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홈스쿨] 국제연합의 역할
지난 8월21일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엄중 경고하며 국제연합을 통한 군사개입을 추진했습니다.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미국 의회에 ‘전쟁결의안’을 제출하며 군사개입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도 전쟁결의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러시아와 담판을 지었습니다. 시리아 정부가 보유한 화학무기를 2014년 상반기까지 폐기하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주도하는 국제사찰단이 이를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저울질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의 일차적 책임을 지는 세계 유일한 기관인 국제연합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연합(유엔)은 1945년 창설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국제평화기구 창설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국제기구는 있었습니다. 1920년 국제질서를 바로잡을 국제평화기구로 ‘국제연맹’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이 불참하면서 국제연맹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달리 국제연합은 미국이 참가하면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유엔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경제제재 조처를 포함한 군사적 강제조처 권한까지 담아 회원국의 지원 아래 국제연합이 군사적 행동도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제연합의 핵심인 안보리에도 미국과 소련이 똑같이 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하고, 동등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여 국제평화를 공동으로 책임질 수 있는 틀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안보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중심으로 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5개 상임이사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중국, 소련이 맡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 정부가 대표했습니다. 지금의 대만입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대만을 밀어내고 국제연합과 안보리에 참가한 것은 국제연합 창설 이후 26년이 지난 1971년이었습니다.
이처럼 국제연합 창설 초기 서방 중심의 권력 지형을 못마땅하게 여긴 소련은 1948년 타이완(대만)으로 도망간 국민당 정부 대신 중국 본토의 공산당 정부를 유엔 회원국으로 참여시키는 안건이 미국 주도로 부결되자 안보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1950년 북한의 남한 침략에 맞설 유엔군을 파병하는 논의에도 소련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파병은 소련이 안보리에 불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셈입니다.
유엔이란 이름으로
국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절대선인지 의문입니다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평화와 합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국은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고
강경파는 유엔탈퇴를 외칩니다 이후 ‘냉전’ 시기 내내 국제연합은 국제평화기구로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국제연합의 이중적 구조 또한 걸림돌이 됐습니다. 유엔 총회는 회원국 모두에게 1국1표를 주고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강대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국제 평화와 안전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 하더라도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국제연합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냉전 시기 소련은 소비에트연방의 위성국가나 베트남과 같은 전략적 우방국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들을 대신해 거부권을 행사하곤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엔’이란 이름으로 국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과연 ‘절대선’인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됩니다.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은 반드시 선한 행동인가라는 당연한 문제제기입니다. 이들 강대국이 합의했다고 해서 그 행동이 인도주의나 세계평화와 합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국제연합은 평화 유지를 위한 논의의 장이라기보다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각축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점차 늘어나면서 제3세계의 입김도 커졌습니다. 창설 당시 51개국이었던 회원국은 1961년 100개국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했습니다. 2011년에는 남수단이 193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새로 회원국이 된 대부분의 나라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신생국들이었습니다. 그사이 통합된 나라는 서독과 동독뿐이었습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이 양분한 국제질서에 따르기보다는 ‘비동맹운동’ 등의 공동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국제적 역량을 키워나가려 했습니다. 국제연합이 강대국과 약소국 할 것 없이 각국의 이해관계로 얼기설기 엮이면서 국제연합을 주도적으로 창설했던 미국은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보수강경파가 이끄는 공화당 안에서는 국제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옵니다. 1982년 미국의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헤리티지 재단’은 “유엔이 없어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유엔에 대한 불만은 지난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국제연합이 동조하지 않으면서 극에 달했습니다. 미국은 유엔 승인 없이 영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했고, 당시 전쟁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2004년 미국 후버연구소 연구원 아널드 베이크먼은 <워싱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엔총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회원국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유엔을 탈퇴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제3세계의 입지가 커진 국제연합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유엔 회의론자들에겐 ‘1국1표제’도 불만입니다. 