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서울 묵동 중랑천 장미길을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장미 터널을 걷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NIE 홈스쿨] 대체휴일제 시행
8월28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대체휴일제’가 화제였습니다. 안전행정부는 이날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올 10월부터 대체휴일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을 뼈대로 하는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설을 비롯해 추석·어린이날 등이 토요일이나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다음 첫 번째 평일이 공휴일로 지정됩니다. 당장 내년 추석 때 토요일과 연휴가 하루 겹치니, 하루를 더 쉴 수 있게 됩니다. 직장인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대체휴일제 시행을 놓고 ‘공무원들만을 위한 반쪽짜리 제도’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휴일을 지정하는 법률이 따로 없습니다. 관공서의 공휴일만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민간 기업은 노사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휴일을 운영합니다.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관공서 공휴일 기준을 따를 뿐입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5월 대체휴일제를 적용하기 위해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 등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9월 정기국회 때 현재 계류중인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 중 대체휴일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대체휴일제 시행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700만명 중 공무원 100만명과 각종 공기업 직원 200여만명을 더한 총 300여만명만의 이야기가 되기 쉽습니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자율적으로 대체휴일제를 지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이 때문에 1400여만명의 민간 부문 근로자들에게 대체휴일제는 ‘남들 쉬는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재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을 완강히 반대하는 재계에서는 제도 도입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듭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토요 휴무와 연차휴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연간 휴일 수는 135~145일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며 “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대·중소기업의 생산 차질액(4조937억원)과 여기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를 고려할 때 8조51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노동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사회에서 대체휴일제는 ‘휴일 양극화 현상’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공휴일이 늘어나는 게 정규직 직원에게는 여가의 기회가 되겠지만,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일 경우, 대기업 등에서 요청하는 납품기일과 생산량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야근·특근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근로자는 더 피곤해질 게 뻔합니다. 기업 쪽에서도 여기에 따르는 추가 비용 부담을 하는 게 부담스러워질 거고요.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지만
기업에서는 공장을 못돌려
손실이 발생해 부담스럽답니다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공무원·대기업 정규직만 쉬고
비정규직·중소기업은
더 피곤해질 게 뻔하답니다
‘휴일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까요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가를 제대로 누려야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깁니다. 오이시디의 ‘2013년 구조개혁 평가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2011년 기준)은 오이시디 34개 회원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7개국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30.5% 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37.5%)에 비해서는 7.0%포인트 감소했지만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2011년 오이시디 1인당 국내총생산 상위 17개국 평균보다 46.5%나 낮았습니다. 전년(-49.3%)에 비해 소폭 개선된 수치지만 다른 나라들의 노동생산성 역시 향상되면서 순위는 전년과 같은 28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같은 시간을 일해도 다른 선진국 근로자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생산성을 보인다는 뜻입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런 수치를 근거로 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제대로 잘 쉬고, 밀도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외에서는 상당수 국가들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는 중입니다.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법’으로 대체휴일이 주말에 이은 연휴가 되도록 했습니다. 일본은 1998년부터 ‘해피먼데이제’를 실시합니다.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긴 제도입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들도 비슷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한 만큼 발전한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투입된 노동의 양만큼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미덕이며 진리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잘 쉬고 잘 놀아야 더 집중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쓴 버트런드 러셀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윤리는 노예의 것이지, 현대 사회를 사는 자유인의 것이 아니다. 진정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여가이며, 그 여가를 어떻게 쓰느냐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대체휴일제 문제는 쉽게 풀기 힘든 문제인 게 사실이지만 ‘일하는 노예’ 아닌 ‘사람답게 일하고, 놀기도 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책으로 확장하기 |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사회비평가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1935년 출간한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진)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고 제안합니다.
그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일부 사람들은 과도한 노동으로 고통받고, 일부 사람들은 실업으로 고통받는 상황은 불합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루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를 누림으로써, 심각한 실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여가를 누려야 개개인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게 그의 시각입니다. 러셀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과잉노동’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환상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일과 놀이의 바람직한 관계
오늘날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일만 알고 놀이를 모르는 사람이다. 이들은 생산과 성취라는 기준에서 보면 좋게 평가할 수 있으나 교양의 폭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놀이에만 빠져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놀이를 통해 얻는 즉각적인 만족감이나 즐거움에 정신을 빼앗겨 놀이에만 열중하므로 일상생활에 소홀해진다.
마지막으로 일과 놀이를 조화시키거나 일과 놀이를 같은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일과 놀이를 조화시키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놀이도 적절히 즐기는 사람이다. (중학교 <도덕2>, 교학사, 32쪽)
논제로 정리하기 | 여가생활을 누리기 위한 실행방안
2008년도 동국대 정시 논술에서는 이상적인 여가 생활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여러 전제조건들을 적은 세 개의 지문을 놓고 ‘이 지문들이 설명하는 전제조건과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라’는 논제가 주어졌습니다.
(가)는 노동시간을 네 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는 버트런드 러셀의 글 가운데 일부로 여가가 단순히 일이 끝난 뒤에 남는 시간에 이뤄지는 취미활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활동을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기회이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간보다 훨씬 많은 여가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나)는 <부인경향>(1950년 7월)에 실린 정충량의 ‘여성의 오락과 취미’로 여성의 입장에서 여가를 누리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가사일을 간소화하고,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로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할 것을 제안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여가를 누리기 위해서는 일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이 사회에 없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각 제시문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여가의 전제조건은 개인의 직업을 통한 생활의 안정과 직장에서 이뤄지는 노동활동 강도의 적정성입니다. 노동강도가 높아서 일을 마친 뒤 여가시간에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진정한 여가라고 볼 수 없겠죠. 업무강도가 세고, 스트레스도 심해서 여가 시간에는 오로지 잠자는 걸로 시간을 보내는 우리네 모습이 떠오릅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기업에서는 공장을 못돌려
손실이 발생해 부담스럽답니다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공무원·대기업 정규직만 쉬고
비정규직·중소기업은
더 피곤해질 게 뻔하답니다
‘휴일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까요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가를 제대로 누려야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깁니다. 오이시디의 ‘2013년 구조개혁 평가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2011년 기준)은 오이시디 34개 회원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7개국의 평균 노동시간보다 30.5% 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37.5%)에 비해서는 7.0%포인트 감소했지만 회원국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2011년 오이시디 1인당 국내총생산 상위 17개국 평균보다 46.5%나 낮았습니다. 전년(-49.3%)에 비해 소폭 개선된 수치지만 다른 나라들의 노동생산성 역시 향상되면서 순위는 전년과 같은 28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같은 시간을 일해도 다른 선진국 근로자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생산성을 보인다는 뜻입니다. 대체휴일제 시행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런 수치를 근거로 들며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제대로 잘 쉬고, 밀도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해외에서는 상당수 국가들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는 중입니다.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법’으로 대체휴일이 주말에 이은 연휴가 되도록 했습니다. 일본은 1998년부터 ‘해피먼데이제’를 실시합니다.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휴일을 월요일로 옮긴 제도입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들도 비슷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한 만큼 발전한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투입된 노동의 양만큼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미덕이며 진리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잘 쉬고 잘 놀아야 더 집중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쓴 버트런드 러셀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윤리는 노예의 것이지, 현대 사회를 사는 자유인의 것이 아니다. 진정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여가이며, 그 여가를 어떻게 쓰느냐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대체휴일제 문제는 쉽게 풀기 힘든 문제인 게 사실이지만 ‘일하는 노예’ 아닌 ‘사람답게 일하고, 놀기도 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책으로 확장하기 |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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