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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밀양 송전탑 건설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3-09-30 19:49수정 2013-09-30 22:12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0월8일에는 ‘검찰독립’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밀양 송전탑 갈등, 돈으로 해결될 일 아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송전탑 문제로 밀양을 방문했다. 정 총리의 방문은 정부 차원의 마지막 노력이어서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말만 주민과의 대화일 뿐 정 총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종일관 밝혔다. 송전탑 반대대책위 주민들이 간담회장을 박차고 나온 데서 보듯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정 총리가 송전탑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한전은 추석 이후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이다. 그럴 경우 주민들과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송전탑이 삶의 터전을 짓밟는다고 여기는 주민들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주민들이 정 총리에게 공사를 재개하지 말라는 호소문을 전달한 마당에, 정부가 총리의 밀양 방문을 공사 재개의 명분 쌓기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는 한전이 제시한 13개 지원사업 외에 애초 제시된 보상금 165억원을 185억원으로 증액하고, 이 가운데 40%를 각 가구에 평균 400만원씩 직접 보상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가구별 직접 보상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금지돼 있어 엄밀하게 보면 위법이다. 정부가 돈으로 생색은 냈지만 전자파 때문에 안심하고 살 수도 없고 보상 대상 토지도 송전선로 부근의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돼 있다고 한다. 결국 직접 보상 방식을 내놓음으로써 찬반 주민들 사이만 갈라놓을 우려가 높다.

다른 지역과 달리 밀양 송전탑은 민가와 농토에 너무 가깝게 설계됐고 송전선로는 높이가 140m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선로여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민들의 상처와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한전이 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갈등이 심화됐다. 2006년 밀양 주민들의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한전은 공사 강행에만 열을 올렸다. 송전탑이 불가피한 것인지, 지중화 등 다른 대안은 없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자는 전문가협의체도 들러리로 만들고 말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는 기존 송전선로들을 통해 송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한 건설중인 신고리 3호기의 준공시점이 위조 부품 때문에 미뤄져 시간상으로도 그리 촉박하지 않다.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재개돼야 한다

8년여를 끌어 온 밀양 송전탑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직접 밀양에 내려가 주민들과 보상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송전선로 반대대책위 측이 여전히 “공사를 재개하면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어 완전 해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정 총리는 300억원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 지원 등 총 555억원 규모의 보상을 약속했다. 핵심은 지역특수보상사업비다. 애초 협상 제시액보다 20억원을 늘린 185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그중 40%인 74억원은 1800여 세대 주민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가구당 약 400만원 정도다.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애초 송전선로와 관련한 보상은 간접보상만 가능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와 한국전력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밀양 주민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9월 국회에 주민에 직접 개별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 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올려놓았다. 이 법의 첫 수혜자가 밀양 주민이 될 전망이다. 이 정도면 정부로선 할 만큼 한 셈이다. 되레 ‘버틸수록 더 보상받는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까 걱정일 정도다.

그런데도 반대 측은 요지부동이다. 협의를 거부한 채 ‘송전선 지중화(地中化)’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중화에는 12년의 시간이 더 걸리고, 2조7000억원이 더 들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이는 지난 7월 반대대책위가 요구해 만들어진 전문가협의회가 40여 일간 논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지만 반대대책위는 이것도 거부한 것이다. 이래서야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밀양 송전탑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역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갈등 해결 능력이 떨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게 마련이다. 밀양 송전탑은 이미 많은 비용을 치렀다. 정부가 법을 바꿔가며 어렵게 내민 손, 이번엔 밀양 주민이 타협과 화해의 마음으로 잡아줘야 할 때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민들이 7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송전탑 없는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민들이 7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송전탑 없는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논리 대 논리]
공공정책 둘러싼 갈등…정부 책임인가, 주민 탓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그냥 살던 대로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해주이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국가사업에 협조해주시죠. 개인의 이익에 우선하는 게 국가 일입니다.”

이 두 목소리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한 지 8년째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데 갈등이 심각하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원점서 재검토를”과 “할 만큼 했다”

중앙과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에 대해 다섯 군데나 판단이 다르다. 생각이 같은 부분이 거의 없다.

