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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물 해방론’은 동정심에서 나온 것일까요

등록 2013-08-05 20:00

제돌이 방류 행사가 열린 7월18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 가두리에서 제돌이와 춘삼이가 유영을 하고 있다. 
 제주/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제돌이 방류 행사가 열린 7월18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 가두리에서 제돌이와 춘삼이가 유영을 하고 있다. 제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NIE 홈스쿨]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춘삼이
동물 생명권 주창자들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차별없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논리의 철학적 기초는
벤담의 공리주의입니다
동물의 권리를 깨닫는 것
그것이 동물 해방의 시작입니다

지난 7월18일 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인 야생의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4년 2개월 만의 귀향입니다. 두 마리는 2009년 각각 제주도에서 어민이 친 그물에 걸려 잡힌 뒤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과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져 돌고래쇼에 동원됐습니다. 제돌이는 지난해 3월 서울시의 야생방사 결정으로, 춘삼이는 불법 포획 및 거래 사실을 적발한 검찰의 기소, 올해 3월 대법원의 몰수 판결로 자유를 얻게 됐습니다.

사실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유를 되찾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들이 야생에 돌아가 다른 무리와 합류할 수 있는지, 먹이사냥은 가능할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 중 가장 뜨거웠던 논쟁은 동물권 자체와 동물 해방 논리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돌이 방사 결정 당시 “이는 동물과 사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정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의 권익 보호와 나아가 동물 해방 논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입니다. 1975년 처음 출간된 이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여전히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로 꼽힙니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바꿔 놓았고, 동물들에 대한 잔혹 행위를 금지하는 범세계적인 운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싱어는 이 책을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폭정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두 가지 종차별주의(인간과 동물을 차별하는 생각) 사례를 들어 동물 해방을 역설합니다. 한 가지는 동물실험입니다. 미국 공군에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뒤에도 모조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침팬지들은 공군 폭격기의 비행을 모의한 조종 장치에서 전기 충격을 받으면서 훈련받았습니다. 또 사람들은 치사량에 가까운 방사성 물질이나 화학전에 쓰이는 약품에 침팬지를 노출시켰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화장품회사들은 생쥐, 토끼, 햄스터 등 수많은 동물들을 실험대에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싱어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가학성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원숭이를 평생 동안 우울증으로 몰아넣고 개에게 열을 가해 목숨을 빼앗고, 고양이를 약물 중독에 빠뜨리며 일과를 보낼 수 있는 것일까? 납세자들은 이러한 실험에 돈이 사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용인해도 되는 걸까?”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미군이나 화장품 회사들은 동물실험을 중단했습니다. 동물해방론자들이 꾸준히 캠페인을 벌인 결과였습니다.

또 다른 종차별주의 사례는 육식입니다. 싱어는 우리의 저녁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고기가 살아 있는 동물이었을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고발합니다. 닭들은 극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알을 낳습니다. 사육자들은 돼지의 체중을 불리려는 목적으로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에 가둬 사육합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피가 제거된 뒤 팩에 포장된 고기는 ‘오랜 학대 과정의 종착점’입니다. 싱어는 “고기를 먹는 것이 옳은 것인가 자문해야 한다”며 채식주의에 대해 “인간 아닌 동물 살해와 고통 야기의 종식을 향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매우 실천적이며 효과적인 행보”라고 말합니다.

이런 싱어의 종차별주의 반대 입장은 단지 동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철학적 기초가 있습니다. 뭘까요? 바로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1748~1832)의 공리주의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유명한 공리주의를 창시한 제러미 벤담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선이 곧 쾌락이고 악은 고통입니다. 벤담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쾌락을 좇을 권리를 지녔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공리주의는 사람들의 선호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지 않고 무게만 잽니다.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사람의 기호를 동등하게 계산하는 겁니다.

한데 이 논리를 피터 싱어는 동물에게도 적용했습니다. 즉 고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을 마찬가지로 대우해야 한다는 겁니다.

동물의 생명권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그들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모든 생명체는 동등하기 때문에 동물의 생명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인간이 느끼는 고통이나 동물이 느끼는 고통이 아무런 ‘질적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싱어도 그의 책에 벤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완전히 성장한 말이나 개는 갓난아이 또는 태어난 지 일주일이나 한 달이 지난 아이보다도 훨씬 합리적이다. … 문제는 그들에게 이성적으로 사고할 능력이 있는가 또는 대화를 나눌 능력이 있는가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공리주의는 ‘누구의 이익인가’와 무관하게, 감각능력이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쾌락과 고통에 관한 이익은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도덕적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 싱어는 이에 따라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동물도 동등한 이익을 누리며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종차별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인간과 동물의 완전한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 모든 생명의 가치가 똑같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통을 피하고 싶은 인간과 동물의 이익이 비슷할 경우, ‘동등 고려의 원칙’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기견이나 애완견에 대한 보호 의식은 어느 정도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식용과 실험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 아닌 동물’ 자체의 권리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동물 해방을 위한 시작입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공리주의와 관념론

공리주의는 영국의 경험주의 전통에서 나왔다. 경험주의자들은 도덕의 원리도 경험을 통해서 얻고자 하였으며,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모든 인간은 각각 자신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18~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 규모가 커지자, 이기적 개인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로서 공리주의가 등장하였다. 그 대표자라 할 수 있는 벤담은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위한 도덕과 입법의 원리를 제창하였다. (…)

윤리의 사회적 측면에 관심이 컸던 벤담은 개인적 차원의 행복주의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하였다. 그는 사회가 개인의 집합체이므로 개개인의 행복은 사회 전체의 행복과 연결되며,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은 그만큼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이른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도덕과 입법의 원리로 제시하였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천재교육, 154쪽)

논제로 정리하기 |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

2002년도 이화여대 정시 논술 문제는 인간과 동물의 본래적 지위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는 두 개의 제시문을 소개했습니다. 각각 현대 미국의 철학자 레이건의 ‘동물 옹호론’과 독일 철학자 칸트의 ‘추측해본 인류 역사의 기원’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가)의 제시문은 동물도 인간과 같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간과 동일한 본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나)의 제시문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점에서 동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이 두 주장은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호 대립하는 입장을 갖게 합니다.

이화여대 논술은 두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견해를 논하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이 문제의 요점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점을 근거로 자연에 대해 지배적 지위를 지닌다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특히 야생동물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을 약이나 보신, 실험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며 일부는 남획으로 인해 멸종의 위험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수험생들은 이런 일을 비롯해 여러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특히 동물과 같은 생명체와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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