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홈스쿨] 국방의 의무
국민의 의무라면
누구나 똑같이 지는 게 원칙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위 선양 대가로 면제 혜택 주는
운동선수 병역특례는 어떤가요
사회지도층의 병역 기피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평성이 무너진 군 복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연예병사 제도가 폐지됩니다. 국방부는 국방홍보지원대(연예병사) 제도 감사 결과,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지난 6월21일 국방부 소속의 국방홍보지원대 연예병사 2명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물의를 일으키자 국방부가 연예병사 제도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국방부 국방홍보지원대는 1996년 각 군별로 존재하던 ‘문화선전대’를 통합하면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연예인 활동 경력이 있는 병사들을 따로 모아 군부대 위문 공연과 국방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정원은 20명 안팎으로 지원 혹은 차출을 통해 뽑았습니다. 그러나 연예병사들의 해이한 복무 실태가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까지 일자, 제도 시행 16년 만에 폐지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8살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져야 할 병역 의무의 원칙에 ‘예외’가 존재합니다. 운동선수 병역특례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병역법 시행령 제47조 2항을 보면, 운동선수의 경우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도 국제대회 2위 이상 또는 국내대회 1위를 차지할 경우,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남은 복무 기간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병역 면제 혜택을 누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는 것이 병역특례의 주된 이유입니다. 20~30대가 전성기인 운동선수들이 현역병으로 입대하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난다는 이유를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정한 여러 의무가 있지만 국방의 의무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대회 입상으로 운동선수들은 병역특례를 받습니다. 운동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연금과 막대한 포상금을 받습니다. 이런 금전적 혜택 외에 병역특례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더구나 병역 문제를 비로소 ‘해결’했다는 이들의 환호성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반 사병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맙니다.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병으로 복무하며 나라를 지키는 일이, 단 한 번의 대회 입상보다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냐는 불만도 제기됩니다. 체육과 예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에게는 왜 병역특례를 주지 않느냐’고 따질 근거가 충분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점차 심화하고 있는 부와 권력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병역의 의무에서도 벌어집니다. 사회 고위층의 병역 기피는 한두 해 된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국무총리를 지냈거나 후보자로 지명된 이들과 그들의 아들은 모두 13명인데, 그중 6명이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50%에 가까운 면제율을 두고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그냥 넘겨야 할까요? 고위층의 사회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차치하고 국민의 의무인 병역이라도 제대로 이행해주길 바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부모를 둔 자녀들은 군대에 가서도 상대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꽃보직’에 배속되기도 합니다. 지난 2011년 국방부의 ‘정부 고위층 자녀 병역이행 현황’을 보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과 행정부 장차관급 인사의 자녀 70명 중 28명이 행정·보급·정보·정훈·산업특례 등 비교적 편한 곳이나 서울 및 서울 근처 부대에서 복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예외 없이 져야 한다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 앞에서는 좀처럼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국위 선양의 대가로 병역 면제라는 ‘혜택’을 받고, 사회 고위층은 온갖 수단을 써서 병역을 기피하려 합니다. 반면 일선 부대에서 묵묵히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병들을 보면, 이등병은 한 달에 9만7800원, 일병은 10만5800원, 상병은 11만7000원, 병장은 12만9600원(2013년 기준)을 봉급으로 받습니다. 2012년에 비해 20%가 올랐음에도 여전히 ‘용돈’ 수준에 머무릅니다. 물론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대가’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 속에 현역병으로 입대한 이들은 10만원 안팎의 한 달 봉급에 또 한 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됩니다. 단 한 번의 대회 입상으로 사실상 병역을 면제받는 예술·체육요원 편입제도 역시 지난 4월 병무청이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올해 말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국방 의무의 ‘예외’는 줄어들 전망입니다. 그러나 사회 고위층의 병역 기피 관행은 연예병사나 예술·체육요원처럼 제도 개선을 통해 고쳐지기 힘듭니다. 이들은 법과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노리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병역을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시민의 의무 어떤 공동체든지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유지와 안녕을 위해 특정한 의무를 진다. 우리는 가정,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는데 그중 국가는 가장 큰 범주의 공동체로서, 그 역할이 다양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더욱 엄중하고 큰 의무를 부과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밝히고 있는 국방, 교육, 근로, 납세, 환경 보전의 의무 중 교육과 근로, 환경 보전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무들은 구성원들의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한편, 납세, 국방 등의 의무는 그것을 소홀히 했을 경우 처벌받을 수도 있다. 시민들 스스로 국가 발전을 위해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까닭은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올바른 주인 의식을 키워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주어진 의무를 다하며, 공동체의 질서 유지와 번영을 위해 힘써야 한다. (<고등학교 도덕>, 천재교육, 126쪽) 책으로 확장하기 | 징집과 고용, 무엇이 옳은가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사진)에서 세 가지 병역 제도의 장단점을 꼼꼼히 짚습니다. 징병제, 대리인을 고용하는 징병제, 지원제가 그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샌델 교수는 징병제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대리인을 고용하는 징병제와 지원제는 돈을 받고 병역을 이행하는 것으로 시장 논리에 따른 거래의 일종입니다. 이는 거래 당사자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다른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저소득층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게 됩니다. 가난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니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군 입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샌델 교수는 ‘시민의 미덕과 공동선’을 강조합니다. 군 복무는 단순히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아니라 공동체를 방위한다는 면에서 시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군 복무를 상품으로 취급해서 돈으로 사고판다면 시민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가장 위험한 일을 시켜놓고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무임승차와 수인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2004년 동국대학교 수시논술에서는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충돌을 주제로 한 논술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무임승차’와 ‘공유지의 비극’ 그리고 ‘수인의 딜레마’를 설명하는 3개의 글을 제시한 후, 개인과 사회 간의 합리성이 대립할 때의 해결 방안을 서술하라는 문제였습니다. 국방은 그 나라의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닙니다. 국방이 굳건하다면 그 영토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병역 특례와 기피는 국방의 공공재적 성격을 악용해 ‘무임승차’를 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굳이 나라를 지키지 않아도 다른 이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으니 나 자신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임승차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국방은 허술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국방의 의무라는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수인의 딜레마’는 게임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런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방의 의무에도 양심과 도덕성, 공동선 추구 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채 개개인 각자가 오로지 자신의 최대이익만을 좇는다면 나라의 국방이 무너져 내리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파국에 이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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