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교장 뒤로 빠지고 교사·학생 주도…‘가고 싶은 학교’로

등록 2013-06-11 20:58수정 2013-06-11 22:52

서울 세명초 4학년 학생들의 1박2일 학교숙식체험.
서울 세명초 4학년 학생들의 1박2일 학교숙식체험.
교육 흔드는 학교의 갑을구조 <하>
실내 딱지치기 허용?
복장두발 자율규제?
교사·학생들 토론 거쳐 결론
학교 ‘수평적 리더십’ 바뀌자
학교숙박 체험·색다른 수업…
주입식 교육 방식도 변화

“아이들이 복도에서 팽이 치는 걸 봤는데 이걸 규제해야 할까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세명초등학교의 한 교실. 교사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언뜻 사소한 주제로 보이는 ‘복도 팽이치기 규제’를 놓고 벌이는 논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이날 논의 주제는 ‘실내에서 학생들의 놀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였다. “우유팩으로 딱지치기하는 건 어쩌죠?” 교사들이 학교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꺼내다 보니 풍성한 사례가 모였다. 벌써 세번째 논의한 날인 이날 마침내 구체적인 결론이 나왔다. 탱탱볼 같은 가벼운 공 이외에 야구공이나 축구공 같은 위험할 수 있는 복도 공놀이는 금지하기로 했다. 팽이치기나 딱지치기는 허용하기로 했다.

시흥 장곡중의 ‘발굴 체험’ 국어 수업.
시흥 장곡중의 ‘발굴 체험’ 국어 수업.
이날 회의의 이름은 ‘다모임’이다. 이 학교는 학교 운영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결정할 때 교장을 포함해 교사들이 모두 평등하게 참여해 논의하는 다모임을 연다. 나용주 교장은 이날 “주변 아파트 입주로 곧 우리 학교 학급 수가 두 배로 늘 텐데, 그때까지 길게 보고 원칙을 정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을 뿐, 특정 방향의 결론을 직접 내리지는 않았다.

교사들은 이렇게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다시 학생들과 다모임을 열어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9월 학교 신설 때 이 학교로 옮긴 신명숙 교감은 11일 “그 뒤부터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놀이를 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4학년 학생 78명은 지난 7일 1박2일짜리 숙박 체험을 학교에서 했다. ‘오늘은 학교가 집’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4학년 교사들이 직접 논의해 만들었다. 교실에서 직접 밥을 지어보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요리의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취지다. 신 교감은 “일반 학교에서는 회의를 해도 대부분 말을 아껴 이런 아이디어 자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교사들이 직접 제안한 일을 하게 되니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친구끼리 초코파이 먹여주는 장곡중 이벤트.
친구끼리 초코파이 먹여주는 장곡중 이벤트.
학생들도 매주 반별로 다모임을 연다. 최근 5학년들이 6학년들에게 복도에서 인사를 하지 않아 선후배간 갈등이 생겼는데, 학생들이 다모임을 열어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 초 이 학교로 옮긴 신영식 교사는 “이전에는 직원회의 시간에 일방적인 전달사항만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교사들이 새로운 제안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가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져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세명초처럼 수평적 리더십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교장의 상명하복식 지시에 교사들이 움직이는 여느 학교들과 달리 교사와 학생의 자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명초와 같은 혁신학교다. 이런 변화는 학교 구성원에게 학교 운영과 교과과정의 자율권을 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혁신학교의 특성이 크게 작용한 덕이라는 게 교육 현장의 분석이다.

세명초 의사결정회의 ‘다모임’의 열띤 토론.
세명초 의사결정회의 ‘다모임’의 열띤 토론.
평교사가 교장에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학교인 서울 구로구의 영림중은 리더십이 바뀌면서 지난해 초 새로운 시도를 했다. 교사·학부모·학생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두발·복장 자율화를 결정했다. 일부 교사는 처음 해보는 시도에 학생들이 엇나갈까 불안해했지만, 학생들이 오히려 이전보다 단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호평한다. 첫째에 이어 둘째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윤희씨는 “첫째가 다닐 때는 학부모로서 학교의 동원 대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학교의 주체가 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교장의 리더십을 수평적으로 바꾸는 과정이 단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동작구의 국사봉중학교도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학생 자율규제 실험이 성공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윤우현 교사는 “원래 교장과 교사들은 쉽게 소통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얻게 되니 서로의 진정성도 믿게 됐고, 협력적인 관계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부영 강명초 교사는 “처음 혁신학교로 바뀐 2011년에는 부장교사 선출과 담임 배정 등을 교사들이 모여 논의해 결정하려다 교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 자율로 나오는 성과가 많다 보니 이제는 교장 선생님이 우리 교사들을 자랑하고 다닐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여수 바다에서 발견된 주검, 범인이…
빨간 팬티 벗은 슈퍼맨의 비애
A/S하다 음악 지워도…고객에 뻣뻣한 애플
“북 조평통 국장은 통일부 장관 상대 안된다”
[화보] 중부 유럽 대홍수…아! 다뉴브, 엘베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