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파행 부를 특화수업
미술·영어 등 11개 ‘거점학교’ 두고
학교별 2~3명 뽑아 주2일 따로 수업
정규수업 방과후 대체…교사들 난색
수십명에 수억 지원…형평성도 문제
미술·영어 등 11개 ‘거점학교’ 두고
학교별 2~3명 뽑아 주2일 따로 수업
정규수업 방과후 대체…교사들 난색
수십명에 수억 지원…형평성도 문제
“학생들에게 정규수업을 빠지고 방과후수업을 듣게 하라니요.”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의 한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 육성책으로 추진중인 ‘일반고 점프업 추진 계획’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추진 계획에 따라 미술 거점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오는 9월2일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이 학교와 주변 학교에서 선발한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미술 특화수업을 한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정규수업에 빠져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그 보완책으로 학교별로 이런 학생들을 모아 학급을 따로 만들거나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5일 서울 지역 고교 교사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일반고 육성방안이 오히려 일반고 교육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책은 학교별로 2~3명씩 선발된 학생들을 일주일에 최대 4일까지 거점학교에 모아 음악·미술·체육·과학·제2외국어·영어·수학 등을 따로 가르치는 방안을 담았다.
비판의 핵심은 교육당국이 법으로 정한 정규 교육과정을 스스로 파행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데 있다. 영신고와 같은 ‘3+2형’ 거점학교는 학생들이 소속 학교에서 사흘, 거점학교에서 이틀을 배우게 된다. 주변 학교의 학생들은 화·목요일 이틀간 자신의 학교에서 받아야 할 14시간 정도의 정규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 학교에 학생 일부를 보내게 되는 한 고교 교사는 “(학교수업을 빠짐에 따라) 보충해야 할 과목도 너무 많고,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작은 학교에는 거점학교에 보내는 학생 수 자체가 워낙 적어 따로 가르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광하 서울시교육청 고교교육개선팀 과장은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겠다고 동의서를 쓰는 학생만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수의 학생에게만 지원이 쏠리는 불합리한 구조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영신고에는 올해 시설공사비 3억원, 운영비 1억원이 투입된다. 30명의 학생들에게만 4억원이 쓰이는 셈이다. 체육 거점학교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의 신현고 역시 20명으로 구성된 한 학급을 위해 총 4억원이 투입된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일반 체고 입시반처럼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영·수 심화학습을 하는 거점학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다. 이미 1학기 때 시범 거점학교로 지정된 신도림고로 학생들을 보냈던 주변의 한 고교 교감은 “영어·수학 우열반을 교육청 차원에서 독려하는 것밖에 안 된다. 입시 준비반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그곳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박탈감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런 정책에 이례적으로 진보·보수 교원단체가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학생들에게는 학교 소속감과 교사와의 관계 형성, 교우관계 형성 등을 통한 인성 발달과 삶의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 생활지도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생 생활지도와 안전 대책에 자칫 구멍이 뚫릴 수 있다. 거점학교로 지정돼 수억원을 지원받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 상대적 차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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