부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을 확대하는 이 정책이 결국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자사고 허가가 사실상 중단되고, 오히려 허가 취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힘 잃은 고교 다양화 정책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10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고교 서열화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그 숫자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2012년까지 자사고 100곳과 기숙형 공립고 150곳, 마이스터교 50곳을 개교한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돼왔다. 이후 정부는 자율고(자사고+자율형공립고) 100곳으로 목표를 수정했는데, 3월1일 기준으로 자사고 49개교, 자율형공립고 116개교 등 자율고만 모두 165개교가 지정돼 목표치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교육부가 자율고 확대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자사고 허가를 새로 받기는 어려워지고,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허가 취소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원칙은 분명하다.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될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미 3개 자사고가 일반고로 되돌아가지 않았나. 앞으로는 그런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고교 서열화 불러온 자율고 교육부가 고교 다양화 정책을 포기한 것은 자율고 도입이 결국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슬럼화’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사고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일반고에 비해 훨씬 많은 자율성을 행사해왔다. 자사고는 이를 무기로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달렸고,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며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목고, 자율고, 일반고 순서로 고등학교가 서열화하면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고가 갈수록 ‘슬럼화’해왔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목고 비율이 5% 정도여서 그 학교에 가는 것을 남의 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자사고까지 더해져 20%로 늘자 대다수가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서열화가 나타났다.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자는 것이었는데 그런 취지보다는 부작용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취임 이전에 참여한 ‘미래 한국교육의 발전 방향과 전략’ 보고서에서 “2010년 자사고가 도입된 이래 자사고와 일반고 간 계층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자사고가 선별적 선발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특목고에 이어 학교간, 학교 유형간 서열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소극적 정책으로는 해결 어렵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일반고 육성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고가 재정 등과 관련해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중이다. 또한 교수·교사 등의 의견을 받고, 자문단 형식의 위원회도 구성해 해법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교육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적어도 5월 안에는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일반고 육성의 방향은 각 학교를 특성화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3월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교육·자격을 연계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활용해 교육훈련 과정을 개편한 특성화고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대책으로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위기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자율고는 지정 5년이 되는 해에만 평가에 따라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지정 취소가 더 쉽게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 선발형 학교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일반고 위기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과도하게 늘어난 자사고 등을 적극적으로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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