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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꿈 키워주는 거죠”

등록 2013-08-19 20:14

이현재(오른쪽)씨는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누나를 보며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대학생 교육봉사동아리를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재(오른쪽)씨는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누나를 보며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대학생 교육봉사동아리를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영어 교육봉사 코넬대 이현재씨
“누나가 저를 변화시켰듯이, 저의 노력으로 아이들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미국 코넬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이현재(25)씨. 그는 유치원 때 일어난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누나가 어느 날 갑자기 숨을 잘 못 쉬겠다고 했다. 척수염으로 전신마비가 와서 병원으로 옮겨진 뒤 6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상반신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하반신은 마비된 채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이후 부모님은 누나를 업고 학교 4층 교실을 오르내렸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서 누나는 볼일을 볼 때마다 집에 오곤 했다. 학교에 교실을 1층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학생 한명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고민하다 가족은 이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그곳에서는 장애인 스쿨버스를 제공해주고 이동할 때 도우미를 붙여줬다. 교실은 2층이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누나가 공부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누나는 심리학을 전공해 석사 취득 뒤 미국에서 상담심리 쪽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중3 때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미국 코넬대로 진학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복무를 위해 귀국해 카투사로 제대했다. 휴학 중이던 지난해 11월 그는 “누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봉사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교환학생 시절 만났던 친구들, 카투사(군) 때 동기들, 이전 모의 유엔 행사 때 한번 봤던 애들까지 모조리 연락했어요. 어색한 대화를 진짜 많이 나눴죠.(웃음) 어떨 때는 하루에 6시간씩 통화하기도 했어요. 안 된다고 하면 주변에 부탁해서 물어봐 달라고 했죠.”

그렇게 ‘맨땅에 헤딩’ 식으로 끌어모은 대학생이 30명. 그 뒤 인원이 늘어 지금은 서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 등 10여개 대학의 50명이 넘는 학생이 활동중이다. 동아리 이름도 직접 지었다. ‘티엠시’(TMC: Teach Mentor Change·이하 TMC)로 가르치고 멘토링해서 아이들 삶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그는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우리가 배우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직접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다. “처음엔 많이 헤맸죠. 지금은 홍보·인사·기획·총무 등 조직을 갖추고 행동 강령과 신입회원 교육매뉴얼도 갖추고 있어요.(웃음)”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누나와 이현재씨.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누나와 이현재씨.

누나처럼 곤란 겪는 소외자 도우려
대학생 동아리 ‘TMC’ 결성
10여개대 50여명 주1회 영어수업
“10분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이젠 숙제도 할 만큼 달라졌어요”

활동 8개월째 접어든 이들은 현재 서울 성북구의 꿈나래 지역아동센터와 동소문 행복한 홈스쿨 아이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번 일대일로 아이들에게 영어수업을 한다. 이씨는 “단순히 영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지내는 동안은 부모·형제·선생님의 역할을 다 한다”며 “아이를 잘 이해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기본예절이나 단체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센터에는 결손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TMC 회원들은 애초 기회 자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청와대 방문도 하고 삼성 딜라이트 신제품 전시회 하는 곳도 갔다. 공무원, 아이티(IT) 업계 등 다양한 일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면서 알게 된 인연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글로벌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코스타리카 대사관과 연계해 문화행사도 진행했다. “해외 여행할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외국의 문화를 접하고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코스타리카는 어떤 옷을 입고 뭘 먹고 어떤 종류의 동물이 사는지 알려줬죠.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했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정부지원금으로 수업 교재를 사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씨는 “전에 일했던 국제기구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갔다. 동아리 취지를 설명하며 기부를 요청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100만원 이상 모아서 교재를 구입하고 아이들과 활동하는 데 보탰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공부하자고 하면 다 도망가던 아이들에게 변화가 왔다. “10분도 앉아 있기 힘들고 숙제 내주면 하기 싫다고 울기까지 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달라졌어요. 영어실력도 늘고 성격도 밝아지고 수업 끝나면 앉은 자리에서 숙제도 바로바로 해요.”

이씨는 복학을 위해 며칠 뒤면 출국한다. 그는 “명예나 권력은 내가 죽고 나면 무의미하다. 남을 위해 일하면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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