국제연합을 운영하기 위한 분담금 중 22%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고작 1표만을 갖고 있다며 납부한 분담금에 따라 ‘가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국제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문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주권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 사회에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 정부가 없고, 국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공정한 규범이나 절차라기보다 각국의 이익과 힘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제 문제라 하더라도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적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 간 공조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등학교 법과 정치>, 천재교육, 206쪽) 책으로 확장하기 | 유엔을 위한 변명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 같은 강대국들의 자국중심주의와 소극적 자세는 인도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 분쟁들을 유엔이 중심이 되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제분쟁의 공동대응을 위해서는 민족국가들이 주권의 일부를 유엔이라는 초국적 기구에 양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대국과 약소국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것을 거부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소극적으로 행동하면 무능하다고 욕을 먹고,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하려 하면 월권행위를 하는 건방진 자로 욕을 먹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강력하고 독립적인 유엔 사무총장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 등 강대국의 보수정치세력들이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보면 유엔이 전지구적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류가 가진 몇 안되는 중요한 보편적 자산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유엔은 현재 갖고 있는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인들을 포함한 더 많은 인류사회의 공동노력을 통해서 가꾸어지고 강화되어야 한다.(<세계와 미국>, 이삼성 지음, 한길사, 707~708쪽)
논제로 정리하기 | 유엔의 당면과제와 해결방안
2007학년도 중앙대학교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적 목적’이라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적 전망을 담은 글과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 문화와 세계 건설의 가능성을 전망한 철학자 김용석의 ‘사이의 문화와 21세기’라는 글을 제시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국제연합이 당면한 과제와 그 해결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엔을 이용하려 하는 회원국들의 행태를 칸트의 도덕철학과 ‘사이의 문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인류공동체적 과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국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절대선인지 의문입니다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평화와 합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국은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고
강경파는 유엔탈퇴를 외칩니다 이후 ‘냉전’ 시기 내내 국제연합은 국제평화기구로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국제연합의 이중적 구조 또한 걸림돌이 됐습니다. 유엔 총회는 회원국 모두에게 1국1표를 주고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강대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국제 평화와 안전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 하더라도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국제연합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냉전 시기 소련은 소비에트연방의 위성국가나 베트남과 같은 전략적 우방국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들을 대신해 거부권을 행사하곤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엔’이란 이름으로 국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과연 ‘절대선’인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됩니다.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은 반드시 선한 행동인가라는 당연한 문제제기입니다. 이들 강대국이 합의했다고 해서 그 행동이 인도주의나 세계평화와 합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국제연합은 평화 유지를 위한 논의의 장이라기보다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각축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점차 늘어나면서 제3세계의 입김도 커졌습니다. 창설 당시 51개국이었던 회원국은 1961년 100개국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했습니다. 2011년에는 남수단이 193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새로 회원국이 된 대부분의 나라는 식민지에서 벗어난 신생국들이었습니다. 그사이 통합된 나라는 서독과 동독뿐이었습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이 양분한 국제질서에 따르기보다는 ‘비동맹운동’ 등의 공동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국제적 역량을 키워나가려 했습니다. 국제연합이 강대국과 약소국 할 것 없이 각국의 이해관계로 얼기설기 엮이면서 국제연합을 주도적으로 창설했던 미국은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보수강경파가 이끄는 공화당 안에서는 국제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옵니다. 1982년 미국의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헤리티지 재단’은 “유엔이 없어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유엔에 대한 불만은 지난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국제연합이 동조하지 않으면서 극에 달했습니다. 미국은 유엔 승인 없이 영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했고, 당시 전쟁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2004년 미국 후버연구소 연구원 아널드 베이크먼은 <워싱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엔총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회원국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유엔을 탈퇴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제3세계의 입지가 커진 국제연합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유엔 회의론자들에겐 ‘1국1표제’도 불만입니다. 국제연합을 운영하기 위한 분담금 중 22%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고작 1표만을 갖고 있다며 납부한 분담금에 따라 ‘가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국제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문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주권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 사회에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 정부가 없고, 국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공정한 규범이나 절차라기보다 각국의 이익과 힘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제 문제라 하더라도 각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적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특정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 간 공조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등학교 법과 정치>, 천재교육, 206쪽) 책으로 확장하기 | 유엔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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