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특산 먹거리인 빙떡.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70. 제주 동문시장
70. 제주 동문시장
어디를 가든 그 지방의 향토색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대표 재래시장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동문시장을 꼽는다. 제주 공항과 가깝다는 매력도 있지만 신나고 흥미로운 꺼리들이 없다면 어디 갈맛이 나겠는가? 여기 제주 동문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색색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동문시장에 들어서면 오밀조밀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 제일은 역시 온통 주황색인 과일가게. 육지에서야 겨울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귤이건만 제주 동문시장에서는 사시사철 귤이 넘쳐나고 그 종류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다. 한라봉, 천혜향, 청견, 네이비 등 그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비가림, 노지, 타이벡, 하우스 등 키운 방식으로도 이리저리 구분하니 귤 전문가인 제주 아주머니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모퉁이를 돌면 언제나 활기찬 동문시장이지만 더욱 생기 넘치는 수산물 코너가 있다. 은빛인지 금빛인지 불빛에 따라 현란한 반짝임이 넘쳐나는 제주갈치를 중심으로 자리돔이며, 방어, 한치, 갈치, 전복 등 잔뜩 물이 오른 제철 바다 생선들이 싱싱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는다. 펄펄 뛰는 수산물 옆에는 그것으로 만든 반찬이며 젓갈이 선보이는데 특히 제주 흑돼지와 어울리는 멜젖이 가장 인기 있으니 한번 콕 찍어 맛을 보게 된다. 마른 생선은 동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꽃처럼 동그랗게 늘어놓아 보기에도 좋다. 대부분의 상점은 구입한 물건을 택배로 보내주니 쇼핑 후에도 짐에 대한 부담이 없어 더욱 좋다.
제주 사람들이 입는 갈옷과 물허벅을 등에 진 비바리 인형 등 선물용 물건들도 만날 수 있는데 제주 여행에서 선물용으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초콜릿, 감귤 초콜릿에서부터 백년초 초콜릿, 녹차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다. 당연히 우도 땅콩, 올레 꿀빵, 감귤 과즐 등 제주만의 특색을 지닌 선물용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정신없이 동문시장 골목길을 헤매다보니 골목 저쪽에서 맛나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난다.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고 그곳에서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님이 무 꼭지에 기름을 발라 철판에 기름칠을 하고는 메밀반죽을 빙글 두른다. 메밀전병을 만든 후 그 위에 무 숙채를 채워 돌돌 말아내니 이것이 제주만의 주전부리인 빙떡이다.
어디 빙떡뿐이랴. 초록콩과 꿀이 들어있어 달달한 제주 송편이 맛나고 한입 베어 물면 찰진 쑥떡 속에 단팥앙금이 포실한 오메기떡은 행복덩어리다. 그런데 저기쯤에 기다란 줄이 보인다. 겉보기엔 그저 작은 분식점인데 동문시장의 명물이라는 사랑식을 먹기 위한 줄이다. 사랑식이 도대체 무얼까? 김밥 1줄과 튀김만두 두 개 그리고 큰 어묵이 들어간 떡볶이다. 육지에서는 모닥치기라고도 부르는 모둠 떡볶이다. 부추와 고기 없이 당면만 들어간 튀김 만두와 오이 단무지 햄만 들어있는 김밥이 맛있다.
사실 동문시장의 것은 모두 맛있고 적당히 밀고 당기는 흥정도 모두 재미나다. 마트의 정찰가격보다 깎는 재미에 인간적인 냄새가 나고 또 일부러라도 말을 붙이면 들려오는 대답에는 육지와는 전혀 다른 제주 방언이 이채롭다. 더불어 투박한 말투에 담긴 따스한 제주 인심도 풍성하게 얻어갈 수 있으니 제주여행에 동문시장은 필수 코스다.
글·사진 이동미 /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