첫째, 정홍원 총리 방문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총리가 대화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강요해서 불신이 깊어졌다고 한다. 중앙은 총리가 와서 직접 보상안을 내놓았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둘째, 보상안에 대해 평가가 다르다. 한겨레는 보상 대상 토지의 범위가 좁고 전자파로 해서 생기는 불안감이 풀리지 않았기에 보상안이 돈으로 생색을 냈을 뿐이라고 본다. 중앙은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집집마다 약 400만원씩 보상하기에 정부가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셋째, 전문가협의체에 대해 인식이 다르다. 한겨레는 송전탑이 꼭 필요한지와 지중화 대안에 대해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기에 전문가협의체가 ‘들러리’였다고 본다. 중앙은 40일 동안 논의해서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전문가협의체를 의미 있게 본다.

넷째, 반대 주민들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이 집과 논밭에 너무 가깝게 설계되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주민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중앙은 반대대책위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도 계속 반대하니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본다.

그런데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다르다. 전문가 9명 가운데 6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주민이 추천한 위원 3명 가운데선 1명만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섯째, 결론이 다르다. 한겨레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움직이려고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틀렸다고 한다. 기존 송전선로로 전기를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송전탑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한다. 중앙은 정부가 법을 바꿔서까지 보상안을 마련했으니 밀양 주민은 ‘타협과 화해’를 하고 이제 송전탑을 받아들이자고 권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갈등 해결방법 제안 없어 아쉬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국가사업으로 지역 환경이 훼손되어 삶이 나빠지면, 주민들이 강하게 저항한다. 큰 건설 사업이 그 지역의 주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는 후손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까닭이다. 예전처럼 기관이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될 일도 안 되고, 사회적 저항이 거세져서 여럿이 힘들어진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쓴 ‘한국 사회갈등의 현주소’를 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사회갈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에서 두 번째로 심하다. 갈등으로 해서 드는 손실 비용이 한해에 82조원에서 246조원 사이이다. 2005년에는 네 번째였는데 순위가 올라갔다. 공공 갈등을 조정할 사회장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겨레와 중앙이 공공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점이 참 아쉽다.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그다음에 곧바로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이것은 갈등 해결의 모범이 아니다. 1차 협의체가 실패할 때, 그다음에는 어떤 절차가 있어야 하는지, 단계별로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쪽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를 외국에서라도 찾아오면 좋았겠다. 두 신문의 사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끌어가는 일이 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회 전체에 필요하지만 기피되는 시설은 주로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계속 갈등 요소가 된다.


[추천 도서]


녹색평론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1991년~

생태주의는 사람이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녹색평론>은 한국에서 생태주의 사상을 알려온 대표적인 책이다. 1991년에 창간되어 두 달에 한 번씩 나오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실천을 고급스럽게 소개한다. 지성이 돋보이는 책으로, 현대문명의 등불이라 할 만하다.

갈등 해결과 한국 사회
정주진 지음, 아르케 펴냄
2010년

공공 갈등은 대부분 환경 문제와 관련되고,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여도 사회 전체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그 정책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긴다. 공공 갈등 해결로 학위를 받은 정주진은 문제 상황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심하게 분노하며 정부 정책에 격렬하게 맞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송전탑 765kV 송전선로

밀양 송전탑은 땅에서 140m나 떠 있는 765kv 전선들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세계 최대 규모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북경남 변전소를 거쳐서 여러 지역으로 나르려고 만든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면 1억4천만원인 논밭이 절반인 7천만원으로 떨어진다. 비가 오면 고압선에서 윙윙거리는 전기 소음이 나고 전자파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롭다고 불안해한다.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자 한국전력은 용역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가 있었다. 자살한 경우도 있다.

뒤늦게 국회가 나서 전문가협의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 추천과 주민 추천 위원 사이에 합의가 안 되자, 국회는 전문가협의체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국무총리가 현장에 가서 지역 개발 정책과 가구별 보상금 400만원을 내놓았지만, 반대 주민들은 집마다 400만원씩 모아서 줄 테니 송전탑을 설치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송전탑은 밀양에서 세상의 관심을 받았지만 어느 송전탑이 밀양에만 있겠는가. 송전탑은 나라 곳곳에 서 있기에 전국적인 문제다. 공공 갈등을 어떻게 평화롭게 푸는지 정부가 방법을 마련하고 사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일을 밀어붙이다가 나중에 갈등을 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부에 원전을 세우고 전기를 만들어 중심부로 공급하려면 송전탑이 많아진다. 한국은 원전이 23기로 세계 5위인데, 앞으로 14년 사이에 11기를 더 지을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에서 전기를 얻는 비율은 한국이 31%로 세계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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