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예정지 옆 덕성여중 가보니
박근혜정부가 규제 완화 추진
대한항공에 호텔 허용 가능성
덕성·풍문여고 학생들도 우려
“공사땐 시끄러워 공부에 방해”
“근처에 유흥가 생길것도 뻔해”
박근혜정부가 규제 완화 추진
대한항공에 호텔 허용 가능성
덕성·풍문여고 학생들도 우려
“공사땐 시끄러워 공부에 방해”
“근처에 유흥가 생길것도 뻔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6층으로 기자를 데리고 올라간 백영현 교장이 창밖을 가리켰다. 넓은 공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 공터는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대한항공의 7성급 관광호텔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백 교장은 덕성여중의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유서 깊은 북촌으로 들어서는 입구 격인 이곳에 최고급 호텔이 지어지면 한국을 찾는 각국 정상들이 묵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호텔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덕성여중이 경호 거점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게 백 교장의 설명이다.
“예전에 대한항공이 만든 조감도를 봤는데 우리 학교 건물 20m 앞에 호텔이 지어져요. 물론 그 조감도가 이젠 유효하지 않겠지만, 부지를 보면 그곳이 최적지여서 비슷하게 지어질 거예요. 학교 건물에서 호텔이 다 보인다는 거죠. 각국 정상들의 경호원들이 학교 옥상에 총을 설치하고 경호하지 않겠습니까?”
이 터는 2002년 삼성생명이 매입한 뒤 계속 개발의 표적이 돼 왔다. 2008년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이곳을 매입하면서 7성급 한옥형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구체화됐지만, 현행 학교보건법에 막혀 있었다. 법에 따라 호텔 건설은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 안쪽의 ‘절대정화구역’에서는 불가능하고,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200m 안의 ‘상대정화구역’ 안에서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학교정화위)의 승인을 얻어야 된다. 대한항공은 호텔이 학교에서 50m 이상 떨어질 것이라며 상대정화구역으로 심의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11년 6월과 올 6월 두 차례에 걸쳐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정화위 심의 없이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는 법은 그대로 둔 채 학교정화위 심의 과정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정부는 “학습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에 대한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 교장은 “절대정화구역이든, 상대정화구역이든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방침은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대한항공이 호텔 설립을 허가하지 않은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해성 없는) 관광호텔과 일반호텔은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학교 정문 앞에 펼쳐진 율곡로3길 역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곳은 학교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나가는 학생들의 도란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길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덕성여중과 덕성여고, 풍문여고가 1950년대부터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만난 덕성여중 2학년 설아무개양은 “공사할 때 시끄러워서 공부에 방해될 것 같다. 호텔에 남녀가 드나드는 것도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덕성여고 1학년 남아무개양도 “호텔이 생기면 근처에 유흥가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홍성경 교장은 “좀더 구체적으로 호텔 건설계획이 잡히면 학부모 등과 함께 서명운동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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