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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백대 1의 경쟁률, 꿈은 멀고 현실은 가시밭

등록 2013-10-21 19:59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는 더 까다로워졌다. 적절한 진학 지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문계고 대신 실용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고교에 입학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림연예예술고 실용음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방과후밴드’의 멤버 7명이 개성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는 더 까다로워졌다. 적절한 진학 지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문계고 대신 실용음악 교육을 제공하는 고교에 입학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림연예예술고 실용음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방과후밴드’의 멤버 7명이 개성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실용음악과 열풍
1998년 서울예대가 처음 개설했던 실용음악과가 2013년 현재 전국 70여개 학과로 늘어났다. 입학 경쟁률도 전 학과 통틀어서 최고를 자랑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실용음악과 입시를 살핀다.

10월14일 오후 서울 마포의 에스엠에스실용음악학원. 보컬과 기타, 베이스와 드럼 등 개인 레슨을 받는 학생들로 20여개 연습실이 꽉 찼다. 이곳만으로는 학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학원 주변 건물 두 곳을 더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원 로비와 복도까지 레슨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장문호 원장은 “2000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연습실 20개로 시작했던 것이 현재 150여개로 늘었다. 실용음악학원 수도 14년 전엔 전국 10곳 미만으로 손에 꼽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률

2014학년도 수시모집 결과에서도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은 단연 눈에 띈다.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의 경우 모집 인원 28명에 4270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52.5:1이었다. 특히 남자 보컬은 3명 모집에 1120명이 몰려 경쟁률 373.3을 기록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체 모집 인원 44명에 응시한 수험생은 4544명, 경쟁률 103.2:1이었다. 여자 보컬 전공에는 4명 모집에 102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최종합격까지 255: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2014학년도 수시 1차 모집 최고 경쟁률도 실용음악과에서 나왔다. 경쟁률 471.4:1을 기록한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의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이었다.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흔히 아이돌 가수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을 꼽는다. 이른바 ‘예능 대박’을 쫓는 현상이 두드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하며 재수를 하고 있는 한 수험생은 “주변을 보면, 특히 보컬의 경우 ‘나도 아이돌처럼 멋있게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겉멋’에 빠져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절반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단편적인 해석이란 의견도 있다. 장문호 원장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뮤지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실용음악과에 대한 진학 욕구도 커졌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격까지의 먼 길

실용음악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합격생들의 음악 실력도 점차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합격권에 들기 위해서는 현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과 합주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실용음악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3학년 이선환씨는 “실기 시험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교수들이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합주하는 ‘잼’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입시에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 실용음악과 입시는 실기 시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짧게는 1분, 길어야 5분 정도에 그치는 실기 시험에서 자신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펼쳐보여야 한다. 중·고등학교부터 시작해 수년간 입시를 준비했던 기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단 몇 분 만에 끝나버린 실기 시험에 수험생들은 허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드러머를 꿈꾸며 재수를 하고 있는 홍준기(20)씨는 “시험 당일의 컨디션, 심사위원으로 들어온 교수님의 음악적 성향, 수험생이 워낙 많다 보니 어느 시간대에 시험을 치르느냐 등 시험의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했다.

노력한 만큼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능이나 내신 성적처럼 등급이나 점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탓에 자신의 실력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실기 시험의 평가 기준도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부족한데도 합격하는 경우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수험생들 사이에선 터져나온다. 보컬 전공 진학을 목표로 4년째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연수(22)씨는 “수험생들 중에는 이런 막막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방황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실용음악과 입시는 철저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입시 준비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용음악과를 운영하는 몇몇 특성화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별다른 입시 준비를 할 수가 없는 탓에 수험생들은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지방에 사는 수험생들은 서울의 유명 실용음악학원을 오가며 입시 준비를 하기도 한다. 홍준기씨는 “실용음악학원 레슨비와 연습실 대여비, 악기 구입비와 생활비 등 한 달에 드는 비용만 100만~13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화려한 무대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는 좀처럼 견디기 어려운 게 실용음악과 입시인 셈이다. 홍준기씨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아이돌 가수의 모습만을 보고, 나 역시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고 싶다는 ‘겉멋’에 빠져 무작정 덤빌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문호 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한 후에야 대학 입학의 차선책으로 실용음악학원을 찾기도 하지만, 공부를 못하니 음악으로라도 대학에 가자는 생각은 이제 실용음악과 입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비추는 화려한 무대와는 다르다.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기본이고, 자신과의 외롭고 긴 싸움을 이겨낼 내공도 쌓아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연예기획사가 심사에 참여해 눈길을 끈 에스비에스 <케이팝스타>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비추는 화려한 무대와는 다르다.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기본이고, 자신과의 외롭고 긴 싸움을 이겨낼 내공도 쌓아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연예기획사가 심사에 참여해 눈길을 끈 에스비에스 <케이팝스타>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아이돌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능 대박’ 환상 부추기지만
실기시험 통과는 바늘구멍
입시 준비 비용도 큰 부담이다
체계적인 음악 교육 매력이지만
공부 못하니 음악 하자는 생각은
실용음악과 입시에 안 통한다

