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아침 6시 제주 남서쪽 이어도 해역에서 마주친 이어도해양과학기지의 모습.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을 이곳 과학기지에서는 8~12시간 전 미리 측정할 수 있어 태풍 예보와 재해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교사들의 이어도 탐방 현장
“구로시오 해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난 4일 새벽 5시40분께 경기도 인덕원고 박효진 교사(지구과학)는 망망대해의 물살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검푸른 바닷물이 뱃전에 부딪히며 하얀 물거품을 일으켰다. 선실 항로도에 따르면 이곳 바다의 물살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북상하는 구로시오 해류다. 박 교사는 “넓게는 태평양에서, 작게는 한국과 일본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구로시오 해류를 아이들에게 좀더 생동감 있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뱃길을 20분 정도 더 나아가자 동터오는 수평선 끝자락에 육중한 철골구조물이 보였다. 망망대해 한복판에 홀로 버티고 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였다.
아침 6시 제주대 실습선 ‘아라호’(1000톤급)에 몸을 실은 전국 초중고 교사 30여명이 제주 서남쪽에 위치한 이어도 해역에 도달했다. 제주항을 출발한 지 13시간 만이었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워낙 먼 곳이라 해양연구와 취재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해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답사는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주최한 ‘이어도해양아카데미 교사직무연수과정’의 하나로 이뤄졌다.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2003년 해양 기후변화 파악과 기상 예측 등 해양연구 목적으로 세워진 무인기지다. 평소에는 원격 조종으로 운영하며 장비 유지·보수를 위해 5~6명의 연구원이 1년에 50~60일 정도 머무른다.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주변 해역은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40%가 지날 만큼 해양 기상관측의 요충지다. 경기 본오중 김택중 교사(지구과학)는 “태풍의 방향과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바닷물 온도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태풍이 지나는 곳에서 직접 관측하면 태풍 예측은 더욱 정확하고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초중고 교사 30여명
배로 13시간 걸려 이어도 도착
해양과학기지 등 둘러보고
해양자원 교육 필요성 실감 이 해역은 해양자원도 풍부하다. 구로시오 해류와 서해의 한류, 중국 대륙의 연안수가 교차해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조기·민어·갈치·삼치·고등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대륙붕 아래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다량의 해저자원도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물과 원자재, 원유 등을 우리나라로 실어 나르는 선박 대부분이 이어도 항로를 지난다. 경제적 가치와 지정학적 위치 탓에 이어도 해역은 한국과 중국 간 해양 관할권 갈등 대상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을 정하는 기준은 해안으로부터 200해리(370㎞)까지인데, 이어도 해역은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로부터 200해리 안에 든다.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 81해리(149㎞), 중국의 위산다오(여산도)에서 155해리(287㎞) 떨어져 있다. 제주사대부고 김영헌 교사(사회)는 “제주 지역에는 이어도 설화와 민요 등이 전해져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이어도를 알고 있다”면서도 “이어도 해역의 가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탐방으로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사대부고 박윤경 교사(지리)는 “한국지리 교과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첫머리에 쓰여 있지만 해양자원에 대한 서술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해양자원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더욱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이를 고민해보는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도/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이어도는 인공암초 평화수역으로 만들어야”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고충석 이사장은 일찌감치 이어도 해역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2007년 출범한 이어도연구회 역시 고 이사장 주도로 출범했다. 고 이사장을 지난 1일 제주의 한 향토음식점에서 만났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는 독도와 같은 섬이 아니라 수중암초”라며 ‘이어도는 섬’이라는 일반인들의 오해를 지적했다. 이어도 해역에는 수면 아래 약 2㎢에 이르는 타원형의 수중암초가 형성되어 있는데, 가장 높이 솟은 수중암초의 정상부도 수심 4.6m 아래에 있다. 이어도해양과학기지도 수중암초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세워진 ‘인공구조물’이다. 수중암초와 인공구조물은 유엔해양법상 ‘도서’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이어도 문제는 독도와 같은 ‘도서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는 게 고 이사장의 지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어도 해역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 주변 해역은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이 지나는 남방항로의 핵심이고,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태풍 등 기상예보, 기후변화 및 주변 해역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도 문제의 본질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해양관할권이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200해리 안에 들어 서로 겹치는 위치에 있지만 중간선을 그을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 쪽 바다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중간선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해양경계 획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고 이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평화 수역”이란 말을 꺼냈다. 