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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 재정난, 장학금까지 싹둑…“문 닫고 싶어도 못닫아”

등록 2013-04-24 20:29수정 2013-04-24 22:16

정부 보조금은 끊겼는데
학생미달 사태로 예산확보 곤경
장학금 기준 올려 6천만원 줄이고
담임교사 수당 폐지 등 쥐어짜기
일반고 배정 학생 빼가기 잡음도

“자사고 반환하고 싶지만…”
학부모 반발등 부작용 우려
“5년 안돼도 자사고 지정 해제를”
교육당국의 적극 개입 요구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시행 4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법인의 재정이 튼실하지 않은데다 학생 정원도 채우지 못해 미달 사태를 겪는 일부 자율고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위 서열에서 밀려난다는 인식 탓에 일반고로 전환하지도 못한다. 자율고는 학생 선발 인원을 제한받는 탓에 학생들이 인근 일반고로 몰려 ‘콩나물 시루 교실’이 재연되고 있다. 우수 학생마저 자율고에 빼앗기면서 일반고의 교육 여건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문 닫고 싶어도 닫을 수가 없어요.”

학생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정부 보조금까지 끊겨 재정난에 허덕이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사들의 말이다. 2010년부터 문을 연 자사고는 교과 편성 등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데, 일부 학교의 경우 지원 학생이 정원에도 못 미치는 ‘미달 사태’를 빚으면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문제에 시달리다보니 학생 장학금을 줄이고 교사 성과급을 줄이는 등 무리한 운영으로 연명하고 있다. 어느 미달 자사고는 부족한 학생을 메우기 위해 인근의 일반고 학생을 무더기로 빼내갔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 미달 사태에 예산 쥐어짜기 운영 2010~2011년부터 신입생을 받은 서울 지역 자사고들의 경우, 일반고일 때 입학한 학생들이 2∼3년이 지난 올해 대부분 졸업했다. 정부는 이 학생들 몫으로 주던 사립학교 보조금을 끊기 시작했다. 평균 151만원 수준인 일반고보다 훨씬 많은 등록금(평균 383만원)으로 중단된 보조금을 보충하려던 자사고들에게 학생 미달 사태는 곧 예산 부족을 의미한다. 자사고들로선 진짜 ‘자립’해야 하는 시련의 시기가 닥친 것이다.

이런 자사고들은 학생과 교사들에게 필수적인 예산을 줄이는 등 쥐어짜기식 운영에 들어갔다. 올해 신입생 모집 경쟁률 0.63 대 1로 서울 지역 자사고 가운데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ㅁ자사고는 이번 1학기부터 교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 기준을 높였다. 1학년에게는 학기말 성적이 상위 4% 안에 들고 전국 단위 학력평가에서 언어·수학·외국어 중 2개 영역에서 2등급 이상이면 주던 학력우수 장학금을 올해부터는 성적 상위 3%에 학력평가 2개 영역 1등급을 받아야 주기로 했다. 이 학교의 올해 장학금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5908만원이나 줄었다.

