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0월8일에는 ‘검찰독립’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공공정책 둘러싼 갈등…정부 책임인가, 주민 탓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그냥 살던 대로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해주이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국가사업에 협조해주시죠. 개인의 이익에 우선하는 게 국가 일입니다.” 이 두 목소리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한 지 8년째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데 갈등이 심각하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원점서 재검토를”과 “할 만큼 했다” 중앙과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에 대해 다섯 군데나 판단이 다르다. 생각이 같은 부분이 거의 없다. 첫째, 정홍원 총리 방문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총리가 대화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강요해서 불신이 깊어졌다고 한다. 중앙은 총리가 와서 직접 보상안을 내놓았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둘째, 보상안에 대해 평가가 다르다. 한겨레는 보상 대상 토지의 범위가 좁고 전자파로 해서 생기는 불안감이 풀리지 않았기에 보상안이 돈으로 생색을 냈을 뿐이라고 본다. 중앙은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집집마다 약 400만원씩 보상하기에 정부가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셋째, 전문가협의체에 대해 인식이 다르다. 한겨레는 송전탑이 꼭 필요한지와 지중화 대안에 대해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기에 전문가협의체가 ‘들러리’였다고 본다. 중앙은 40일 동안 논의해서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전문가협의체를 의미 있게 본다. 넷째, 반대 주민들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이 집과 논밭에 너무 가깝게 설계되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주민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중앙은 반대대책위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도 계속 반대하니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본다. 그런데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다르다. 전문가 9명 가운데 6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주민이 추천한 위원 3명 가운데선 1명만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섯째, 결론이 다르다. 한겨레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움직이려고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틀렸다고 한다. 기존 송전선로로 전기를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송전탑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한다. 중앙은 정부가 법을 바꿔서까지 보상안을 마련했으니 밀양 주민은 ‘타협과 화해’를 하고 이제 송전탑을 받아들이자고 권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갈등 해결방법 제안 없어 아쉬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국가사업으로 지역 환경이 훼손되어 삶이 나빠지면, 주민들이 강하게 저항한다. 큰 건설 사업이 그 지역의 주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는 후손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까닭이다. 예전처럼 기관이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될 일도 안 되고, 사회적 저항이 거세져서 여럿이 힘들어진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쓴 ‘한국 사회갈등의 현주소’를 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사회갈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에서 두 번째로 심하다. 갈등으로 해서 드는 손실 비용이 한해에 82조원에서 246조원 사이이다. 2005년에는 네 번째였는데 순위가 올라갔다. 공공 갈등을 조정할 사회장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겨레와 중앙이 공공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점이 참 아쉽다.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그다음에 곧바로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이것은 갈등 해결의 모범이 아니다. 1차 협의체가 실패할 때, 그다음에는 어떤 절차가 있어야 하는지, 단계별로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쪽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를 외국에서라도 찾아오면 좋았겠다. 두 신문의 사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끌어가는 일이 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회 전체에 필요하지만 기피되는 시설은 주로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계속 갈등 요소가 된다.
[추천 도서]
녹색평론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1991년~ 생태주의는 사람이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녹색평론>은 한국에서 생태주의 사상을 알려온 대표적인 책이다. 1991년에 창간되어 두 달에 한 번씩 나오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실천을 고급스럽게 소개한다. 지성이 돋보이는 책으로, 현대문명의 등불이라 할 만하다. 갈등 해결과 한국 사회
정주진 지음, 아르케 펴냄
2010년 공공 갈등은 대부분 환경 문제와 관련되고,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여도 사회 전체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그 정책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긴다. 공공 갈등 해결로 학위를 받은 정주진은 문제 상황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심하게 분노하며 정부 정책에 격렬하게 맞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송전탑 765kV 송전선로
밀양 송전탑은 땅에서 140m나 떠 있는 765kv 전선들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세계 최대 규모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북경남 변전소를 거쳐서 여러 지역으로 나르려고 만든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면 1억4천만원인 논밭이 절반인 7천만원으로 떨어진다. 비가 오면 고압선에서 윙윙거리는 전기 소음이 나고 전자파가 사람과 가축에게 해롭다고 불안해한다.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자 한국전력은 용역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가 있었다. 자살한 경우도 있다.
