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희(48)씨
사학비리 제보로 해임뒤 9년만에 교단 서는 조연희 교사
장관 직권 임용취소 맞서 싸우다
최근 서울교육청 임용 통보받아
“영훈중 제보자 색출행태 씁쓸”
장관 직권 임용취소 맞서 싸우다
최근 서울교육청 임용 통보받아
“영훈중 제보자 색출행태 씁쓸”
“내부고발을 하면 10년 가까이 거리에서 헤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질까 두려워요.”
사학비리를 폭로했다가 보복성 해임을 당했던 조연희(48·사진) 교사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으로 복직했다가, 교육부의 임용 취소 처분을 받는 곡절 끝에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재임용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2004년 직위해제된 뒤 10년 가까이 지나서야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됐지만, 기쁘지만은 않다.
2012년 3월 곽노현 전 교육감은 조연희·박정훈·이형빈 교사를 특별채용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이들의 임용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교육부의 직권 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시교육청에 다시 이들의 임용 취소를 요구했으나 시교육청은 거부하고 조 교사와 박 교사의 임용을 결정했다.
“공익제보자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내부고발을 하게 되면 밥까지 굶어야 겨우 복직할 수 있다는 모습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누가 공익 제보를 하겠어요.”
조 교사는 동일여고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2003년 15억원을 유용한 재단 비리를 고발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민원을 제기한 그의 신원을 학교 쪽에 노출시켰다. 조 교사는 2004년 2월 직위해제됐다가 2006년 9월에 결국 해임됐다.
그는 최근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영훈학원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내부고발자를 색출해 직위해제까지 하려는 행태(<한겨레> 6월7일치 10면)를 보면서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한다.
“어떤 조직에 비리가 있다면, 내부에서는 대부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침묵하게 되는 거죠. 누군가가 드러냈을 때 보복을 당하게 되는 게 일상화됐으니까요. 내부고발의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고 그들을 철저히 보호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그게 안 되는 거지요.”
그는 “내부고발을 하더라도 국가기관 등이 구제해주는 시스템이 완비돼 있으면 권력자가 내부고발이 두려워서라도 자기검열을 하게 될 텐데, 현실에서는 반대로 조직 구성원들이 먹고살 걱정 때문에 오히려 고발에 대해 자기검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고생해온 자신의 사례가 그리 좋은 사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정말 예쁠 것 같다. 멍하니 그냥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 교사와 달리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환 반대 주장을 했다가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던 이형빈(42) 교사는 이번에 복직되지 못했다. 시교육청이 “스스로 사표를 냈는데 교육감 비서실에서 근무했다고 특채를 해주면 임용권자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논리였다.
조 교사와 함께 복직하게 된 박정훈 교사는 “특별채용된 교사들에 대한 교육부의 임용 취소 조치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이므로 법리적으로 본다면 세 명이 같은 조처가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해고됐으나 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형빈 교사만 복직에서 제외한 문용린 교육감은 ‘자사고와 특권학교, 고교 서열화를 옹호하는 서울시교육감’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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