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업무의 최종 결정은 모두 교장의 손을 거친다. 교장의 리더십이 학교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함게하는 교육]
전·현직교사 등 ‘교장제도 혁명’ 출간
현행제도 폐해현장 고발…대안 모색
자격증제 폐지하고 보직공모제 제안
전·현직교사 등 ‘교장제도 혁명’ 출간
현행제도 폐해현장 고발…대안 모색
자격증제 폐지하고 보직공모제 제안
“대한민국 학교는 흡사 군대와 같다. 교장, 교감,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관료 구조는 오로지 상명하복만을 강요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장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할 수밖에 없다. 학교 안의 인사권을 교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안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교장에 대한 고발을 담은 <교장제도 혁명>(사진·살림터 펴냄)이 출간됐다. 2010년 개교와 동시에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된 흥덕고 이범희 교장 등 전·현직 교사와 교장, 교육연구자 등 13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대한민국 교장제도의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했다. 현재의 교장제도로 파생되는 교사들의 승진 경쟁과 권위주의 폐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이후 변화한 학교의 모습 등 교육 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저자로 참여한 권재원 풍성중 교사는 “우리나라 학교에는 교장 외에는 의사결정권자가 없다”고 말한다. 인사와 회계, 행정 등 학교 안의 모든 의사결정이 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탓이다. 교육 주체들이 모여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협의하고 심의·의결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학부모와 퇴직 교장들로 채워져 제 기능을 못한다. 교장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 보니 학교 운영은 교장 1인의 자의적 판단에 좌지우지된다. 상당수의 교사들이 ‘교장 없는 학교’를 좋은 학교로 여긴다는 ‘고백’은 권위주의에 찌든 대한민국 교장제도에 대한 ‘고발’로 읽힌다.
반면 교장이 바뀌면 학교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이용환 서울 상원초 교장은 경기도 양평의 조현초 사례를 소개한다. 전교생이 90여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처했던 조현초는 5년 만에 12학급 323명의 학교로 성장했다. 문화예술·생태·창조학습 등 ‘조현교육과정 9형태’라는 이름의 수업 혁신을 이끌어낸 이중현 교장의 부임 시기인 2007년 이후의 변화다.
이중현 교장이 조현초에 부임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덕분이다. 교장공모제는 2007년 9월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 등 학교 운영이 자유로운 자율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다양한 경력과 배경의 인재들이 교장직에 임용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였다. 이용환 교장은 “교장공모제가 학교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나 한계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교장공모제는 응모 자격 기준에 따라 내부형(15년 이상의 경력 교원 대상)과 초빙형(교장자격증 소지자 대상) 등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초빙형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된 1934명의 교장 중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응모할 수 있는 초빙형은 1496명으로 전체 77.4%에 달한다. 반면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은 398명으로 20.6%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늬만 교장공모제’인 셈이다.
김달효 동아대 교수는 현재의 교장 자격증 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교장 자격증 제도는 일반 교사 때부터 경력평정, 근무성적평정 등 점수 따기에 매달리게 만들고, 젊고 유능한 교사가 교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대신 ‘교장 보직공모제’를 대안으로 제안한다. ‘보직’으로서 교장직을 수행할 교장을 학교 내외에 공모하여 교사들 중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자들을 심사를 거쳐 임용하자는 것이다. 교장을 ‘최고 권력자’로 여기는 상명하복식의 학교 문화를 바꾸고, 민주적 리더십과 역량을 갖춘 교사가 학교를 이끌어갈 수 있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교장을 보직으로 맡고 나면 다시 교사직으로 돌아오는 것도 교장 보직공모제의 중요한 특징이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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