뒤늦게 국회가 나서 전문가협의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 추천과 주민 추천 위원 사이에 합의가 안 되자, 국회는 전문가협의체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국무총리가 현장에 가서 지역 개발 정책과 가구별 보상금 400만원을 내놓았지만, 반대 주민들은 집마다 400만원씩 모아서 줄 테니 송전탑을 설치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송전탑은 밀양에서 세상의 관심을 받았지만 어느 송전탑이 밀양에만 있겠는가. 송전탑은 나라 곳곳에 서 있기에 전국적인 문제다. 공공 갈등을 어떻게 평화롭게 푸는지 정부가 방법을 마련하고 사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일을 밀어붙이다가 나중에 갈등을 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부에 원전을 세우고 전기를 만들어 중심부로 공급하려면 송전탑이 많아진다. 한국은 원전이 23기로 세계 5위인데, 앞으로 14년 사이에 11기를 더 지을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에서 전기를 얻는 비율은 한국이 31%로 세계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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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주민들이 7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송전탑 없는 지금 이대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공공정책 둘러싼 갈등…정부 책임인가, 주민 탓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그냥 살던 대로 농사짓고 살 수 있게 해주이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국가사업에 협조해주시죠. 개인의 이익에 우선하는 게 국가 일입니다.” 이 두 목소리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한 지 8년째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데 갈등이 심각하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원점서 재검토를”과 “할 만큼 했다” 중앙과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에 대해 다섯 군데나 판단이 다르다. 생각이 같은 부분이 거의 없다. 첫째, 정홍원 총리 방문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총리가 대화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강요해서 불신이 깊어졌다고 한다. 중앙은 총리가 와서 직접 보상안을 내놓았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둘째, 보상안에 대해 평가가 다르다. 한겨레는 보상 대상 토지의 범위가 좁고 전자파로 해서 생기는 불안감이 풀리지 않았기에 보상안이 돈으로 생색을 냈을 뿐이라고 본다. 중앙은 법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집집마다 약 400만원씩 보상하기에 정부가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셋째, 전문가협의체에 대해 인식이 다르다. 한겨레는 송전탑이 꼭 필요한지와 지중화 대안에 대해 성실하게 검토하지 않았기에 전문가협의체가 ‘들러리’였다고 본다. 중앙은 40일 동안 논의해서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전문가협의체를 의미 있게 본다. 넷째, 반대 주민들에 대해 판단이 다르다.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이 집과 논밭에 너무 가깝게 설계되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주민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중앙은 반대대책위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도 계속 반대하니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본다. 그런데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다르다. 전문가 9명 가운데 6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주민이 추천한 위원 3명 가운데선 1명만 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섯째, 결론이 다르다. 한겨레는 신고리 원전 3호기를 움직이려고 송전탑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틀렸다고 한다. 기존 송전선로로 전기를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송전탑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한다. 중앙은 정부가 법을 바꿔서까지 보상안을 마련했으니 밀양 주민은 ‘타협과 화해’를 하고 이제 송전탑을 받아들이자고 권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갈등 해결방법 제안 없어 아쉬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국가사업으로 지역 환경이 훼손되어 삶이 나빠지면, 주민들이 강하게 저항한다. 큰 건설 사업이 그 지역의 주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는 후손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까닭이다. 예전처럼 기관이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면 될 일도 안 되고, 사회적 저항이 거세져서 여럿이 힘들어진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쓴 ‘한국 사회갈등의 현주소’를 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사회갈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에서 두 번째로 심하다. 갈등으로 해서 드는 손실 비용이 한해에 82조원에서 246조원 사이이다. 2005년에는 네 번째였는데 순위가 올라갔다. 공공 갈등을 조정할 사회장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겨레와 중앙이 공공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점이 참 아쉽다.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그다음에 곧바로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이것은 갈등 해결의 모범이 아니다. 1차 협의체가 실패할 때, 그다음에는 어떤 절차가 있어야 하는지, 단계별로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쪽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를 외국에서라도 찾아오면 좋았겠다. 두 신문의 사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끌어가는 일이 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회 전체에 필요하지만 기피되는 시설은 주로 사회적 약자가 사는 곳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계속 갈등 요소가 된다.
[추천 도서]
녹색평론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1991년~ 생태주의는 사람이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녹색평론>은 한국에서 생태주의 사상을 알려온 대표적인 책이다. 1991년에 창간되어 두 달에 한 번씩 나오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실천을 고급스럽게 소개한다. 지성이 돋보이는 책으로, 현대문명의 등불이라 할 만하다. 갈등 해결과 한국 사회
정주진 지음, 아르케 펴냄
2010년 공공 갈등은 대부분 환경 문제와 관련되고,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여도 사회 전체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그 정책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하면 갈등이 생긴다. 공공 갈등 해결로 학위를 받은 정주진은 문제 상황에서 실제 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심하게 분노하며 정부 정책에 격렬하게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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