한-중 해양경계 획정 논의가 어려운 지금 시점에서는 국가간 갈등과 대립보다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동아시아 해역이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간의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바뀌면서 나라마다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민족주의적 감정까지 동원하는 상황도 경계했다. 고 이사장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을 전환하여 동아시아 해역을 평화의 수역으로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다. 동아시아 해역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 냉철하게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쟁점과 현안 등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김영우 기자
배로 13시간 걸려 이어도 도착
해양과학기지 등 둘러보고
해양자원 교육 필요성 실감 이 해역은 해양자원도 풍부하다. 구로시오 해류와 서해의 한류, 중국 대륙의 연안수가 교차해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조기·민어·갈치·삼치·고등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대륙붕 아래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다량의 해저자원도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물과 원자재, 원유 등을 우리나라로 실어 나르는 선박 대부분이 이어도 항로를 지난다. 경제적 가치와 지정학적 위치 탓에 이어도 해역은 한국과 중국 간 해양 관할권 갈등 대상이다. 배타적 경제수역을 정하는 기준은 해안으로부터 200해리(370㎞)까지인데, 이어도 해역은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로부터 200해리 안에 든다.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 81해리(149㎞), 중국의 위산다오(여산도)에서 155해리(287㎞) 떨어져 있다. 제주사대부고 김영헌 교사(사회)는 “제주 지역에는 이어도 설화와 민요 등이 전해져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이어도를 알고 있다”면서도 “이어도 해역의 가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탐방으로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사대부고 박윤경 교사(지리)는 “한국지리 교과서에서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첫머리에 쓰여 있지만 해양자원에 대한 서술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해양자원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더욱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이를 고민해보는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도/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이어도는 인공암초 평화수역으로 만들어야”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고충석 이사장은 일찌감치 이어도 해역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2007년 출범한 이어도연구회 역시 고 이사장 주도로 출범했다. 고 이사장을 지난 1일 제주의 한 향토음식점에서 만났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는 독도와 같은 섬이 아니라 수중암초”라며 ‘이어도는 섬’이라는 일반인들의 오해를 지적했다. 이어도 해역에는 수면 아래 약 2㎢에 이르는 타원형의 수중암초가 형성되어 있는데, 가장 높이 솟은 수중암초의 정상부도 수심 4.6m 아래에 있다. 이어도해양과학기지도 수중암초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약 700m 떨어진 곳에 세워진 ‘인공구조물’이다. 수중암초와 인공구조물은 유엔해양법상 ‘도서’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이어도 문제는 독도와 같은 ‘도서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는 게 고 이사장의 지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어도 해역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 주변 해역은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이 지나는 남방항로의 핵심이고,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태풍 등 기상예보, 기후변화 및 주변 해역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도 문제의 본질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해양관할권이다. 고 이사장은 “이어도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200해리 안에 들어 서로 겹치는 위치에 있지만 중간선을 그을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 쪽 바다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중간선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해양경계 획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고 이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평화 수역”이란 말을 꺼냈다. 한-중 해양경계 획정 논의가 어려운 지금 시점에서는 국가간 갈등과 대립보다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동아시아 해역이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간의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바뀌면서 나라마다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민족주의적 감정까지 동원하는 상황도 경계했다. 고 이사장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을 전환하여 동아시아 해역을 평화의 수역으로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다. 동아시아 해역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 냉철하게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쟁점과 현안 등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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