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중 학생이라면 정현종 시인의 ‘섬’을 모를 리 없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두 줄짜리 짧은 시부터 장문의 서사시까지 동도중 학생들은 중학교 3년간 100편의 시를 외운다. 동도중 박찬두 교사와 학생들이 시집을 든 채 웃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서울 동도중의 특별한 전통
서울 동도중의 특별한 전통
#1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변성기를 지나고 있는 목소리로 동도중 3학년 정기준군이 한하운의 시 ‘파랑새’를 읊었다.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부분을 읊을 때는 시상을 음미하듯 쉼도 곁들였다. 꽉 짜인 중3 생활이 때로는 답답하다는 기준군에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시인의 비유는 마음의 위안이 됐다. 기준군이 중학교에 입학해 외운 시는 ‘파랑새’ 외에도 80여편에 달한다.
#2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글짓기대회 대상과 전국청소년청하백일장 장려상 수상. 동도중 3학년 김세영양은 11월에 열릴 예정인 고전문학 읽기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 생각과 느낌을 글로 풀어내는 게 즐겁다”는 세영양은 천상병의 ‘귀천’을 즐겨 읊는 암송시로 들려줬다.
기준군이 시가 주는 정서적 위안을 깨달은 것도, 세영양이 전국대회 규모의 글짓기 대회에서 글솜씨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그 계기는 서울 마포의 동도중학교 입학이었다. 동도중학교는 전교생이 졸업할 때까지 시 100편을 외운다.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외워 학년마다 33~34편의 시를 소화한다. 박찬두 국어교사는 “학생들의 80% 정도가 시 100편을 외우고 졸업한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100편을 읽는 문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직접 고른 단편소설을 일주일에 한 편씩 읽은 후 10개의 질문거리 중 3개를 택해 답을 적어 제출한다.
시 암송과 소설 읽기는 10년 넘게 이어져온 동도중만의 ‘전통’이다. 시 암송은 199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년째, 단편소설 읽기는 11년째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면 선물로 주는 <한국의 암송 명시>(동도중학교 펴냄)는 1999년 초판을 발행해 지금까지 7쇄를 찍었다. 책에는 중학교 3년간 암송한 시 100편에 더해 졸업 후에도 외우면 좋을 시 50편까지 총 1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동도중만의 독특한 전통 때문에 국어교사들은 늘 분주하다. 시 암송과 소설감상문 점수는 10점씩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일주일에 한번인 ‘시 암송 수업’에서 제대로 시를 외우지 못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교무실을 찾아와 확인을 받는다. 박찬두 교사는 “수행평가 점수를 확정해야 하는 중간·기말고사를 앞두고는 암송 확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줄서기가 교무실 앞부터 복도까지 길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애를 먹는다. 2학년 최정인양은 “입학 후 처음 시를 외워야 했을 때는 암송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 100편 암송, 소설 100편 독파
10여년 전부터 전교생이 도전
학생 80%가 목표 채우고 졸업
다양한 어휘, 글 구성법 익히니
고교 진학 후도 학업에 자신감 부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정인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를 외우는 시간이 짧아졌다. 주말이면 으레 시를 외우고, 소설책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3학년 강윤아양은 “짧은 시의 경우 30분에 6편도 외울 정도로 시 암송이 편해졌다”고 자랑했다. 김세영양은 “시를 암송하며 새로운 어휘와 비유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단편소설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표현과 구성 등도 습득하게 되어 글쓰기 실력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중학교에서 익힌 언어 감각은 고교 진학 후에도 도움이 됐다. 2008년 동도중을 졸업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3학년 양희주씨는 “고교 내신과 수능시험 등에서 처음 보는 문학작품이 출제되어도 중학교 시절 접한 시와 소설이 워낙 많다보니 그 경험을 응용해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두 교사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문학작품을 따로 읽을 시간이 없다. 중학교 시절에 익힌 작품이 학업 경쟁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내년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는 2학년 최정인양은 “이과 성향인 과학영재학교 선배들과 입학 동기들을 만나보니 아무래도 문학에 대한 관심도 적고, 글쓰기에도 약했다”며 “동도중의 경험이 이과 계열로 진학하는 내게 더 특별한 경쟁력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아이들이 시를 외우는 걸 수백번 계속 듣다보니 자신도 절로 암송이 됐다는 박찬두 국어교사는 1999년 시 암송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한 뒤 수년 만에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마지막 빨치산 사단장 황의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장군의 후예>도 펴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동도중의 ‘전통’은 특별했다. 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10여년 전부터 전교생이 도전
학생 80%가 목표 채우고 졸업
다양한 어휘, 글 구성법 익히니
고교 진학 후도 학업에 자신감 부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정인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를 외우는 시간이 짧아졌다. 주말이면 으레 시를 외우고, 소설책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3학년 강윤아양은 “짧은 시의 경우 30분에 6편도 외울 정도로 시 암송이 편해졌다”고 자랑했다. 김세영양은 “시를 암송하며 새로운 어휘와 비유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단편소설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표현과 구성 등도 습득하게 되어 글쓰기 실력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중학교에서 익힌 언어 감각은 고교 진학 후에도 도움이 됐다. 2008년 동도중을 졸업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3학년 양희주씨는 “고교 내신과 수능시험 등에서 처음 보는 문학작품이 출제되어도 중학교 시절 접한 시와 소설이 워낙 많다보니 그 경험을 응용해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두 교사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문학작품을 따로 읽을 시간이 없다. 중학교 시절에 익힌 작품이 학업 경쟁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내년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는 2학년 최정인양은 “이과 성향인 과학영재학교 선배들과 입학 동기들을 만나보니 아무래도 문학에 대한 관심도 적고, 글쓰기에도 약했다”며 “동도중의 경험이 이과 계열로 진학하는 내게 더 특별한 경쟁력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아이들이 시를 외우는 걸 수백번 계속 듣다보니 자신도 절로 암송이 됐다는 박찬두 국어교사는 1999년 시 암송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한 뒤 수년 만에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마지막 빨치산 사단장 황의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장군의 후예>도 펴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동도중의 ‘전통’은 특별했다. 글·사진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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