3년째 정원을 채우지 못한 서울의 ㅇ자사고도 학기마다 10만원씩 주던 담임교사 학급운영비를 없앴다. 3등급(S·A·B)으로 나눠 주던 교사 성과급도 올해부터는 최저 등급으로 일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의 자사고 49곳 가운데 12곳이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 학생 빼가기 의혹까지 한 ‘미달 자사고’는 부족한 학생을 채우기 위해 지난달 초 1학기 개학 직전 일반고에 이미 배정받은 학생을 무더기로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고인 ㅇ고에 배정받은 학생 13명과 ㅅ고 학생 5명, 다른 지역의 ㅇ고 학생 3명 등을 무더기로 빼내 갔다는 게 학생을 빼앗긴 일반고 쪽의 주장이다. 이 가운데 한 일반고의 부장교사는 “문제의 자사고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에 배정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자사고에 와도) 내신 성적이 불리하지 않다. 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해 학생들을 데리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 쪽에서는 자기 학생들이 무더기로 우리 학교로 옮겨오니까 오해를 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이미 다른 일반고로 배정받은 중학교 졸업생들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 “차라리 자사고 지정 취소됐으면” 상황이 이쯤되면 도로 일반고로 돌아갈 법도 하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자사고’라는 우월한 지위를 버릴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학부모의 저항과 여론의 관심도 부담스럽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일반고에 비해 야간자율학습 감독과 보충수업 등으로 인한 교사의 부담이 더 큰데, 수당에 장학금까지 줄이니 차라리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사고의 교감은 “재단이 자사고로 운영하자는 뜻이 강해 정원 미달이 돼도 계속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정원 미달을 거듭하다 지난해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용문고의 서진택 교장은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우리만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자사고 지정 해제는 해당 학교가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가 5년마다 학교 상태를 평가해 지정을 해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인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기본 목표를 버렸지만,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소극적 정책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강경표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위원장은 “학생·교사를 들볶아 연명하는 자사고를 지정 5년이 안됐어도 취소할 수 있는 절차를 정부가 마련하되, 일반고 황폐화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 자사고 자체를 없애는 틀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콩나물 시루’ 되돌아가…자사고 인근 일반고도 ‘몸살’

일반고로 학생 몰려 ‘풍선효과’
‘학급당 35명’ 가이드라인 초과
한 반에 학생 49명 북적대기도
교사들 “생활지도 힘들어” 호소

지난 19일 오후 찾은 서울 구로구의 일반고인 경인고 3학년 교실. 덩치 큰 남학생들이 오밀조밀 붙어 앉아, 보기에도 답답했다. 교실 뒤편에는 여유 공간이 전혀 없어 사물함도 복도에 꺼내 놓았다. 뒤쪽에 앉은 일부 학생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등 수업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 반 학생이 49명. 마치 ‘콩나물 시루’에 비유되던 옛 학교 교실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 수가 2배가 되면 면담 시간도 딱 2배 늘어날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그보다 훨씬 부담이 커집니다. 신경이 분산되고, 누가 어떤 고민을 얘기했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이 학교 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같은 지역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공립고(자공고)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경인고가 있는 안양천 서쪽 지역에는 자사고인 영신고, 자공고인 고척고, 일반 여학교인 오류고가 있다. 자사고와 자공고가 30명 안팎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제한하다 보니, 일반고인 경인고에 학생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정회태 교장은 “2년 전 인근 고척고가 자공고로 바뀌면서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4일 교육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의 자율고 확대 정책 이후 일반고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수 학생은 자율고가 빼가고, 자율고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들어가지 않은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늘면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담임 교사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에도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에 학생부를 이용한 입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동대문구의 일반고인 동대부고 역시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40명에 이르고, 최대 45명인 반까지 생겼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을 빼가다 보니 예전보다 성적도 떨어졌고, 학생 수도 늘어 지도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의 일반고인 서문여고의 편무영 교감도 “생활지도에 적정한 수준을 학급당 25명 정도로 보는데, 우리는 40명이 넘어 한계가 있다. 특히 상당히 많은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 학생부 작성에 담임 교사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치구별 고등학교 현황을 보면, 구로구의 경우 일반고 학급당 학생수는 36.8명으로 자사고(29.1명), 자공고(29.6명), 특성화고(28.2명), 특목고(28.9명)에 비해 훨씬 많았다. 상당수 다른 지역도 구로구와 같은 상황이다. 자사고와 자공고의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안팎인 반면,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마포구 36.0명, 노원구 35.7명, 강남구 37.8명, 서초구 35.6명, 광진구 35.5명 등이다. 모두 서울시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인 학급당 35명을 뛰어 넘는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적정한 학생수가 유지돼야 진로 지도 등에서 담임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일부 자율고는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반면 일반 학교는 피해를 보는 구도라면 공교육 강화라는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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