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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얼굴 보고 사람 알 수 있다는 건 과학일까요

등록 2013-10-14 19:53수정 2013-10-14 20:18

[NIE 홈스쿨] 동서양의 관상학
지난 9월11일 개봉한 영화 <관상>이 9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5세기 조선 사회를 배경으로 왕위를 찬탈하려는 수양대군과 이를 막으려는 김종서가 대치했던 역사적 사실에 영화는 ‘관상’이라는 소재를 복선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병약했던 문종은 자신이 죽은 뒤 어린 아들이 왕위에 올랐을 때 누군가 역모를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합니다. 그는 조선 제일의 관상쟁이라는 김내경(송강호 역)을 찾아 역모를 일으킬 만한 자를 ‘관상’을 통해 찾아내라는 은밀한 명을 내립니다. 관상으로 그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린 ‘특명’이었습니다.

관상학은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을 ‘읽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로봇과 달리 인간에게는 타고난 천성이 있는데, 이는 얼굴에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체계화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해보자는 이론이 바로 관상학입니다.

동양의 경우 자연의 이치를 관상학에 적용합니다. 하늘과 땅, 산과 강 등 자연을 이루는 여러 요소와 원리는 사람의 얼굴에도 반영된다고 보면서, 이를 통해 사람의 길흉화복과 운명을 살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는 하늘을 상징하고, 눈은 해와 달에 해당하며, 입은 바다를 의미합니다. 하늘이 높듯 이마 또한 높고 둥글어야 하고, 산악에 해당하는 코와 광대뼈, 이마와 턱은 적당히 솟은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순자는 관상학은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형상을 보는 것은 마음을 논하는 것만 못하고, 마음을 논하는 것은 행동규범을 잘 가리는 것만 못하다. 형상이 비록 나쁘다 하더라도 마음과 행동 규범만 훌륭하다면 군자가 되는 데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순자> 제5편)

그럼에도, 관상학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자신의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상대의 생각까지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입니다. 이는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습니다. 서양에서도 관상학은 오랜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서양의 관상학은 기원전 6세기의 피타고라스가 창시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친구를 사귀거나 제자를 뽑을 때도 관상을 살폈다고 합니다. 히포크라테스가 ‘관상을 보다’(physiognomize)라는 동사를 처음 사용했다는 것을 근거로 관상학의 창시자는 히포크라테스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이라는 책도 남겼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했던 그는 ‘외모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도 추론할 수 있다’는 관상학적 논리를 세웠습니다. 동물의 형상과 사람의 얼굴을 비교한 것도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사자처럼 이마가 사각으로 균형 잡힌 얼굴의 사람은 용맹하고, 소처럼 이마가 넓은 사람은 무기력하며, 이마가 좁은 사람은 돼지처럼 멍청하다고 보았습니다.

관상학은 얼굴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과학이란 이름 아래
인종주의를 낳기도 했습니다

서양의 관상학은 17~18세기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 ‘사이비과학’이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여전했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목회자였던 라바터는 1772년 <관상학>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그가 쓴 <관상학>은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되어 유럽 각국에서 151종의 책으로 출판됩니다. 라바터는 점성술이나 예언과 같은 ‘비과학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생리학과 해부학과 같은 과학 분야를 접목해 관상학의 분류체계를 세웠습니다. 그의 분류를 보면 얼굴이 넓적하고 코가 낮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사람은 무례하고 멍청합니다. 얼굴 형태로 보면 동양의 황인종이 연상됩니다. 흑인에 대해서는 숫자 6까지밖에 셈할 줄 모르며, 그보다 많은 수는 ‘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며 외형적 특징으로 코는 펑퍼짐하고 눈이 튀어나왔으며 입술은 치아를 덮지 못한 채 튀어나와 둥글고 두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코가 오뚝하고 각이 진 얼굴은 지적이고 세심하다고 보았습니다. 유럽의 백인종입니다. 라바터는 “인종별로 나타나는 관상학적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마치 해와 달을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종 간 우열의 차이는 뛰어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상은 범죄학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범죄자론>(1876)을 쓴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 롬브로소는 범죄자를 알아보는 관상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선천적인 악인은 쥐와 같은 설치류처럼 송곳니가 튀어나와 있고, 턱수염은 적거나 없으며, 일자눈썹이거나 눈썹 끝이 치켜 올라가 있다는 겁니다.

