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탐구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로알드 호프만 지음, 이덕환 옮김, 까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네 인생 전부를 걸어 보고 싶은 그런, 네 전부를 걸어 보고 싶은 그런.” 신해철의 노랫말이다. 그는 거듭 묻는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무엇을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알고 열정을 갖고 몰입하는 삶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그렇지만 이런 삶은 흔치 않다.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진짜로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 듯 보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일흔은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는(從心)’ 나이라 한다. 일흔이 지난 지 여러 해, 올리버 색스는 여전히 강단에서 자신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다 보면 그가 ‘진짜로 원하는 일’을 찾았고 오랜 시간 기꺼이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는 올리버 색스의 유·소년기 회고록으로 ‘원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발견되고 길러지는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그는 호기심 많고 문제 해결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데 훗날 세계적인 뇌신경학자로 성장하는 데는 이런 개인적 자질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한 특별한 환경의 역할이 주요했다. 먼저 의사 부모님과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일가친척들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과학 전반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었다. 집 안에 있던 부모님의 진료실에는 각종 실험도구와 약병들이 그득했다. 이것들을 사용하여 그는 유년기부터 화학실험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었다. 분필을 컵에 넣고 식초를 부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백반이나 황산구리 과포화용액에 실을 담가 결정을 만드는 실험은 식탁에서 그야말로 밥 먹듯이 이뤄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매우 어린 나이에 이뤄진 해부학 실습은 저자에게 두렵고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해부학자이기도 했던 어머니는 열한 살 때 올리버에게 해부용 메스를 쥐여주었고, 열네 살 때에는 동료 교수에게 보내 정식으로 해부학 실습을 받도록 했다. 거의 일상처럼 인체 해부에 익숙해 있던 어머니와 달리 올리버는 시신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는 시신을 순수하게 관찰과 학습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자신과의 관계 차원에서 이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올리버는 여섯 살이었다. 학생들을 교외로 피신시키라는 정부 명령에 따라 브레이필드에 있는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이 학교에서 그는 전 생애 중 가장 끔찍한 경험을 했다. 교사의 구타는 일상적이었으며, 급식은 형편없었다. 굶주림과 학대 가운데 4년을 보내는 동안 그에게는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났으며,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수학에 빠져들기도 했다. 풍요와 박탈이 두서없이 뒤섞인 올리버의 어린 시절은 그의 연구 이력과 이에 바탕을 둔 여러 저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에는 인식불능증,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 이야기가 나온다. 올리버 색스는 어릴 때부터 편두통이 있었으며, 편두통이 올 때 시야에 이상이 생기거나 색채 인식을 못하는 등의 경험을 했다. 기숙학교에서 받았던 학대, 편두통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등은 환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에는 올리버 색스의 관심을 끈 여러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원제이기도 한 ‘텅스텐 삼촌’(이 책의 최초 한국어판은 <엉클 텅스텐>으로 출간되었으며 <이상하거나…>는 <엉클 텅스텐>의 개정판이다.)에서부터 셸레, 보일, 라부아지에, 험프리 데이비, 돌턴, 맥스웰, 멘델레예프, 퀴리 부부, 러더퍼드 등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헌정한, 화학의 멘토이자 친구인 로알드 호프만을 빼놓을 수 없다. 로알드 호프만은 코넬대학교 교수로, 분자의 대칭성을 기초로 복잡한 분자의 성질과 화학반응을 규명한 공로로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유대인이며 저명한 과학자라는 점 외에도 화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 문학·음악 등 전공 이외 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성취,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깊고 넓은 마음 등 올리버 색스와 로알드 호프만을 잇는 공통점은 여럿이다. 로알드 호프만의 저서 중 화학 및 화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화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분야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써낸 책이 있다. 제목도 재미있는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이다. 저자는 같음과 다름, 자연과 인공, 표면과 이면의 대립과 균형을 축으로 화학물질의 성질을 설명하며, 화학이 발견에 치중한 학문이 아닌 역동적인 창조의 장임을 역설한다. 또 화학 분야에서 언어, 도식 등을 이용한 상징화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물리학, 수학 등 다른 과학 분과에서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과의 차이점을 대조하면서 화학 분야만의 개성 있는 상징화 작업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 및 프리츠 하버의 사례 등을 들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논한다. 과학자 또한 평범한 인간으로 그가 속한 사회의 가치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이 방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한다. 이처럼 다소 딱딱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저자는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끝까지 책장을 놓을 수 없도록 호리는 건 이 책의 숨겨진 매력이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김수연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난이도 수준: 중2~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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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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