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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친형의 자기소개서 베껴도 ‘합격’

등록 2013-04-11 20:17수정 2013-04-11 22:47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사람이다. 가정환경, 특기, 인성,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심층면접과 현장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사진은 대학의 수시모집 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사람이다. 가정환경, 특기, 인성,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심층면접과 현장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사진은 대학의 수시모집 면접고사를 치르는 학생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입학사정관제 부실운영 실태
진로희망 의사→과학자로 손질 등
입시 유리하게 학생부 수정 수두룩
교사추천서 90% 이상 표절 163건
적발돼도 교사엔 전혀 불이익 없어
#1. 지난 2009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맡은 ㄱ씨는 같은 반 학생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자 그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해줬다. 1·2학년 때 학생부에 적힌 진로희망은 ‘의사’였는데 3학년 때 1·2학년 진로희망을 ‘과학자’로 고쳐썼고, 특기사항에는 ‘생명과학 서적을 읽는 등’과 같은 내용을 넣어줬다. 그해 말 이 학생은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2. 한 대학의 2013학년도 우수인재 양성 전형에 수시 지원한 ㄴ군이 낸 자기소개서는 친형이 다른 대학의 2012학년도 전형에 지원할 때 쓴 것과 35.18%의 유사도를 보였다. 막내인 ㄴ군의 자기소개서에는 동생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대학진학제도 실태조사 결과’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대입정책 가운데 하나인 입학사정관제의 잘못된 운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교사 ㄱ씨의 사례처럼 대학입시에 유리하도록 학생부를 임의로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학생부와 함께 입학사정관제의 핵심 전형자료인 자기소개서 역시 표절이나 대필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학생부 임의 수정이 일부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에서는 문제를 드러냈다. 서울의 한 고교생은 텝스 성적이 903점으로 1플러스 등급이라고 적는 등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공인 어학시험 성적을 넣기도 했다. 경남에서는 36명의 중고생 학부모가 한 공익법인에 돈을 주고 허위 봉사확인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자기소개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ㄴ군처럼 표절하는 경우도 많았고, 남이 대신 써주거나 거짓 내용을 지어서 적는 경우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표절 여부를 가리는 교육부의 ‘유사도 검색 시스템’에 가입한 대학이 많지 않아, 다른 대학에 다른 사람이 접수한 자기소개서와 비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같은 대학 지원자들 간의 비교만으로는 표절·대필·허위작성 여부 등을 판별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교사추천서는 자기소개서보다 표절 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 90% 이상의 유사도를 보인 경우가 163건에 달했다. 교사추천서를 허위로 써 적발된 뒤에도 교사에 대한 불이익이 전혀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심사의 충실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학의 경우 입학사정관 1명이 무려 687명을 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일, 하루 8시간씩 평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원자 1인당 심사시간이 27분에 불과해, 심도있는 평가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셈이다.

감사원은 “입학사정관제가 학력평가 중심 대입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애초의 취지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 운영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입학사정관제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면서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입학사정관제도 생기고,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났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뒤 각 대학의 철학과 교육이념 등에 맞는 학생을 뽑는 식으로 내실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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