18세기에는 두개골의 형태로 사람을 구분하는 ‘골상학’도 생겨났습니다. 1791년 프랑스의 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은 뇌와 성격 사이에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골상학’을 발표합니다. 뇌는 정신을 담고 있는 기관인데, 이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을 측정하면 인간의 내적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골상학은 여성들에게 불리했습니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두개골의 크기가 작고 뼈대가 약하므로, 지적인 면에서 여성이 열등하다는 주장이 ‘골상학’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이처럼 서양의 관상학과 골상학은 ‘과학’이란 이름 아래 얼굴이나 두개골의 형태 등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구별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류와 구별은 사람들 간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부각시켰고, 이는 곧 ‘차별’로 이어졌습니다. 피부색과 머리카락, 얼굴의 골격 등 관상학적 요소에 따른 인종 간의 구별은 곧 인종 간에 우열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독일 나치의 인종차별주의는 그 극단적 결과였습니다. 히틀러가 이끌었던 독일 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인종 청소’라는 명목 아래 6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을 학살했습니다. 유대인의 특징이라고 알려진 ‘매부리코’는 고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의 표상처럼 굳어졌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관상학은 얼굴로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관상학은 외모만으로 범죄자를 가려내고, 다양한 얼굴 형태를 ‘외향적 다름’이 아닌 ‘도덕적·지적 차이’로까지 내몰며 결국 인종주의라는 ‘낙인’을 찍고 말았습니다. 동양의 관상학 또한 선입견과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동양의 관상학은 서양의 ‘낙인’과는 조금 다릅니다. 타고난 상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허영만의 만화 <꼴>을 감수한 관상학자 신수원씨는 그의 책 <꼴 관상학>에서 “타고난 운명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50% 정도다. 나머지 50%의 노력으로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며, 삶의 묘미”라고 적었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사회ㆍ문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태도

사회·문화 현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탐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태도, 개방적 태도, 상대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먼저, 객관적 태도란 연구자가 자신의 주관적 가치관이나 선입관을 배제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사실 그대로를 관찰하는 태도를 말한다. 연구자는 특정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그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습득하였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가치와 규범을 가진 사회나 집단을 연구할 때 연구 대상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쉽다. 또한, 연구자 자신이 가지는 정치적 이념이나 경제적 이해관계 역시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자신의 성, 연령, 종교, 인종, 사회적 지위 등과 관련된 특정 가치가 연구 과정에 개입되지 않도록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자는 상대주의적 태도를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문화 현상은 본질적으로 가치 함축적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일지라도 그것이 지니는 의미가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 대상이 속한 역사적 특수성 및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연구 대상에 접근하려는 상대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등학교 사회·문화>(금성출판사), 40쪽)

책으로 확장하기 | 관상학의 긴 그림자

생김새가 곧 내면의 미덕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대전제 위에서, 관상은 단순히 사람을 구별지을 뿐 아니라 가치의 우열을 매기는 위계적인 것이었다. 아름다운 생김새는 미덕을 드러내지만, 추한 생김새는 바로 악덕을 드러낸다고 해석되었다. 이런 관상학이 인종이나 계급을 구별하는 표지로 쓰일 때 그것은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었다.

인종적 비교에 동원된 관상학적 구분법은 제국주의 물결 속에서 다른 문명권에 대한 유럽의 우월감을 만드는 바탕을 만들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종’이란 개념은 유럽의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발명품으로,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존재해온 이방인과 다른 문명권에 대한 배타와 폄하를 과학적 방법으로 세련화시킨 것이었다.(<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한길사), 305쪽)

논제로 정리하기 | 과학과 신비주의

2002년 동국대학교 정시 논술에서는 신비주의의 미학적 복권과 신비주의의 과학화 현상을 기술한 글을 제시한 뒤, 현대 문화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설명하되, ‘20세기 과학사의 맥락’에서 과학과 신비주의의 상관관계를 논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이 신비 혹은 미신이라고 분류했던 관념들이 새롭게 해석되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비주의의 출현은 그간의 계몽주의와 이성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비주의에 대한 일방적 옹호나 과학 만능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현대과학과 신비주의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예언적 성격이 강했던 관상학이 성격 분석의 틀로 활용되고, 나아가 과학의 영역 안에 포섭되었던 사례를 논제에 적용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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