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울의 멤버 김동희군, 강윤모군, 조윤성군, 이승진군, 김주영군이 8월26일 방과후 빈 교실에 모여 또래상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세를 취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서울 숭실고 또래상담반 ‘한울’
서울 숭실고 또래상담반 ‘한울’
“이번에 준비하는 프로그램 이름은 ‘가슴팍~도사’입니다.”
숭실고 2년 이승진군이 양 손바닥을 가슴에 댔다가 가슴 바깥쪽으로 활짝 펼치며 말했다. 곁에 있던 네 친구가 “얼굴 빨개진 것 봐”라며 웃기 시작했다. 지난 8월26일 서울 은평구 숭실고. 방과후 빈 교실에 이 학교 또래상담반 ‘한울’의 일곱 멤버 중 다섯 명이 모여 수다꽃을 피웠다. 이군이 설명한 ‘가슴팍도사’란, 역할극을 더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한울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참여자들을 디귿자로 앉게 합니다. 종이비행기를 나눠주고 각자 고민을 적게 한 다음 공중에 날려보내게 해요. 무거운 고민을 훌훌 털어버리라는 의미죠. 그리고 비행기에 적힌 내용 중에서 좋은 고민이 담긴 것을 뽑아요. 그걸 놓고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역할극을 합니다. 고민 상담을 하면 비밀이 알려질까봐 걱정하잖아요. 이 프로그램은 그럴 걱정이 없죠.” 이군의 설명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3학년 때 가해학생과 같은 반이 되면서 마음고생이 컸다. 그 과정에서 교사, 주변 친구들이 큰 도움을 줬다. 이 경험을 통해 “나도 누군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고교에 가면 동아리 활동이 자유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래상담반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이군이 지난해 8월, 한울을 만든 과정이다.
모집 공고문을 보고 비슷한 뜻을 지닌 학생들이 손을 잡았다. 2학년 강윤모군, 조윤성군, 1학년 김주영군 등은 심리학, 사회복지 분야 등에 관심이 있어 문을 두드렸다. 2학년 김동희군은 “중학교 때 반 친구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면서 느꼈던 보람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울의 정식 멤버가 되려면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실시하는 또래상담반 학생 대상 전문 교육(솔리언또래상담)을 받아야 한다. 무늬만 또래상담가로 남지 말자는 뜻에서 학생들이 만든 원칙이다.
지금 멤버들은 지역사회인 은평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실시하는 ‘마음건강 또래리더’ 교육 등도 받아가며 전문성을 다졌다. 보통의 또래상담반은 개인 상담 위주로 진행하지만 한울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교육받은 것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대로 알려준다면 친구들이 지루해할 것 같았다.
“보통 학교폭력 교육 등을 보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 많습니다. 학생 입장에선 지루하죠. 어떻게 하면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귿자로 앉아 진행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 방식을 접목했어요. 그 첫 프로그램이 ‘힐링타임’입니다.”
중학시절 학교폭력 시달렸을 때
주변 도움 받았던 경험 살려 결성
전문교육 거쳐야 정식 회원 가입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 위주로
문제해결하는 전문가 아니지만
고민 함께 공감해주는 데 의미 2월부터 4월까지. 힐링타임은 개발에만 두 달이 걸렸다. 참여자를 디귿자로 앉힌 뒤 한 사람씩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방식으로 동아리 멤버들 중 ‘촉진자’ 역할을 맡은 사람이 참여자 사이에 앉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분위기 조성을 한다. 한울 멤버들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등의 사례도 참고하고, SBS의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 등 시각자료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교사에게 양해를 구해 기술·가정 시간이 있는 네 개 반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평소 입을 굳게 다물고 지냈던 남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가슴팍도사는 힐링타임에 이어 개발한 두 번째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다. 한울 멤버들은 요즘 종이접기부터 역할극까지 시뮬레이션 등을 하는 중이다. 지금까진 학생 눈높이에 맞는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개인 상담을 많이 못했는데 앞으로는 개인 상담 횟수도 늘려갈 예정이다. 숭실고에 전문 상담교사가 없는 건 아니다. 학생들은 고민이 있을 때 ‘로뎀나무쉼터’라는 상담실을 찾아간다. 전문 상담 시스템이 있는데 왜 또래상담반이 필요할까 의문을 갖기 쉽다. 또래상담반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뚜렷하다. 한울 멤버들은 “전문 교사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고, 학생들이 해줄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군은 “‘애들이 뭘 알겠나, 역효과 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우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입장에서 공감하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남학생들에게는 이런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군은 “그런 의미에서 또래상담반은 친구들의 상처난 마음에 응급처치를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주변 도움 받았던 경험 살려 결성
전문교육 거쳐야 정식 회원 가입
개인상담보다 집단상담 위주로
문제해결하는 전문가 아니지만
고민 함께 공감해주는 데 의미 2월부터 4월까지. 힐링타임은 개발에만 두 달이 걸렸다. 참여자를 디귿자로 앉힌 뒤 한 사람씩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방식으로 동아리 멤버들 중 ‘촉진자’ 역할을 맡은 사람이 참여자 사이에 앉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분위기 조성을 한다. 한울 멤버들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등의 사례도 참고하고, SBS의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 등 시각자료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교사에게 양해를 구해 기술·가정 시간이 있는 네 개 반에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평소 입을 굳게 다물고 지냈던 남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가슴팍도사는 힐링타임에 이어 개발한 두 번째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다. 한울 멤버들은 요즘 종이접기부터 역할극까지 시뮬레이션 등을 하는 중이다. 지금까진 학생 눈높이에 맞는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개인 상담을 많이 못했는데 앞으로는 개인 상담 횟수도 늘려갈 예정이다. 숭실고에 전문 상담교사가 없는 건 아니다. 학생들은 고민이 있을 때 ‘로뎀나무쉼터’라는 상담실을 찾아간다. 전문 상담 시스템이 있는데 왜 또래상담반이 필요할까 의문을 갖기 쉽다. 또래상담반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뚜렷하다. 한울 멤버들은 “전문 교사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고, 학생들이 해줄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군은 “‘애들이 뭘 알겠나, 역효과 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우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입장에서 공감하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남학생들에게는 이런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군은 “그런 의미에서 또래상담반은 친구들의 상처난 마음에 응급처치를 해주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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