입시 준비는 어떻게

실용음악과 입시는 대개 실기 시험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한다. 수능과 내신점수가 반영되기도 하지만 학생별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 실기 시험에 비해 영향력은 크지 않다. 실기 점수 100%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실기 시험 평가는 이른바 ‘입시곡’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학교는 별도의 지정곡을 정해두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곡으로 실기 시험을 치른다. 실기 시험의 유일한 기준인 만큼 수험생들은 입시곡 선정에서부터 고심하게 된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신연아 교수는 “개성이 너무 강한 가수가 부른 노래를 입시곡으로 준비하면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부르기가 어렵다”며 “오래도록 명곡으로 전해지며 여러 가수가 반복해서 부른 곡을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이한철 겸임교수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높은 음역대의 노래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심사위원들은 그 점까지 감안해 듣는다”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선정할 것을 주문했다. 작곡이나 싱어송라이터 전공 역시 마찬가지다. 이한철 교수는 “화성에 대한 이해가 다소 떨어져도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공감 있는 가사와 곡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모든 수험생들이 실기 시험에 대비해 입시곡을 준비하다 보니 대부분 그 곡만큼은 완벽하게 구사한다. 1~2곡의 입시곡만으로는 정확한 변별도 쉽지 않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한상원 교수는 “입시곡은 심사위원과의 ‘첫 대면’일 뿐”이라며 “수험생의 음악적 색깔과 기질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해진 입시곡 외에 심사위원들이 즉석에서 추가곡 연주를 요구하거나 합주를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가르치고 있는 박은신 교사는 “입시곡만 잘 연습해도 합격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입시곡은 ‘기본’이다. 심사위원들은 순발력이나 창의력, 음악적 역량 등을 보고 싶어한다”며 “심사위원의 질문이나 요구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최대 8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장르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재즈와 블루스, 록과 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섭렵하며 기본기를 쌓아야 하는 셈이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수험생 처지에서는 대학을 골라 가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각 대학 교수진의 음악적 성향과 스타일을 미리 챙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장문호 원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 합격이 당면목표겠지만,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에 정확한 지침을 줄 수 있는 교수를 찾아가서 배우는 것이 졸업 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용음악과 진로를 고민한다면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음악과 진학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동기·선후배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도 할 수 있다.” 호원대 3학년에 재학 중임에도 얼마 전 6집 앨범을 낸 인디밴드 ‘타카피’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한 이선환씨의 말이다. 한림연예예술고 박은신 교사는 “실용음악과가 아닌 기획사에 들어간 제자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음악적 성취를 이룬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며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고 싶다면 실용음악과 진학을 우선 권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로 활동하는 성기완씨는 “체계적인 ‘틀’을 갖춘 음악 교육이 자칫 개개인마다의 음악적 개성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70여개의 실용음악과 가운데 상위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짧은 기간에 우후죽순처럼 실용음악과가 늘어나다 보니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할 만큼 교육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갖출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 뒤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의 한 실용음악과 재학생은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나면 동기들 사이에서도 음악 실력에 따른 우열이 생기면서, 음악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가수와 뮤지션만을 고집한다면 향후 진로는 더 좁아진다. 동아방송예술대 2학년 이정우씨는 “학교에 입학할 때는 다들 ‘자기 음악’을 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나라 음악 시장은 장르도 편향되어 있고,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신연아 교수는 “음반시장은 점점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음악만으로 먹고사는 건 사실 힘들어졌다”고 했다.

신 교수는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음악 없이는 도저히 못 살겠다’면 과감히 실용음악과에 도전하되, ‘음악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힘든 상황까지 감수할 자신은 없다’면 깨끗이 정리하라는 충고다.

실용음악과 입시가 만만치 않은 만큼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문호 원장은 “전공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짧게는 3년에서 6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음악이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만큼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음악적 성향과 재능을 판단해 부모님과 상의해볼 것”을 권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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